그리 길지 않은 책 한 권을 읽고 많은 생각에 잠겼다.
나는 살 만큼 살았는데 과연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결국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가로 귀결된다.
오늘을 열심히 살고 죽음이 찾아왔을 때 의연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열살짜리 백혈병 환자 오스카.
누구도 그 앞에서는 죽음에 대해 알면서도 언급을 하면 안 된다.
오스카 자신도 죽음 앞두고 있다는 걸 안다.
여러 번의 수술을 하면서도 어리광이나 엄살을 부리지 않는 애어른 같은 아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 아이라고 두렵지 않을 리가 없다.
부모조차 아이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눈을 마주치지 못 하는 상황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아이는 자원봉사를 하는 장미 할머니를 통해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장미 할머니는 오스카에게 매일매일 하느님께 편지를 쓰면서 하루에 한 가지씩만 소원을 말하라고 한다.
아이의 소원은 무엇일까?
누군가를 믿고 의지하면 마음에 안정이 찾아지고 의지가 되겠지.
그것이 신이든 아니든 그렇지 않을까.
나도 마음이 힘들 때 돌아가신 어머니가 잠들어 계신 곳을 찾는다.
그리고 중얼중얼 혼잣말이라도 어머니께 들려드린다.
어머니가 듣고 어떤 해답을 주시지는 않지만 그냥 위안이 된다고나 할까.
장미 할머니는 남은 12일 중 하루를 10년이라고 일러준다.
결국 오스카는 하루에 10년씩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다.
속성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통해 그 나이에는 어떻게 생각하고 처신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고나 할까.
재미있는 발상이다.
슬픈 이야기이면서 인생을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인데 순간순간 웃음 코드를 던져둔 작가의 솜씨가 돋보인다.
작가의 말에 자신이 체험한 이야기라고 씌어 있다.
소아병동에서 본 것들이 작품의 기초가 되었단다.
맞다.
어른들의 시선으로 보면 중환자인데 아이들은 병원에서도 그저 아이들일 뿐이다.
그래서 함께 체스도 하고, 뛰어놀기도 하고, 서로 놀리기도 하고..
어쩌면 우리가 배워야 하는게 그런 것 아닐까.
가슴 찡하게 감동적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