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모리슨의 작품을 손에 들었다.

토니 모리슨은 노벨상을 받은 최초의 흑인 여성 작가라고 한다.

혹시 작가가 노벨상을 받고 그 무게에 짓눌리지 않았을까 나도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한다.

상을 받으면 더 잘 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들지 않을까.

 

 누가 그랬던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은 대부분 재미가 없다고.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친구들이 내게 그랬었지.

그런 책과 씨름하지 말라고. 후후!

씨름까지는 아니지만 읽는 내내 내용을 곱씹어야 되기는 했다.

 

 제목은 '러브'인데 우리가 사랑하는 그런 '사랑'이 아니다.

애증이라고 해야 할까?

어릴 적 단짝이었던 히드와 크리스틴.

그런데 크리스틴의 할아버지가 10대의 히드와 결혼을 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히드가 선택할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가난에 찌들려 살다가 巨富에게 선택되었다는 것에 감사했을까?

 

 히드가 집안에 들어오고 크리스틴은 할아버지 코지의 말에 꼼짝 못하고 순종하는 어머니 메이에 반항해 집을 떠난다.

그러면서 히드와 크리스틴 간의 치유할 수 없는 벽이 생긴다.

결국 두 사람의 인생 모두 망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겠지.

 

 할아버지 코지가 죽자  크리스틴은 할아버지의 재산을 차지하려 집으로 돌아오지만 히드와의 갈등을 피하지 못하게 되고.

히드 또한 크리스틴을 내쫓지 않아 두 사람은 기이한 동거생활을 하게 된다.

이들이 한때 그토록 좋아했던 소꿉동무는 맞는 것일까?

무조건 그런 상황에서 상대방을 탓하고 원망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흑인 여성의 삶, 그리고 거기에 기반해 군림하는, 가진 자의 권력 등등.

작가는 본인이 흑인이자 여성이어서 시대가 변했어도 생각보다 쉬이 변하지 않는 흑인 여성의 삶에 주목한다.

아직도 어느 정도 피해자의 위치에 있는 존재 말이다.

거기에 흑인 특유의 재즈 선율이 바닥에 깔리는 느낌이 드는 묘한 소설이다.

쉽게 읽히지 않지만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작품이라고나 할까.

 빨치산이었던 아버지.

그리고 작가인 딸.

빨치산이었던 자신의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었다.

 

 아버지가 전봇대에 부딪쳐 죽음을 맞게 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왠지 빨치산 출신 아버지는 죽음도 장엄해야 할 것 같은데 우스꽝스럽게 죽음을 맞게 되니 책을 읽으면서도 다소 의외라는 생각과 함께 피식 웃음이 터진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면서 손님으로 오는 사람들과 아버지의 관계,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딸인 나의 시선 등등  빛나는 구석이 많은 작품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마무리하는 장례식임에도 자꾸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웃게 된다.

그게 이 소설의 장점이겠지.

 

 사실 작가는 살아오면서 참으로 많은 걸 포기했을 것이다.

연좌제가 폐지되었다고 하지만 세상의 눈은 아직도 시퍼랬을 것이고, 그래서 작가는 늘 주눅 든 것처럼 살지 않았을까.

자신을 옭아매었던 아버지의 죽음이 작가를 홀가분하게 만들어 주었을까.

 

 자신의 잘못도 아닌 것에 우리는 참 오래도록 아프고 고통 받았다.

비극적이고 슬픈 우리의 역사이나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지는 말자.

앞으로는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야겠지.

한번 더 읽어보아야겠다 싶은 책이다.

 

진화학자 찰스 다윈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찰스 다윈이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핀치의 부리를 통해 진화론을 확립했다는 사실도 많이 알려져 있다.

다윈이 우연히 해군성 측량선인 비글호에 자연사학자로 승선하게 되면서 남아메리카와 호주, 뉴질랜드,아프리카 등을 5년 동안 돌며 기록한 여행기가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이다.

 

꼼꼼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기록한 여행기를 읽으며 내가 파타고니아를 헤매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도 하고, 야영을 하면서까지 자연을 관찰하려는 다윈의 태도에 감동을 하기도 한다.

곤충과 동물은 물론 지각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 지진이 일어났을 때도 다윈은 주변을 돌아보며 생각을 정리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페루는 그때도 거의 무정부상태였다던가.

남아메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자연도 많고 인구도 많은데 잘 살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한다.

 

 원주민과 백인들간의 갈등도 주의깊게 살펴보는데 그래도 본인이 백인에 기독교 신자여서인지 생각이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래도 원주민들에 대한 편견이 있다고나 할까.

특히 뉴질랜드 원주민에 대해서는 아주 부정적으로 묘사를 한다.

 

 숲, 소금 사막, 바다에까지 다윈의 시선은 곳곳으로 날아간다.

그렇게 기록한 노트가 18권이었다나.

그 노트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 이 책이라고 한다.

다윈은 이번 여행을 통해 기초를 쌓고 다음번에 갈라파고스를 방문한 걸 바탕으로 그 유명한  '종의 기원'을 쓰게 된다.

자연선택설을 주장하게 된 것이다.

 

 책이 워낙 방대해 12월 내내 붙잡고 있었다.

여행기이니 내용이 어렵지는 않지만 처음 듣는 풀이나 나무, 새, 동물들의 이름이 나오니 쉽게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두툼한 책 한 권 끝내면서 한 해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