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화백의 <식객> 열네 번째 책의 소재들은

너무나 익숙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더욱 관심있게 읽었고,

40년이나 먹어왔으면서도 처음으로 알게 된

이들에 관한 지식들로 인해 부끄러웠다.

특히 '김'에 대한 내용은 발품 팔아 얻어진

귀한 지식의 집산물이었다.

그 동안 읽어왔던 수 많은 잡지식들...

진정으로 필요한 지식은 자신의 삶에 직결되는 이러한 지식들이 아닐까?

지금 빌려읽고 있는 <식객> 전집 중에서도

이 책 만큼은 별도로 개인소장 하고픈

욕심이 무럭무럭 생겨날 만큼 좋은 책이다.

책 읽으면서 떠오른 또 하나의 생각.

시대가 발전한다고는 하지만,

식재료의 질은 예전만 못한 것 같다.

물론 무엇이든 귀했던 어린 시절에 먹던 음식과,

요즘 같이 남아도는 시절에 먹는 것을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렇기는 해도 내 기억 속에 있는 황홀했던 음식의 맛을,

요즘 동일한 이름의 식재료에서 좀처럼 다시 느끼지 못한다.

그 중 하나가 이 책의 첫 번째 소재인 대구(大口).

내 고향의 이름과 같아서 더욱 정겨운 생선이다.

'대구포'라든지 지짐(서울살이 꽤 되었지만,

정서적으로 나에게는 지짐과 부침개가 별개로 느껴진다) 등으로

많이 접했던 이 생선을,

요즘은 좀처럼 만날 기회가 없다.

그나마 교회 앞에 있던 볼떼기 집 있을 때는

간간이 맛이라도 볼 수 있었는데...

어릴 때 먹었던 대구포의 맛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아무튼 허영만 화백의 <식객>은 익숙하지만

전혀 몰랐던 생활 속의 음식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해 주는 책이다.

읽어야 할 책은 많지만 지친 뇌세포가

더 이상 책 읽기를 거부하고 있으니

만화를 읽을 최적의 시기이다.ㅎㅎ

단, 찬바람 불면서 식욕이 불 일듯 일어나는 시기에

온갖 종류의 미각을 자극하는 이 책이

과연 얼마나 나를 힘들게 할 것인가...

주지하다시피 <식객>은 음식을 소재로 하는 만화이다.

우선 무려 스물일곱 권이라는 엄청난 분량에 놀라게 된다.

더욱 놀라운 점은 단순한 레시피의 나열이 아니라,

음식 하나하나에 관해 맛깔나는 스토리가 함께 어우러진다는 것이다.

작가나 주변 인물들이 직간접적으로 겪은 일들을 위주인데,

음식이란 정말 우리네 인생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임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된다.

열세 번째 책에서 다루는 음식은

소 내장, 궁중떡볶이, 피라미회, 식혜, 그리고 만두이다.

특별히 가슴 뭉클해지는 스토리는 없었지만,

과거의 언젠가 한 번씩은 먹어봤던 음식이 등장하면

잠시나마 그 때의 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음식은 참 인생을 닮은 듯 하다.

재료에 따라서도, 만드는 사람의 솜씨와 정성에 따라서도

그 맛이 천차만별이다.

지금은 대충 이러면 맛있겠다고

그려지는 재료 때려넣어 끓이는 한심한 수준이지만,

나중에 기회 되면 요리하는 법은 꼭 제대로 배우고 싶다.

특히 국운이 기울어 멸망하던 때에 활동하였던 예레미야와,

포로가 되어 이역만리에서 힘겹게 선지자 역할을 감당했던 에스겔,

그리고 바벨론과 페르시아 양 왕조에서

고위 관리직을 감당했던 다니엘에게 관심이 모아졌다.

김회권 목사님의 <청년설교 2>는

바로 다니엘서 1장부터 7장까지를 본문으로 한 설교 모음집이다.

다니엘과 세 친구의 믿음과 삶은 그야말로 찬란하다.

멸망한 국가의 백성으로 그저 자기 한 목숨 지켜가기에 급급했을 시대에,

마치 하나님의 백성의 영광이란 이런 것임을 증명하는 것 같다.

활활 타는 뜨거운 불길 속에서도 건재하고,

굶주린 사자들이 우굴거리는 굴 속에서도 해를 입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겪는 현실의 삶은 다니엘 3장에서

하나냐 등이 느부갓네살에게 대답했던

구원의 소망이 담긴 대답의 앞부분보다는

'그리 아니하실찌라도'로 시작하는 뒷 부분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니엘과 세 친구는 현실이기 보다는 예외라고 여겨진다.

동서고금의 역사와 지식을 넘나드는

김회권 목사님의 이 책은 굉장히 좋은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간들 가운데 거듭거듭 경험하였던 실패의 상흔들이,

이 가슴 벅찰 메시지에 별로 반응하지 못하게 만듬이 안타깝다.

마지막 즈음에 다니엘에 대한 총평 같은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부모를 잃고 조국을 잃고 자신의 싱싱한 젊음을

포로로 저당잡힌 청소년에게 무슨 낙이 남았겠습니까?

그 허무의 극한에서 그는 하나님과 연락되고 소통하는 삶을 개척함으로써

자신의 기구한 인생을 창조적으로 개척해 간 것입니다.

그의 대적들도 인정하듯이 다니엘은 험악한 세상 한복판에서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한 삶을 산 사람입니다." (216쪽)

다니엘이 이토록 찬란한 별과 같은 위인으로 기억되는 것은,

역으로 그가 살아왔던 시절이 너무나 암울하고 캄캄했기 때문이다.

소년 시절에 뜻을 정하여 왕의 진미 먹기를 거부했던 그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절체절명의 때에도

주저함 없이 마치 보란 듯이 문을 열고 기도의 시간을 지켜갔다.

매일 조금씩 자기를 죽이는

'비영웅적 순교자' 의 삶으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음성에 순종하여

날마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짊어진 채 주님을 따르는 성도가,

이 암울하고 절망적인 시대에

조국과 사회에서 찬란히 빛날 믿음의 영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