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권 해 주셨는데 가장 먼저 추천하신 작가가 팀 체스터였다.

 

특히 그의 책 중 가장 먼저 번역된

<나도 변화될 수 있다>(You Can Change. 2008)는

너무나 Ivp스럽지 않은 표지와 제목으로

독자들의 외면을 받는다고 한탄하셨던 게 기억난다.

 

그 열정적인 간사님은 다름아닌 Ivp 대표간사셨다.

 

 

 

그 때부터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 책을 꼭 읽어 봐야겠다 생각을 했다가,

2년 여 지나서 변화에 대한 필요성으로 읽게 되었다.

 

국내에 여러 권의 책이 번역된 팀 켈러 목사님은

이 책을 일컬어 '이론과 실제의 완벽한 조합'이라는 찬사를 하고 있다.

 

내용은 복음서인데 형식은 일종의 자기개발서에 가깝다.

 

 

 

이론에 그치지 말고 실제의 삶까지 적용하라는 저자의 의도는 알겠다.

 

그런데 뭔가 아구가 맞질 않는다는 찜찜함이 책 읽는 내내 들었다.

 

모두에서 저자는 변화에 관한 기존 접근법의 문제점을

'누구를 위한 변화인가'라는 문제에서 찾고 있다.

 

즉 대부분 변화의 필요성과 목적이 자기 자신을 업그레이드시켜

보다 나은 존재가 되도록 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나 자신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은 타당하다.

 

그러면서도 책의 형식은 기존의 자기개발서와 별 차이가 없다.

 

뿐만 아니라 서문에서 저자는 이 책의 풍부한 실례를 장점으로 들고 있는데,

문화적인 차이 때문인지 그 예들이 나에게는

그다지 호소력이 높게 느껴지지 않았다.

 

 

 

저자가 말하려는 '변화'(change)는

결국 개혁주의에서 늘상 얘기하는 '성화'(Sanctification)였고,

내용 또한 기존에 얘기되는 것과 별 차이가 없어 단조로웠다.

 

2백 페이지 남짓의 적은 분량인데도 잘 안 읽혔다.

 

물론 이 서평은 자기개발서라는 쟝르를 너무나 싫어하는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일 뿐,

이 책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독서후기도 많음을 밝혀 둔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글은 루이스의 출세작인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의 후속이라 할 수 있는

"스크루테이프, 축배를 제안하다"(1959)일 것이다.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면서도 세상과 별로 다르지 않은

오늘날의 미지근한 성도는

사탄도 별로 맛없어 한다는 표현이 재밌었다.

 

 

 

그 외에 이 책의 제목인 '세상의 마지막 밤'을 포함한

여섯 편의 에세이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나에게는'썩은 백합'이라는 짧은 에세이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94번에 나오는

"썩은 백합은 잡초보다 더한 악취를 풍긴다" 에 나온 표현으로,

교양인입네 하면서 시종 교만한 태도를 취하는 사람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나 또한 잠시나마 '평론가'라는 명칭을 붙였었고,

지금도 사적이지만 책이라든지 다른 문화물들에 대해

비평을 하는지라 더욱 섬뜩했다.

 

루이스는 스스로를 '교양인'이라고 자부하는 사람은

마치 자신이 대단한 소양을 갖춘 인물인양 으스대면서,

자기 입맛에 맞지 않으면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흠집만 내기 십상이라는 위험성을 예리하게 짚어내고 있다.

 

 

 

나머지 에세이들도 꽤 흥미롭게 읽었지만,

외계 생명체의 출현이 복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1958년에 쓴 '종교와 우주 개발'은 쫌 황당했다.

 

 

 

루이스의 책들은 이제 대부분 번역되어 출간된 듯 싶다.

 

다른 책들을 읽고나서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게 되면,

이번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흥미거리를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자녀를 둔 부모의 심경,

매일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심경은 더욱 답답할 것이다.

 

나야 이래저래 살다가 가면 그만이라 하겠지만,

'백 세 시대'를 맞아 그야말로 살아갈 날이 구만 리 같은 이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

 

제 정신 가진 사람이라면

'내가 이렇게 살았으니까 너희도 이렇게 살아라'고 할 수 있을까?

 

 

 

도올 김용옥의 형이자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과 깊은 통찰을 통해

연이어 흥미로운 책들을 써 냄으로써

'한국의 움페르트 에코'라는 칭송을 받는

김용규 선생의 신작 <생각의 시대>는,

이러한 답답함에 뭔가 신선한 생명의 빛이 드리워진 듯한

반가움을 느끼게 한 책이다.

 

"사람은 다가오는 시대에 시선을 고정함으로써

자기의 시대에 드리울 빛과 어둠을 지각해야 한다.

 

모든 다가오는 시대는 아직 어둡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것이 새벽인지 황혼인지가 불분명하다.

 

따라서 누구든 깨어 있으려면 빛보다는

어둠의 속성과 크기를 지각할 줄 알아야 한다.

 

빛은 경계하지 않아도 되지만

어둠은 반드시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맺음말 중에서)

 

 

 

모든 다가오는 시대가 어둡다지만,

지난 시대의 가치기준이 죄다 붕괴되다시피 한

미래 시대에 대한 느낌은 공포스럽다.

 

 

 

저자는 프랑스 철학자 미셸 세르의 표현을 빌려

아이들 세대를 '엄지세대'라고 지칭한다.

 

자신의 머리에 쌓인 지식을 활용하기 보다,

손에 들고 다니는 스마트 기기를 엄지손가락으로 다루는 데

능숙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정보와 지식은 어디서든 전송받을 수 있지만,

진실과 지혜는 자신의 머리 속에서만 나온다는 것이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에서 강조했던

은유, 원리, 문장, 수, 수사라는 생각의 도구들을 활용함으로써,

다가오는 시대를 그저 불안하게 바라보지 않고

그 변화의 흐름을 즐길 수 있는 '능력자'가 되는 법을 제시해 준다.

 

저자가 무슨 미래에 대한 엄청난 예지력이 있는 특별한 사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단순히 과거의 원리를 끄집어내는 정도가 아닌,

이러한 능력을 길러 줄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김용규 <생각의 시대> (살림. 2014)

 

단지 '2014년 올해의 책' 정도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공부하고 살아야겠다는 전망을 제시해 준

'내 인생의 책' 중 한 권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