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그 날 처음 봤고, 그나마 몇 명만 약간 아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한 작가를 좋아한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여타 모임에서는 쉽사리 들을 수 없었던 진솔한 나눔과 토론이 이어졌다.

 

교회에서는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일이다.

 

 

 

돌아오면서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고작 처음 만난 사람들 간에 있었던 성도의 교제가,

왜 교회에서는 거의 없지?'

 

 

 

청어람 아카데미 양희송 대표는 오래 전부터

교회를 떠나는 그리스도인들에 대해 고민을 해 왔다.

 

단지 책상 앞에서의 고뇌가 아니라,

실제로 그들과 함께 예배드리고 교제하며 연구했다.

 

그저 기성교회에 적응하지 못한 '탈영병'이 아니라,

비록 제도권 교회의 밖에 있지만

여전히 성도의 마인드를 품고 살아가는 '세속성자'로 대접하면서.

 

 

 

작년에 낸 <다시 프로테스탄트>가

총론 격으로 변화의 깃발을 내 건 책이라면,

얼마 전에 나온 <가나안 성도, 교회밖 신앙>은

각론의 처음으로 교회를 떠난 성도들에 대한 고찰이다.

 

적게는 100만, 많게는 160만 명의 사람들이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 하면서도

기성 교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는, 이른바 '가나안 성도'라고 한다.

 

이 책은 이들이 어떠한 이유로 교회를 떠나게 되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써의 현실적인 움직임,

그리고 성경에 나오는'에클레시아'의 본래적 의미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2백 페이지도 안 되기에 빨리 보면 두 시간 정도만에 완독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를 통해 제기된 의문점과 고민은 쉽사리 해결될 수 없다.

 

 

 

오늘날 한국교회를 생각하면 자꾸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세월호'...

 

가라앉아 가는데 가만히 있으라고만 한다.

 

성도들이 각자의 삶 속에서

얼마나 고단한 짐을 지고 사는지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그저 어떻게든 충성과 헌신이라는 속박으로 얽어매어,

견디다 못해 결국 지쳐서 나가 떨어지게 만드는 데만 혈안이 된 듯 하다.

 

'자기목적적 존재'가 되어 각각의 성도에 대한 관심을 잃은 교회에,

성도는 왜 그토록 충성하고 헌신해야만 하나?

 

 

 

교회 밖 성도들의 고민과 싸움은 결국 한국교회가 함께 짊어져야 한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듯이,

이들이 고민하다 지쳐서 신앙을 떠나면

아직까지는 교회에 소속되어 있지만

잠재적인 '가나안 성도'들이 대거 이탈할 것이다.

 

 

 

한국교회의 내일인 청년 세대가 이렇게 무너지고 있다.

 

밥그릇 싸움에 눈이 뻘건 한심한 작자들의 눈에는

이 것이 얼마나 큰 위기인지 도무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가라앉는 배에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자신들만 탈출한 무책임한 인간들과 무엇이 다른가?

 

하지만, 만만치 않은 삶의 문제들은 무엇 하나 해결되는 것은 없이

마구마구 엉켜서 뫼비우스의 띠처럼 되었다.

 

풀리지 않는 삶의 매듭으로 죽을만큼 힘들던 어느 날,

수련회의 밤에 하나님께서는 나를 만나 주셨다.

 

그리고 감당할 수 없을만치 커져 버린 매듭을 주님께 넘겨드렸다.

 

대학교 4학년 Ivf 전국수련회 세째 날 집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도널드 맥컬로우의 <모자람의 위안>…

 

부제는 '삶의 한계를 긍정하고 감사하는 법'이다.

 

'자조'(Self-help)는 미국인들의 가장 굳건한 신앙의 기초이다.

 

 

 

스스로 인생의 주체가 되어 책임지는 삶을 산다는 것이 물론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런데 과연 인간이 자신의 삶 속에 부닥치는

모든 문제들에 책임을 질 수 있는가?

 

나이가 든다든지, 능력이 부족하다든지,

인간관계가 어려워진다든지 등으로

인생에는 어쩔 수 없는 한계들이 있다.

 

 

 

저자는 이러한 한계들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한계의 긍정적인 면도 바라보자는 메시지를

여러 방면의 한계들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한다.

 

문제 의식과 메시지는 참 탁월한 책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책을 읽는 내내 내용에 깊이 빠져들게 되기 보다는

만만치 않은 불편함과 거부감이 들었다.

 

물론 주제 자체가 삶의 부정적인 면을 다루고 있으니 편할 리가 없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너무 다양한 방면의 접근을 하려다 보니

저자 자신의 묵상과 통찰이 거의 담기지 못하고

주마간산 격으로 스치듯이 지나친다는 점이다.

 

 

 

이 주제가 이렇게 자기개발서 쓰듯이 술술 써지는 주제인가?

 

그 무성의함에 읽으면서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를 지경이었다.

 

이 책 한 권으로 저자를 폄하하는 것 같아서

그의 다른 저서를 이어서 읽어볼 예정이다.

 

2년 전에는 Ivp 모던클래식 10권으로 북스터디를 했고,

그 중 레슬리 뉴비긴, 로널드 사이더,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책은 발제를 했었다.

 

 

 

Ivp가 한국 기독교인들에게 미친 영향력 중 가장 큰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이 곳을 통해 기라성 같은 저자들의 책이

일반 기독교인들이 읽을 수 있게 된 점을 들 수 있다.

 

존 스토트, 제임스 패커, 고든 맥도널드, 폴 투르니에,

마르바 던, 유진 피터슨, 톰 라이트 등 대표적인 인물도 많다.

 

이들의 책을 읽어가면서, 한국의 지성적인 기독교인들은

그저 주일에 강단에서 나오는 설교 일변도의 신앙을 넘어서

자기 스스로 생각의 주체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한 10여 년 전인

2천년 대 중후반부터 Ivp의 라인업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생겨났다.

 

이른바 '영성'을 강조하는 저자들의 저서가 다수 출현한 것이다.

 

바쁜 직장생활로 예전처럼 일일이 찾아 읽지는 못했지만,

지성 위주의 신앙에서 그 폭을 넓히고자 하는

시도라 생각하여 환영하는 입장이었다.

 

 

 

작년에 찰스 포스터의 책을 읽었고,

이번에 레너드 스윗의 <관계의 영성>이란 책을 읽었다.

 

Ivp 책들 중에서도 가장 예쁘고 산뜻한 표지와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제목의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제 또한 교리와 명제를 넘어 하나님과의 신비로운 관계에 대한 것이라니

자못 기대감이 높았다.

 

번역서 같지 않게 잘 읽히는 문체 또한 이 책의 강점이다.

 

 

 

그런데 책을 읽어 나가면서 몇 가지 석연찮은 점들이 떠올랐다.

 

가장 먼저 떠 오른 생각은 이런 접근이

과연 우리 현실에 얼마나 부합할까 하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서양인과 동양인은 사고방식이 전혀 다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지적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서구의 기독교인들의 사고방식이다.

 

그들에게 기독교는 몇 가지 명제와 교리로 정립되어진 사고의 결정체이지,

각 성도가 하나님과의 개인적이고 밀접한 관계를 통해 형성되어진 것이 아니다.

 

사고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신비로운 관계로의 길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저술 목적이다.

 

 

 

그런데 한국의 기독교인들에게 과연 사고와 교리로 정립되어진 신앙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의문이다.

 

도리어 사고와 교리 없는 너무나 추상적이고

자기 중심의 기복신앙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물론 이러한 점을 저자에게 문제 삼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 보다 본질적인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저자에게 하나님과 성도의 밀접한 관계는,

모든 성경을 해석하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령 창세기 22장에서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 든 것을,

관계를 중시하시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기대하셨던 것이

지난 번 소돔의 경우에서처럼 협상이었기에

이러한 맹목적인 행동은 하나님의 뜻을 오해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성경에서 이에 대해 잘잘못을 평하고 있지 않으니

이 또한 틀린 해석이라 할 수도 없겠지만,

적어도 내 관점으로는 성경 본문의 권위보다

하나님은 관계를 가장 중요시하신다는 자신의 견해를

보다 우위에 놓은 것으로 보여졌다.

 

 

 

이 뿐만 아니라 도대체 이게 근거가 되나 싶은

기상천외한 내용을 끌어와서 독특한 주장을 하는 것이 수두룩하다.

 

겨우 한 권 읽고 20여 년 동안 형성된 Ivp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지는 않지만,

적어도 앞으로 레너드 스윗과 영성에 대한 책을 쓴

여타 저자들의 책을 읽을 때는 비판적인 관점을 견지해야 할 듯 싶다.

 

Ivp가 길을 잃은 것인지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하는

내가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레너드 스윗의 <관계의 영성>이라는 책을 통해

무슨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건지 햇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