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모든 면에서 나를 앞서갈 때 속상하고 비교되는 마음을 다스리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남의 글을 몰래 가져다 써도 될까요?

눈에 보이지 않으니 아무도 모르게 넘어가면 그만일까요?

 

<말과 글에도 주인이 있어요>는 은별이가 시창작 대회에서 1등을 하기 위해 남의 글을 짜집기해 쓰다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저작권의 중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누구나 한번쯤 겪게 될 경쟁심을 소재로 한 동화인데다 심리 묘사가 잘 되어 있어서 아이가 재미있게 읽네요. 한바탕 소동을 겪으며 친구들 마음은 한뼘씩 자라고, 서로의 우정도 확인하게 되지요. 특히 은별이의 입장에서 읽으면 나의 아이디어가 아닌 것을 내 것처럼 쓰는 일이 얼마나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인지 배울 수 있어요. 친구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표현해 내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것까지요!

 

동화 속에서 찬우의 할아버지이자 시인으로 등장한 박은수 선생님의 '저작권 이야기'는 저작권에 대한 다양하고 상세한 지식을 전달합니다. 저작권이란 무엇인지, 어문 저작물과 미술 저작물, 작가의 명예를 보호하는 저작 인격권과 작가의 재산을 보호하는 저작 재산권, 저작권에 반드시 필요한 창작자의 '아이디어', 표절과 패러디의 차이 등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딸이 나뭇잎을 비늘처럼 그렸다가 누군가 나뭇잎이 비늘같다. 징그럽다..고 말해 상처받았던 일이 떠오르네요. 그런 아이를 위로하느라 "누구도 나뭇잎을 이렇게 그릴 생각을 못 했을 거야. 이건 이제 너만의 나뭇잎이네!" 라고 했더니 "나뭇잎을 빽빽히 그려 넣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괜히 비웃고 말이야" 라며 방긋 웃었더랬죠. 자기만의 표현의 중요성을 그 때 조금이나마 깨달았다면, 이 책을 통해 그 느낌이 보다 분명하고 정확해졌을 거라 생각됩니다. 내가 만들어 낸 나만의 것이라는 보이지 않는 꼬리표, 막강한 권리와 막중한 책임을 동시에 지우는 저작권에 대해 배웠으니 말이죠.

 

 

 

 

 

 

 

 

 

 

 

"나는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을 걸어왔습니다.

나는 주춤거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나는 도중에 발을 잘못 내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나는커다란 언덕을 올라간 뒤에야

올라가야 할 언덕이 더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는 비밀을 알았습니다.

내가 가야 할 머나먼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감히 꾸물거릴 수가 없습니다."

-(본문 p.109)

 

넬슨 만델라의 이 연설문 하나만으로 그의 생애가 다 설명이 되는 느낌입니다. 전 생애를 차별 철폐를 위해 바치고, 자유를 위해 투쟁한 그는 마침내 용서와 화해, 평화의 아이콘이자 위대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지요.

 

 

전 세계가 원하는 지도자, 용서와 화합의 상징, 흑인 인권의 수호자...넬슨 만델라 자서전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의 어린이판이 출간되었네요. 기존 자서전을 어린이를 위한 버전으로 축약해 펴냈답니다.

넬슨 만델라는 1918년 7월 18일, 음베조에서 템부족 추장의 아들로 태어났어요. 아버지는 엄격하지만 닮고 싶은 어른이었고, 어머니는 친절을 중히 여기는 분이셨네요.

성장 과정에서 사회 제도의 불합리함을 인식한 그는 포트헤어 대학 퇴학을 계기로 본격적 인권 운동가의 길을 걷게 됩니다. 변호사로서 흑인의 어려움을 대변하기도 하고, 아파르트헤이트(흑인과 백인을 분리하는 인종 분리 정책) 반대하는 비폭력 불복종 운동을 벌였습니다. 27년을 감옥에서 보내면서도 새로운 남아프리카를 위한 대화를 계속했던 그는 일흔 살의 나이에 비로소 석방되었고,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1994년 국민 모두가 투표해서 뽑은 최초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자, 첫 흑인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만델라 스스로 전하는 그의 기나긴 생애를 통해 그의 화해의 정신이, 평화를 향한 의지가 어린이들 마음 속으로 스며들길 바라 봅니다.

 

지도를 보면 수감 생활을 했던 곳, 태어난 곳, 다닌 대학 등을 짚어 볼 수 있네요.

세계 지도 속에서 내가 읽는 인물의 배경을 찾아 보는 것이 재미있어요.

 

건강이 악화되어도 그의 미소는 여전히 따뜻하네요.

증손자와 함께 이 책을 들고 있는 만델라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

네 아픔을 내가 다 업고 가마.

엄마는 아무 말이 없지만.. 그 사랑이 크게 울리네요.

<가방 들어주는 아이>의 작가 고정욱 선생님의 책입니다. 실제로 1급 장애인인 작가님을 어머니는 초등학교 6년 내내 매일 업고 등하교시키셨대요. 바위처럼 묵직하고 단단한 그 사랑이 지금의 작가님을 있게 한 거겠죠.

세일이는 학교 복도를 기어다녀야 할 정도로 자기 몸을 가누지 못합니다. 제 맘대로 휘청이는 다리로 친구들과 어울리기란 얼마나 두렵고 어려운 일이었을까요. '굳세게' 지내자는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터지는 오줌보를 누르는 것처럼 친구들의 놀림을 견디고, 오해도 견디는 세일이가 참 대견합니다. 엄마 또한 아들이 가진 장애의 무게를 등에 지고 세상의 오해와 편견에 굳건히 버티고 맞서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입이 돌아가게 힘이 들어도, 멀리 계신 아빠 대신 세 아이의 양육을 책임지고 있어도 엄마는 힘든 내색이 없으십니다. 그런 엄마를 보며 세일이는 성장하지요. 오줌을 지리는 대신 빈 깡통을 슬그머니 가방에 집어넣고, 남과 다른 나만의 개성 있는 그림을 그리려 애쓰고, 세상에서 최고 좋은 학교를 가려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처럼요.

나라면...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며 먼저 지치거나 짜증내지 않고 한결같이 굳건한 엄마가 되어 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제가 하는 (특히 공부와 관련된) 소소한 다그침들이 참 하찮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큰 그림을 그리고 묵묵히 기다려 준다면 세일이처럼 아이들은 스스로 변화할 가능성이 무한할 텐데 말이죠. 내 품도 아이에게 좋은 쉼터가 되고, 정서적 배경이 되고, 발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샘솟게 만드는 훌륭한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