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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자의 『얼음꽃 사랑』은 크게 4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문정영(시인)
“내 푸르렀던 생애의 꽃잎들// 붉은 상처로 바람 속에 흩날린다 해도// 아직 지상에 남아 있는 살과 혼// 그 위로 흘러가는 마른 향기는// 깊고 아늑한 어느 골짜기 자작나무숲// 뿌리에까지 차갑게 서럽게 흘러 들어가// 적멸 속으로 한없이 스며들어 가면// 들꽃과 새들에게 남은 날들 나누어주고// 따스한 눈물 되어 긴 세월 적시다가// 만다라 꽃 한 송이로 지고천 어디쯤 다시 피어나리라”(「풍장」) 이 작품이 이 시집 마지막 차례가 된 이유가 있다. 인간은 죽음 앞에서는 경건하다. 바람에 사라져가는 것들은 살아오면서 겪은 사랑이며 그리움이며 이별 후의 상처다. 그것들 다 비워내고 “만다라 꽃 한 송이”로 피어날 것이라는 이 가볍지 않은 사상 앞에서 이 시집의 모든 시편들이 엎드리리라. 그리하여 아직 남은 날들 앞에서 잘살다가 가야겠다는 다짐을 스스로 엄숙하게 가져보리라. 이 시집을 읽은 독자는 한 번뿐인 삶을 경건하게 받아들일 것이라 믿는다. 그리하여 제 일생의 꽃을 활짝 피웠으면 한다.


첫 시집을 출간하던 감격이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새 30여 년이 흘렀다. 다섯 번째 시집을 늦게야 묶는다. 긴 세월 나를 기다려준 시, 시를 기다린 나. 고통의 시간을 통과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며 기쁨의 시간도 함께 건너와 오늘까지 나를 살게 한 나의 시혼에 경배한다.

아침마다 창을 열면 언제나 저 멀리 보이는 모악산의 능선, 그 유장한 어깨에게도 감사한다. 새벽녘 푸른 이내에 잠겨 있는 모습, 노을을 태우며 장렬하게 지는 일몰의 풍경, 계절마다 변하는 산색으로 끝없는 대화를 나눈 골짜기마다의 사랑 너머 사랑, 깊은 침묵 속에서 고요히 저무는 성자 같은 모습은 내 삶을 고요와 명상으로 이끌어 주는 나의 수행처가 되었다. 그래서 모악은 언제나 나를 새롭게 하는 도반이면서 끝없는 경전이었다.

나의 삶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은 시를 읽고 쓰는 시간들이었다. 일모도원이라 했던가, 날은 저무는데 갈 길은 아직 멀다. 다시 행장을 차리고 연푸른 새벽길을 나선다.
언제나 힘이 되어주었던 가족들과 오랜 세월 나의 시를 아끼고 사랑해준 국문과 동기생님들하고도 출간의 기쁨을 함께 나눈다.

2024년 5월
모악을 바라보며

1부

저마다 길이 있어 19
벚꽃 그늘에 앉아 20
남천 22
공중그네 24
꽃신 26
백목련 송이들의 푸른 연주법 27
어느 날 그대가 내게로 와 28
능소화 29
금잔화 꽃길 30
네가 오지 않는 동안 32
그리운 해안가 33
2월, 우수라벤더 꽃밭을 지나며 35
덕진역 근처 36
변산 바다, 2월 38
선암사 왕벚꽃 40
불회사동백 42
벚꽃잎 흩날리는 날 43

2부

치자꽃 피던 저녁 47
모란의 사랑 48
나무가 된 화가 50
산비 51
매미의 생애 52
초복모란꽃 한 송이 55
등꽃 피는 계절에 56
목련 두 그루 58
한 마리 산굼새가 되어 60
에움길 62
남해에서 64
금강 도서관 66
강물과 새, 꽃과 풀잎에게 묻는다 68
부여에 다시 가면 70
환삼덩굴 72
천왕봉 오르는 길 74
저물 무렵 77

3부

모과 한 알 81
도반새들의 적막 83
사과나무 사랑 84
다 들어있네 85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하는 달 86
사랑을 품다 88
백자 항아리 89
만추, 은행나무 90
바다가 그리운 날 92
너머 94
어떤 수행법 96
팡세와 억새 98
슬픔을 오래 삭인 나무 99
곰소항 100
청보라 구절초 102
위봉사 은행나무 104
선운사 꽃무릇 106

4부

부석사 무량수전에서 111
허공에서 이따금 112
시간은 슬픔이기에 113
얼음꽃 사랑 114
눈 내리는 날의 마당재 116
널배 위의 생 118
십장생과 놀다 120
동굴 탐사 122
겨울 직소 124
내 마음을 풍등처럼 126
뒷모습 128
이명정침묵 경전 132
특별한 독서법 133
고흐의 방 134
십이월의 시 136
천리향 138

풍장■ 해설|문정영(시인) 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