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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의 숨결이 부푸는 하얀 꽃”

한산 스님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이병석의 시에 진동하고 있다. 호탕한 선객이 아니라면 이런 시를 쓸 수 없다. 얌전히 경전이나 뒤적거리는 골방 스님이 아니다. 그런 것을 뛰어넘어 나뭇가지가 흔들거리고 빈 골짜기가 덩실덩실 춤을 추는 세상이 진정한 불교의 세계라는 것이 그가 우리에게 전하는 깨달음일 것이다.(……)
그는 이번 시집을 통해 만해 한용운에서 무산 오현을 거쳐 한국불교시의 맥을 잇는 한 시인으로 거듭나고 있다.(최동호, 시인, 고려대 명예교수)

여는 시

꽃향기에 떠가는 별

낮과 밤 잊어버린 물의
노래와 춤에 꽃 떨어져 붉은
빛 천리 만리 흘러내리고

천 자태 만 자랑
꽃들 피워 안았던 가슴 비우고
허연 수염 휘날리며 산과 물 얼리던 하늘
칠흑 한밤 터트린 천둥 한 소리에 무너져

계절 밖
어디라 없이 열린 고향
무소부지無所不至로 떠올라 하얀 기쁨
꽃으로 다 피어난다

천년 세월 스쳐 가는 들녘
눈 서리 비바람 입고 맞으며 앉은
돌사람 미간 떠나 날아가누나 별
피는 꽃 향기 위에 떠 올라가누나
날아가는 별빛 비치어 밝아라 영겁永劫

1부 내 고향 백화 만발

앞서가는 죽음 | 15
천자봉의 밤 | 16
소 타고 나선 길 | 18
소식 | 19
돌여인[石女] | 20
바위에 올라 | 22
야밀송夜密頌 | 23
미륵불을 받들다 1 | 24
마륵불을 받들다 2 | 25
착著 | 26


2부 새벽의 노래

절벽 아래 파안대소破顔大笑 | 29
한산寒山 스님 웃음소리에 | 31
꿈의 뒷산 | 32
별빛 | 33
오륙도 1 | 34
오륙도 2 | 35
절영도絶影島 1 | 36
절영도絶影島 2 | 37
절영도 태종대 | 38
아치섬 한국해양대학 | 39
청학동 학 날아 | 40
거칠산국 장산국 | 41


3부 영덕의 봄날

고래불(市) | 45
고래불 금모래 밭 | 47
고래불 지켜 선 소나무 병풍 | 49
관어대에 오르는 길 | 50
관어대에 올라 1 | 51
관어대에 올라 2 | 52
관어대에 올라 3 | 53
상대산 진달래 | 54
호지濠池마을 | 55
신돌석申乭石 사당 앞에서 | 56
목은牧隱 기념관에 올라 | 58
나옹왕사懶翁王師 정각에 올랐다가 | 59


4부 개울 물

영겁이 둥실둥실 | 63
물의 노래와 춤 | 64
금 모래 쓰다듬어 | 65
망건쟁이 | 67
소금쟁이 | 69
정토로 가는 꿈길 | 70
버들강아지의 개안 | 72
연노랑 울음 | 73
바람이 기쁨 실어 | 74
빨간 동화 | 75
새푸른 질주 | 76
검푸른 한 겹 이불 | 77
낙화류거落花流去 | 78
잎 떨어지는 징검다리 | 79
부엉이 울음 1 | 81
부엉이 울음 2 | 82
떠가는 구름에 | 83


5부 미소 동동 새날에

미소 한 떨기 1 | 87
미소 한 떨기 2 | 88
선방에 피는 난꽃 | 89
청량산 솔바람 대바람 | 90
설악산 2 | 91
설악산 3 | 92
설악산 4 | 93
설악산 5 | 94
설악산 6 | 95
설악산 7 | 96
궁남지 | 97
애룡강 바라보며 | 102
서해로만 흐르기로 | 104
설악이 간 데 없네 | 105
무산 대종사 영전 | 107
무산 대종사 비 제막일에 | 108
닫는 시 | 110
해설 | 정토의 숨결이 부푸는 하얀 꽃 | 최동호 | 112

산은
잠든 새들의 노래 안고 이 밤
적막 삭여 꿈 만 리 돌아들고

세월이
가라앉아 숨죽이는 골짝
깊이 흘러내린 어둑새벽
검푸른 장삼자락 속으로
쪽박달 여린 빛 스며 내린다

만 첩첩
가슴 속 고요 걸러 내려 절벽
아래 고이는 물우물

물
한 모금 떠 마시고
황금 쪽박 던져 내리니 우물
온통 파안대소
일렁출렁 우물에 넘치는 황금 춤결

억겁
높이 뜬 별들 안고 내린
하늘 산산 깨뜨러진다
쟁그랑 쟁쟁쟁
- 「절벽 아래 파안대소破顔大笑」

귀먹어 오로지 텅텅
비어버린 골짝 정 인시寅時
송경頌經 소리 높혀 푸른 새벽 일깨우고
목탁 쳐
별 올리고
목탁 쳐
구름 띄워 보내나니

날마다 새로 열리는 기쁨에
나무들 일어서서 너울너울
풀잎들 앉고 누워 나올나올

바람 불어 실려 오는
퍼어렇게 실려 오는
한산 스님 웃음소리에
나무나무 가지가지 흔들흔들
빈 골짝 절로 덩실 춤에 겨워 덩실덩실
- 「한산寒山 스님 웃음소리에」


밤 되어 드맑아지는 개울물의
노래 따라 춤 따라 내렸을까

둔덕 너머 개울물가 왕버드나무
가슴 속 부엉이 깃들었네

부엉이 울음 한 번 토하니
까만 밤 두꺼비처럼 부풀고

또 한 번 부엉이 울음 토하니
여우의 울음소리 들 밖으로 밀려나네

부우엉!
푸르러라 정토의 숨결
- 「부엉이 울음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