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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푸른 추억 위에 서다 : 강은교 에세이[양장/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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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강은교
  • 출판사 : 솔과학
  • 발행 : 2021년 08월 30일
  • 쪽수 : 288
  • ISBN : 979118712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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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가 좋아하는 저녁 종소리처럼 여운이 오래가는 생각의 깊이, 삶의 무게, 표현의 넓이를 느끼게 해 주는 책!

흐르는 물과 같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한 편의 시, 정겨운 러브레터로 다가오는 이 에세이집은 책의 제목과 같이 푸른 추억들이 담긴 푸른 향기로 가득하다!

화분에 숨어있는 대지의 숨소리를 들으며 느림의 아늑함, 허술하고 낡은 것의 편안함을 예찬하는 글들에 공감하며 유년의 추억들이 왜 삶의 힘이 되는지를 깨닫게 된다!

매일 보면서도 지나치는 소소한 아름다움, 너무 가까이 있어 놓치고 사는 일상의 고마움을 새롭게 발견하며 우리도 시인이 된다!

어둡고 괴로웠던 고통이 시간들이 왜 감사의 선물이 될 수 있는지를 함께 느끼고 배우며 작가가 차려준 아름다운 언어의 식탁에 앉아보자. 그동안 잃어버렸던 경탄의 감각을 다시 찾으며 삶에 대한 경이로움을 재발견하는 기쁨으로 좀 더 겸허하고 행복해질 것이다!
- 이해인 (수녀, 시인)

목차

추천의 글 이해인(수녀. 시인) _4
작가의 말 강은교 에세이 〈그 푸른 추억 위에 서다〉 _6

1. 공간의 미소
다락 _12 | 골목 _17 | 공터 _23 | 뒷곁 _26 | 문턱의 노래 _32
아궁이 _35 | 아랫목을 위하여 _40 | 옥상 _43 | 우물 _48
처마 _53

2. 도사리
9월에는 _58 | 도사리 _63 | 반갑다, 어둠이여, 당신이 있으니
내가 밝은 것을··· _68 | 비단스카프 _73 | 신발 _74
유년의 집 _79 | 존재의 샘 _83 | 칼치 _86
푸른 막대기 _89

3. 폐 철길을 걸으며
가을길 위에서 _96 | 가족, 그 따뜻한 마당의 심층수 _100
첨 가는 길 _104 | 그리고 당신의 편지를 읽는다 _108
그 푸른 극장 _114 | 마시지 말고 머금어라 _119
사랑이란 무엇일까 _123 | 지상의 방 한 칸 _127
폐 철길을 걸으며 _131 |헤세시절을 위하여 _134

4. 좀 구겨진 옷
꽃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_142
잡초 _146 | 자스민 화분 _152
그 담쟁이가 말했다 _154 | 수영장 이야기 _159
보이지 않는 것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_162
그 중국인 악사 _168 | 어머니의 편지 _171
옥수수의 춤, 물의 춤 _175 | 좀 구겨진 옷 _181
젖어라, 비에 _189 |레베카의 낙서 _192
가끔 느리게 가고 싶다 _195

5. 얼굴들
캘리포니아의 바늘 _200 | 얼굴들 _203 | 옆집 사람 _210
나도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_215 | 내 사랑 지니 _218
마음의 접속 _221 | 인도의 램프 _226
바보시대 전문가시대? _229 | 만년필 _233
텔레그라프 거리 _237 | 죤스타인백 하우스 _241 | 개 _245

6. 산물푸레나무
야마구찌의 수세미 _252 | 새 _256 | 산물푸레나무 _259
‘추억하기’ 연구 _263 | 종 _268 | 그 로타리 _272
부상을 당한 건 결코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_275
철쭉꽃 두 송이 _278 | 부재여, 결핍이여 _281

본문중에서

서문 - 강은교 에세이 〈그 푸른 추억 위에 서다〉
지금 내가 가진 것 :
너무 큰 가방, 너무 무거운 코트, 서랍이 너무 많은 신발장, 떠날 시각이 지나가버린 은빛 기차표, 팔락거리는 한밤중 창의 눈까풀들, 만질길 없는 새벽녘, 손톱에 꽈악 낀 고독, 그리고, 그리고 이 세상, 만질 길 없는 지금, 질기디 질긴 파도의 바닥,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너와 걸은 오솔길, 거기 피어 있던 보랏빛 흰술패랭이꽃, 기타, 기타아, 등등, 둥둥. (제13시집 「바리연가집」 중 ‘지금 내가 가진 것’)

이 시를 머리말 삼아 싣는다. 그리고 여기에 한 마디 덧붙인다.
어느새 추억이 다정한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그 추억은 언제나 푸른 색이다.
새벽 4시면 창 앞에 앉아, 푸르다가 순간 보랏빛이 되는 여명 속에서 건진 지난 낮, 지난 시간들의 누추하고 하찮은 것들의 이야기, 누추한, 하찮음 속의 아름다움, 그것을 쓰고 싶었다. 그 위에 살풋이 서고 싶었다.

그 집의 가장 깊은 곳에 있으며 그 집의 많은 비밀을 품고 있기 마련인 다락은 집의 혼이다. 집의 구석에 달린 심장이다. 집의 꿈이다. 그것이 두근거릴 때 그 집에 살고 있는 이들은 모두 가슴이 두근거리며, 그것이 꿈꿀 때 그 집에 몸을 의탁하고 있는 모든 사물들은 깊은 동경으로 온 몸이 들썩거린다.
(p.15 중에서)

우리네 삶을 살만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말하자면 ‘포크레인 같은 기계화된, 인간의 힘을 넘어선 힘세고 편리한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이 힘든 계절에 깊이 든다. 처마는 오히려 우리네 삶을 꽤 괜찮은 것으로 만들어주는, 우리의 선인들이 만든 문화의 구조적 장치가 아니었을까? 다정함과 따뜻함의 문화.
처마는 ‘여럿’을 생각하게 한다. 더 이상 홀로 비를 피하는 이들이 아닌 우리들, 고독하게 죽어가지도 않을 우리들을 말해 주는 다정한 그 어떤 것, 피신처라고나 할까?
한 집단의 문화란 그렇게, 고독을 이기게 해주는 것이어야 하리라. 여럿이 눈을, 비를 피할 수 있게 하는 처마같은 오늘의 문화, 그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가 만들어야 할 이상의 문화이리라. 그 처마 아래서 세상은 결코 혼자 사는 고독한 곳이 아닌, 혼자일까봐 두려워 떨지 않아도 좋은 그런 곳이 되리라.
(p.55 중에서)

모두冒頭에 제시한 글의 끝 부분에서 이규보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나는 매미 몸에 뒤얽힌 거미줄을 풀어주면서 다음과 같이 간곡한 말로 당부하였다.
“우선 울창한 숲을 찾아서 가거라. 그리고 깨끗한 곳을 골라 자리를 잡되 자주 나다니지 말아라. 탐욕스런 거미들이 너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네. 그렇다고 같은 곳에서만 너무 오래 있지는 말아야 한다. 버마재비란 놈이 뒤에서 너를 노리고 있으니 말이네. 너는 너의 거취를 조심한 다음이라야 어려움없이 살아갈 수 있을 걸세.”
나도 잡초에게 이어서 말한다. “그런 다음, 여기가 울창한 너의 숲이 되게 하여라. 지금 이 순간, 여기서 열심히 너의 몸을 살찌우거라. 욕심과 집착에 찬 손 혹은 이 좁은 화분 속의 흙이 언제 너를 버릴지 모르니 …….”
[이규보, 「매미를 살려준 부」 중에서]
(pp.150~151 중에서)

나는 아주 근사하게 가방을 고쳤다. 포기했던 가방이었는데 …… 그러고 보니 버클리 여기에는 그런 「수선하는 도구」들이 참 많다. 그냥 버리는 게 나았을 가방 …… 정말 너무 쉽게 버리면서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인생들도 쉽게 버리는 일들이 사방에서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자기가 만든 삶의 「그림자」들도 너무 쉽게 버리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헌 데가 많은 삶들, 그것들을 늘 꿰매며 수선하는 바늘을 가진다면? 자기의 삶의 헌 데 뿐만이 아니라 타인의 헌 데가 많은 삶까지도 껴안아 수선하는 그런 ‘사랑법’의 바늘을 가진다면? 캘리포니아의 눈부신 햇빛 밑에서 잠시 해본 생각이다.
(pp.201~202 중에서)

‘불’이라는 고통을 지나면서 생존을 계속하는 산물푸레나무 …….

나는 나에게 물어본다.
‘너는 그런가. 그렇게 고통의 허리를 타 넘으면서, 고통 속에서 살려고 하고 있는가. 될수록 편하게, 될수록 따뜻하게, 될수록 쉽게, 그렇게만 살려고 하고 있지는 않는가.

고통이야 말로 스승이다. 그 산물푸레나무는 그러므로 너의 스승이다.’

백사장엘 나간다. 둥그렇게 주홍색으로 태양이 지고 있다. 나는 모래밭에 아무렇게나 굴러있는 나무 막대기 위에 앉는다.
앉고 보니 내 발밑에는 무수한, 동글동글한 모래 흙덩이들이 누워 있다. 그 모래 흙덩이들을 가만히 살펴 보고 있자니 게 한 마리가 조심스레 구멍 속에서 뛰어나온다. 그 녀석은 내가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을 감지했는지 돌맹이 뒤에 숨어 나를 향하여 최대한으로 집게발을 들어보인다. 그런 뒤 부지런히 모랫길을 가기 시작한다. 그러다 다시 멈춰 서서는 집게발을 높이 들어보이고 …… 마치 위협이라도 하듯이. 그 ‘쬐
끄만’ 분홍 집게 발을. 작은 게 한 마리에게는 너무나 위험할,
너무나 길고 길 모랫길 …….

나는 나에게 물어본다.

‘너는 저렇게 최선을 다해 위험을 감지, 대처하면서 너의 길을 가고 있는가. 게야 말로 오늘 너의 스승이다. 느리게 걸어가는 저 볼품없이 〈쬐끄만〉, 저 게야 말로.’

(pp.260~261 중에서)

저자소개

강은교(姜恩喬)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45

저자 강은교는 1945년 함경남도 홍원 출생하여 경기여고, 연세대 영문과, 동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문과 학위를 취득하였다. 동아대 국문과 교수, 버클리대 방문 교수를 역임하였고 현재 동아대 한국어문학부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1968년 월간 '사상계'신인문학상에 시 '순례자의 잠'외 2편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한국문학작가상, 현대문학상, PSB 문화대상, 정지용문학상, 유심 작품상, 카톨릭 문학상, 박두진 문학상, 구상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 '허무집', '빈자일기', '소리집', '우리가 물이 되어', '바람노래', '오늘도 너를 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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