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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끌고 : 강은교 시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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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강은교
  • 출판사 : 열림원
  • 발행 : 2022년 08월 31일
  • 쪽수 : 268
  • ISBN : 979117040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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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50년을 끌고 온 강은교 시인의
‘시적 외침’들, 시가 된 순간의 조각들
시산문집 『꽃을 끌고』 출간!

“꽃잎이 시들어 떨어지고서야 꽃을 보았습니다.”

강은교 시인의 50년 시력(詩歷)을 정리한 시산문집 『꽃을 끌고』는 “한 편의 시와, 그 시에 관련 있으면서도 관련 없는” ‘시적 외침’을 정리한 산문들로 이루어진 책이다. 시인은 ‘시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되풀이하며 “더러 잊기도 하고 더 생생해지기도 한” “퍼즐 조각 같은 언어들”을 주워 담음으로써 자신의 ‘시와 산문이 함께 있는 삶’ 전부를 정리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책의 제목이 된 시 「꽃을 끌고」는 “창틀에 장미꽃잎 한 장이 떨어져 나를 빤히 쳐다보던 어느 날”에 쓰였다. 그 순간 시인은 “장미의 피가 나에게 건너와 흐르는 것을 경험하였다”고 말한다. 그의 시들은 꾸준히 “모든 작별을”, “작별 속에 들어 있는 마지막 진실, 비애를 사랑하라”고 이야기해왔다. 끝내 사라질 존재들에게 허무와 평안이 공존하는 사랑을 근근이 지킴으로써 “아무도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는 세계를 향해 가고자 했던 시인. 그가 발견한 삶을 일으키는 사소한 눈부심이, 그 다정한 연결과 무한한 사랑의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출판사 서평

50년을 끌고 온 강은교 시인의
‘시적 외침’들, 시가 된 순간의 조각들, 『꽃을 끌고』 출간!

강은교 시인의 50년 시력(詩歷)을 정리한 시산문집. “한 편의 시와, 그 시에 관련 있으면서도 관련 없는” ‘시적 외침’을 정리한 산문들로 이루어진 책이다. 시인은 ‘시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되풀이하며 “더러 잊기도 하고 더 생생해지기도 한” “퍼즐 조각 같은 언어들”을 주워 담음으로써 자신의 ‘시와 산문이 함께 있는 삶’ 전부를 정리하고 싶었다고 「시인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1부 ‘어느 황혼을 위하여’에서는 황혼으로 나아가는 일련의 과정을, 2부 ‘그대의 들’에서는 우리를 살게 하는 사소함과 허무를, 3부 ‘어떤 사랑의 비밀 노래’에서는 무결하지 않기에 아름답고 고통스럽기에 평화로운 삶을, 4부 ‘아직도 못 가 본 곳이 있다’에서는 죽음이라는 극한을 뒤집는 초라하고 겸허한 부활의 태도를, 5부 ‘그리운 것은 멀리 있네’에서는 살아가는 데 시와 문학이 갖는 의미를 이야기한다.

내 삶의 순간들이란 퍼즐 조각들, 나의 시가 이런 ‘순간의 퍼즐 조각들’ 위에 있음은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으니. (중략) 언젠가 나는 나의 동무, 자줏빛 낡은 볼펜 위에 쓰러져 누우리라. 그리고 또 달리기 시작하리라. - 「시인의 말」 중에서

“꽃잎 한 장 창가에 여직 남아 있는 것은 내가 저 꽃을 마음따라 바라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 당신이 창가에 여직 남아 있는 것은 당신이 나를 마음따라 바라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 흰 구름이 여직 창틀에 남아 흩날리는 것은 우리 서로 마음의 심연에 심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책의 제목이 된 시 「꽃을 끌고」는 “창틀에 장미꽃잎 한 장이 떨어져 나를 빤히 쳐다보던 어느 날”에 쓰였다. 그 순간 시인은 “장미의 피가 나에게 건너와 흐르는 것을 경험하였다”고 말한다. 그의 시들은 꾸준히 “모든 작별을”, “작별 속에 들어 있는 마지막 진실, 비애를 사랑하라”고 이야기해왔다. 끝내 사라질 존재들에게 허무와 평안이 공존하는 사랑을 근근이 지킴으로써 “아무도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는 세계를 향해 가고자 했던 시인. 그의 세계에서 모든 결말은 새로운 시작이 되고, 이별은 만남이 되며, 그리움은 영원한 사랑의 다른 이름이 된다.

삶을 일으키는 사소한 것들의 눈부심
그 다정한 연결과 무한한 사랑의 이야기

저 소리들이 들리는가. 흉터들이 기어가는 소리, 구겨진 옷의 솔기들이 기어가는 소리, 뜯어진 실밥들이 기어가는 소리, 어느 날 저녁 당신이 흘렸던 흐느낌들이 기어가는 소리…… 또는 어느 날 정오에 흘렸던 당신의 땀들이 플라타너스 아래로 사라지는 소리, 프 프프 작은 웃음들이 장미꽃 핀 창틀로 사라지는 소리…… - 본문 중에서

“시를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비밀에 나의 비밀을 기대게 하는 일”
“그 비밀이 읽는 이와 쓰는 이를 연결시켜” 줄 때 “한 편의 시는 완성”된다

“사람들은 얼마나 사소한 것들로 사는가. 얼마나 사소한 것들이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가.” 우리의 삶은 “나타나는 순간 소멸하는 것”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모른다. “현재인 순간에 과거이며 미래인 것”, “하나인 순간에 절망이며 다시 두울의 희망인 것”, “그 외에도 무수한 반어와 유사어”가 공존하는 순간이 뭉쳐 어떤 언어로도 요약할 수 없는 “추억”이 된다. “산다는 것이 그렇게 괴롭거나 또는 그 반대로 희망에 차 있지 않으면 어떤 감동스러운 것도 이미 감동스러울 수가 없다.” “누추한, 어여쁜 삶의 모든 것”이 배경이 되어 인생은 저마다 다른 한 편의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사소한 일상의 눈부신 장면은 시인으로 하여 크고 작은 ‘시적 외침’을 불러일으키며, 마침내 시의 한 조각이 된다. 아침 일터에서 보이는 사람들…… 구두장이, 생선장수, 어머니의 뒤편에서 “눈부시게 펄럭이며” “절망을 희망으로 둔갑시키는” 삶의 어리석고 순수한 환상, “한 남쪽 도시의 터미널”에서 “속 시원히 비도 못 되고” “눈도 못 된” 채 “허공에 자취도 없이 내리”며 떠나는 진눈깨비들의 숱한 한숨…… 이토록 서글프고 신비로운 삶의 장면은 “어떤 한 줄의 글”, “하나의 사유가” 되어 “불현듯 생생한 느낌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비밀에 나의 비밀을 기대게 하는 일”. “그 비밀이 읽는 이와 쓰는 이를 연결시켜” 줄 때 “한 편의 시는 완성”된다. 그렇게 쓰이고 읽힌 시들은 마침내 시인에게 하나의 흔적이 된다. “내가 어딘가로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해도 이들은 그대로 있을 것이”다. “아무도 나의 사라짐을 눈치채지 못한 채” “추억이 되어 버릴 것이”지만, 추억이 된 이들은 다시 돌아온다. “언제나 다시 물이 되고 바람이 될 때까지 살아서”.

당신이 읽음으로써 나의 언어는 비로소 빛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시를 읽는 당신의 창에 당신의 비밀과 나의 비밀이 어깨를 기댄 채 따뜻이 비쳐지기를……. 오래오래 속삭이기를……. - 본문 중에서

목차

시인의 말
1부 어느 황혼을 위하여
빈자일기 - 삯전 받는 손들을 위한 노래 / 사랑법 / 동백 / 빨래 너는 여자 / 비리데기의 여행 노래 - 1곡: 폐허에서 / 우리가 물이 되어 / 연애 / 풀잎 / 안갯속에는 / 둥근 지붕 / 혜화동 - 어느 황혼을 위하여 / 십일월 / 진눈깨비 / 황혼곡조 4번 / 내 만일 / 일어서라 풀아 / 자전自轉 1 / 소리 9 / 꽃을 끌고
2부 그대의 들
허총가虛塚歌 1 / 진달래 / 저물 무렵 / 가을 / 자전自轉 2 / 햄버거와 구름 / 파도 / 상처 / 그 담쟁이가 말했다 / 회귀回歸 - 영수를 위하여 / 하관下棺 / 비 / 그대의 들 / 오래전에 쓴 시: 비마飛馬 / 여름날 오후
3부 어떤 사랑의 비밀 노래
섬 - 어떤 사랑의 비밀 노래 / 그 꽃의 기도 / 사과에 대하여 / 기적 / 살그머니 / 가족 / 그 집 - J를 추억함 / 나무가 말하였네 / ㄱ씨와 ㅈ양이 / 엘리베이터 속의 꽃잎 한 장 / 가을의 시 / 숲 / 벽 속의 편지 - 눈을 맞으며 / 봄날의 끈 / 운조
4부 아직도 못 가 본 곳이 있다
청계폭포 / 당고마기고모네 싱크대 / 자장면 / 빈자일기 - 구걸하는 한 여자를 위한 노래 / 봄·기차 / 희명 / 붉은 저녁 너의 무덤가 / 이 세상의 시간은 / 운조의 현 - 셋째 노래: 연꽃 미용실 / 아직도 못 가 본 곳이 있다 / 너를 사랑한다 / 별똥별 / 그 마당의 나무에서 들리다 / 초록 거미의 사랑 / 아벨서점
5부 그리운 것은 멀리 있네
그리운 동네 / 아, 이걸 어째? / 어둠이 한 손을 내밀 때 / 배추들에게 / 시든 양파를 위한 찬미가 / 벽 속의 편지 - 누군가의 집 뒤에서 / 겨울 햇볕 / 빗방울 하나가 / 시詩, 그리고 황금빛 키스 / 당고마기고모의 구름무늬 블라우스 / 그리운 것은 멀리 있네 / 물길의 소리 / 운조의, 현絃을 위한 바르 - 열한 번째 가락: 뒤꼍 / 찻집, ‘1968년 가을’ / 망와望瓦 / 빗방울 하나가 1 / 봉투 / 당고마기고모의 대바늘 / 당고마기고모 모자 가게에 가다

본문중에서

우리의 이 만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를 나는 가끔 고통스럽게 떠올릴 때가 있다. 이 모든 무지의 만남, 망각 속의 만남들을 어떻게 저녁 하늘처럼 따뜻이 포옹하며 우리의 삶을 타인의 삶에 접속할 수 있을는지, 모르고 있는 순간에, 혹은 떠나고 있는 순간에 실은 만나고 있는 이들을 영원히 잊지 않으며 사랑할 수 있을는지……. - 20p

각자의 크고 작은 잠자리에서, 베갯머리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세며 그중 몇 올은 밤새도록 축축한 손가락으로 슬피 집어내면서 “아, 살아야지”라고 중얼거리는 아침. 단지 한 번 더 머리칼을 빗질하기 위하여, 단지 한 번 더 이빨을 닦기 위하여, 단지 한 번 더 먼지와 불화하고 소음과 화해하기 위하여, 단지 한 번 더 사랑하기 위하여…… 아, 이 무수한 한 번의 가능성들을 만져 볼 수 있다면…… 우리들은 그렇게 추억이 되어 가고 있다. - 39p

결혼한 딸이 첫 출산을 하는 날이었다. 병원 옆, 탁자가 두 개밖에 없는 조그만 찻집 겸 빵집에서 나는 아기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통유리 창 앞 높은 의자에 앉게 되었다. 통유리 창으로 황혼이 느릿느릿 걸어오고 있었다. 순간 그 자그만 가게는 결혼하면서 떠난, 나의 옛 어린 시절, 동네의 한 빵집이 되었다. 플라타너스 잎에 햇살이 은빛으로 흩날리던 그 로터리 한구석에 둥글게 있던 작은 빵집, 통유리 창의, 나의 옛 연애가 있는 그곳. - 49p

사라지는 것들을 사랑하라. 그것도 말없이 사라지는 것, 저 하늘의 새 같은 것, 황혼의 불그스럼한 살빛 구름 조각, 꽃잎, 여름풀, 나비, 새벽 별, 안개 같은 것, 안갯속에 보이다 말다 끝내는 보이지 않는 사람의 뒷모습 같은 것, 영구차의 타이어 자국, 단두대의 피, 그런 것들의 빠른 사라짐을 이해하라. - 79p

나는 이제까지 그 골목에 집이 있는 줄 몰랐다. 나는 그 골목이 벽으로 막힌 막다른 골목인 줄만 알았다. 그것이 지금 한 사람의 죽음으로 활짝 열려진 것이다. 음울한 분위기를 풍기도록 조등弔燈이 달려 있는 문 앞에서는 이상하게 마른 냄새 같은 것이 스며 나온다. 그것은 향이 타는 냄새 같기도 하고 시드는 국화 향기 같기도 하다. (중략) 발자국, 옷자락, 그림자, 그런 모든 것이 죽음의 향기로 잠시 설렌다. 그 집의 한 방엔 아마 어제까지도 말을 하고, 때로는 웃을 수도 있었던 한 사람의 얼굴이 누워 있을 것이다. - 97p

저자소개

강은교(姜恩喬)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45

저자 강은교는 1945년 함경남도 홍원 출생하여 경기여고, 연세대 영문과, 동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문과 학위를 취득하였다. 동아대 국문과 교수, 버클리대 방문 교수를 역임하였고 현재 동아대 한국어문학부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1968년 월간 '사상계'신인문학상에 시 '순례자의 잠'외 2편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한국문학작가상, 현대문학상, PSB 문화대상, 정지용문학상, 유심 작품상, 카톨릭 문학상, 박두진 문학상, 구상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 '허무집', '빈자일기', '소리집', '우리가 물이 되어', '바람노래', '오늘도 너를 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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