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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의 종 : 원자폭탄 피해자인 방사선 전문의가 전하는 피폭지 참상 리포트

원제 : 長崎の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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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나가사키 피폭자이자 방사선과 의사가 쓴
‘전후 최초의 원폭 보고서’

“길을 걷다가 번쩍하는 섬광을 봤다. 뒤이어 불덩어리가 비처럼 쏟아졌다.”

이 책은 나가사키시에서 원자폭탄 피폭을 당한 나가이 다카시 나가사키의대 교수가 쓴 ‘전후 최초의 원폭 문학’이다. 히로시마에 이어 두 번째로 나가사키 5백 미터 상공에서 원자폭탄이 작렬한 1945년 8월 9일 오전 11시 2분. 바로 그날 그 시각에 처절한 참화를 목격하고 원폭 피해자 구호에 헌신한 방사선과 의사가 참상을 기록한 생생한 현장 리포트다. 나가사키 원폭으로 2차 세계대전이 종결됐기 때문에 책은 전쟁사 측면에서도 중요한 기록이다.
나가사키 원폭 투하로 방사능, 열, 바람이 동시에 모든 것을 휩쓸어갔다. 아름다운 개항 도시로 유명했던 나가사키는 가공할만한 파괴로 순식간 지옥으로 바뀌었다. 책에는 읽는 이가 마치 피폭 현장에 있는 것처럼 원폭 현장의 무시무시하고 처참한 광경이 묘사된다.

‘병원 광장에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시신들이 벌거벗은 채 뒤엉켜 있었다. 여기는 지옥이야, 지옥. 비명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완전한 사후세계였다.’ - 33쪽

‘돌아보니 아기 엄마는 중상을 입어 의식이 없었고, 2개월 정도 된 갓난아기가 배꼽을 드러낸 채 옆에서 울고 있었다.… 엄마의 품에 안겨주자 아기는 우렁차게 울었다. 그 순간 의식을 잃은 엄마의 손이 아기를 향해 움직였다.’ - 75쪽

출판사 서평

원자 벌판의 성자

책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최악의 피해를 낳은 원폭 피해를 다뤘지만, 여전히 평화의 해법을 배우지 못한 인류에 대한 경고장이기도 하다. 방사선학을 전공한 원자력 전문가인 저자가 원폭 피폭자가 되었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그는 나가사키 원폭에 피폭된 뒤 사경을 헤매기도 하지만, 피부가 녹아내리고, 눈이 머는 원폭 피해 실태를 디테일하고 치밀하게 연구했다. 이를 토대로 쓴 『원자병과 원자의학』 등은 방사선전문의이자 피폭자였던 저자만이 쓸 수 있는 독보적 저작들이다.

저자 나가이 다카시 박사는 나가사키 우라카미에 떨어진 원자폭탄을 맞아 아내와 동료, 이웃이 타들어 가고 재로 변해가는 아비규환의 현장 속에서도 후대를 위해 원폭의 피해 양상을 입체적으로 조사했다. 피폭 직후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우라카미 폭심지에 여기당(如己堂, 남을 자기 같이 사랑하라는 뜻)이라는 당호의 1평짜리 양철집을 짓고서 원폭이 인체와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세세하게 연구했다. 그가 1945년 10월 완성한 「구호대 활동보고서」는 원폭에 대한 인류 최초의 보고서로 꼽힌다. 책은 인류에게 씻을 수 없는 공포를 안겨준 원폭의 본질에 다가서기 위한 출발점이 된다. 그는 자신도 머리 오른쪽 부분 동맥이 끊어지는 중상을 입고 죽음의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기면서도 거리와 산길 등을 누비며 피폭자를 치료했고, 피폭 후유증으로 1951년에 숨졌다. 그의 사후 70년을 맞는 올해 나가사키에서는 그를 ‘원자 벌판의 성자’라고 추앙하는 행사가 이어졌다.
치열한 반전사상… 일본의 군사재무장 65년 전 경고

원폭 피폭 이전에 그는 평범한 의사였다. 하지만 불의 공포가 몰아친 원폭 시대를 관통하면서 그의 사상은 점차 일본의 침략을 반성하고, 군사적 재무장 움직임까지 경고한 반전주의로 바뀐다. 그는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탐욕도 비판했다. 1948년 『나가사키의 종』이 일본인이 자행한 마닐라 학살을 다룬 『마닐라의 기록』과 묶여 합본으로 출간됐을 때도 두 책이 동일하게 전쟁을 증오하는 책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썼다. 또한 『로사리오의 기도』라는 책에서 일본인에 대한 직접적 반성도 잊지 않았다. “예부터 남의 것을 탐내다가 시끄러운 일이 벌어지곤 했다. 일본군이 말레이시아 고무, 수마트라 유전, 산시의 석탄, 인도의 면 등을 제멋대로 탐낸 결과가 오늘의 비극을 낳았다.”

저자는 2014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주도한 군사적 재무장 움직임을 65년 전인 1949년에 이미 예견했다. 나가이 다카시는 자녀에게 남긴 유언에서 “언젠가 그럴듯한 구실을 내세워 일본이 재무장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두될지 모른다”며 “너희가 최후의 두 사람이 되더라도, 비겁자라고 멸시당하고 배신자라고 얻어맞더라도 끝까지 ‘전쟁 결사 반대’를 외쳐달라”고 강조했다. 2021년 3월 14일 선종한 천주교 대구대교구 제8대 교구장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는 저서 『평화의 노래 - 나가이 다카시의 생애』 서문에서 ‘저자의 아들인 나가이 마코토 씨가 “부친 나가이 박사는 1951년 5월 이 세상을 떠나기까지 한국전쟁에서 혹시라도 수소폭탄이 사용되지 않을까 계속 걱정을 하셨다”는 말을 전해주셨다’고 밝혔다.
저자의 평화 정신은 나가카시의 종소리로 승화된다. 원폭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1945년 크리스마스에 우라카미 언덕의 잔해 속에서 성당의 종을 발견했다. 다시 종루에 세워진 종은 하루도 빠짐없이 울리면서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저자가 평화를 기원하며 올리는 기도가 종소리와 함께 공명을 일으킨다. 책 제목이 『나가사키의 종』인 이유다.

목차

서문 7

1. 폭풍 전야의 나가사키 12
2. 원자폭탄이 폭발한 순간 21
3. 폭격 직후의 모습 29
4. 구조작업 56
5. 그날 밤 81
6. 원자폭탄의 위력 89
7. 원자폭탄이 남긴 상처 109
8. 미쓰야마 구호대 119
9. 원자병 147
10. 원자병의 치료 159
11. 움막에 찾아온 손님 164
12 나가사키의 종 183

유언, 내 소중한 아이들에게 194

본문중에서

‘하얀 구름 속에서는 계속해서 번개가 번쩍이고 있었다. 구름 속 작은 번개는 빨강, 노랑, 보라색 등의 다양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구름은 호빵처럼 부풀어 오르면서 계속해서 위로 올라가더니 송이버섯 모양을 만들어냈다. 날씨는 쾌청했고 햇살은 주변의 산과 바다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지만, 우라카미만이 거대한 구름 그림자에 뒤덮여 새까맣게 보였다. 마침내 콰앙 소리와 함께 천지가 진동하더니 옷자락이 펄럭이고 나뭇잎이 날아다녔다.’ - 26쪽

‘병원 광장에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쓰러져 있고, 거기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신들이 벌거벗은 채 뒤엉켜 있었다. 하시모토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여기는 지옥이야, 지옥. 비명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완전한 사후세계였다.’ - 33쪽

‘돌아보니 아기 엄마는 중상을 입어 의식이 없었고, 2개월 정도 된 갓난아기가 배꼽을 드러낸 채 옆에서 울고 있었다. … 엄마의 품에 안겨주자 아기는 우렁차게 울었다. 그 순간 의식을 잃은 엄마의 손이 아기를 향해 움직였다. 하늘에서 빗방울이 툭툭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박처럼 굵고 검은 비였다.’ - 75쪽

‘단 한 발로 이렇게 많은 생명을 빼앗고, 이렇게 엄청난 파괴력을 보인 폭탄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간호부장이 달려와서 한 장의 종이를 건넨다. 어젯밤에 적기가 뿌린 삐라였다. 삐라를 훑어본 나는 무심코 소리를 질렀다.
“아! 원자폭탄!”
나는 다시 한 번 어제와 똑같은 충격을 받았다. 원자폭탄이 완성되었다.’ - 92쪽

‘지금 우리가 진료하는 환자의 증상이야말로 의학사에서 완전히 새로운 자료가 된다. 이를 외면한다면 단순히 자기 태만이 아니라, 귀중한 연구를 포기하는 것이다. 과학자로서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도 이미 원자병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해서 안정을 취하지 않으면 증상 악화로 죽거나 중태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여전히 학문적 양심은 내게 환자를 진료하고 정확히 관찰하고 실태를 파악하고, 그리고 치료법을 찾아내라고 끊임없이 격려한다. 수술 장비도 없고 검사 도구도 없다. 종이도 연필도 잃어버렸다. 고작 메스와 핀셋과 봉합 바늘과 얼마 남지 않은 소독약과 붕대로 쓸 천을 대나무 바구니에 담아 들고 다닐 뿐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두뇌가 있고, 눈이 있고, 손이 있다.’ - 126∼127쪽

‘우리의 임무는 지금부터가 아닌가. 국가의 흥망과는 관계없는 개인의 생사야말로 우리의 진짜 임무다. 일본이 개인의 생명을 너무 함부로 다룬 탓에 이런 비참한 꼴에 처한 것은 아닐까. 생명 존중의 초석은 다름 아닌 바로 이곳에 있다.’ - 138쪽

‘전쟁과 우라카미의 궤멸 사이에 깊은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세계대전이라는 인류의 죄악에 대한 벌로서, 일본 유일의 성지인 우라카미가 희생의 제단에 바쳐질 순결한 희생양으로 선택된 것은 아닐까요.’ - 176쪽

‘종이 울린다. 폐허가 된 성당에서 새벽을 알리는 종소리가 원자 벌판에 울려 퍼진다. 이치타로 씨가 청년들과 함께 벽돌 밑에서 찾아낸 종은 5십 미터 높이의 종탑에서 떨어졌는데도 상처 하나 없었다. 크리스마스 저녁에 겨우 종을 매달았고. 청년들이 아침, 점심, 저녁에 종을 울렸다. 예전의 그리운 소리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 190~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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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나가이 다카시(永井隆)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080203

의사이며 원자물리학자이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 1908년 2월 3일 일본 시마네현 마쓰에시에서 의사인 아버지와 무사 집안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으로 받은 충격으로 가톨릭에 감화된다. 1940년 나가사키의대 조교수(방사선학)가 됐고, 1944년에 이 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대학병원에서 결핵 등을 퇴치하기 위해 분투하지만, 변변한 보호장비도 없이 X-레이를 찍다 과다한 방사선에 노출되어 1945년 6월에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시 마쓰야마 지역 5백 미터 상공에서 작렬한 원자폭탄으로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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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경희대학교 철학과, 일본 지바대학원 일본근대문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마스다 미리의 〈수짱 시리즈〉를 비롯해, 다니구치 지로, 온다 리쿠, 미야자와 겐지 등 굵직한 작가들의 작품과 『은하철도 저 너머에』 『설레는 일 그런 거 없습니다』 등 개성적인 소설들을 번역했다. 최근에는 ‘일본 만화가들의 만화가’로 추앙받는 타카노 후미코의 『빨래가 마르지 않아도 괜찮아』, 무레 요코의 『지갑의 속삭임』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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