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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과 수납 : 공간과 물욕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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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거침없이 버리는 힘. 요리책 속 레시피를 따라해보겠다며 구매했다가 몇 번 쓰지도 않은 향신료, 무거워서 손이 가지 않는 목걸이나 펜던트, 홈쇼핑을 보고 혹해서 구매한 주방용품, 피부톤에 맞는 제품을 찾겠다며 싼 맛에 구매한 화장품, 두피 마사지를 해보겠다고 구매한 빗, 지금 놓치면 다시 입고되지 않을까봐 구매한 책… 트럭까지 불러 정리했지만 아직까지 곳곳에 물건들이 잔뜩 숨어 있다. 범위를 정한 뒤 눈에 들어오는 모든 물건을 꼼꼼히 점검해가며 무레 요코는 팬티와 브래지어 개수까지 나열할 정도로 가감없이 자신의 현실을 공개한다.

고령자는 임대 주택을 구하기도 어렵다고 하니 가급적 지금 집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지만 부담스러운 월세 탓에 언젠가는 지금보다 더 좁은 집으로 이사해야만 하는 상황. 천천히 그날을 대비하고자 의류, 구두, 가방부터 주방용품, 가구 등을 간편함, 무게, 사용감, 대체 가능성이라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하나씩 정리해간다. ‘더이상 버릴 게 없어’ 하고 단언할 수 있는, 깔끔하고 산뜻한 생활을 위한 마지막 발걸음, 그 한 걸음이 『나이듦과 수납』에서 시작된다.

출판사 서평

몸도, 취향도 확 바뀐 인생 후반전,
새로운 감각으로 나만의 공간을 채울 마지막 기회!
‘더 늦기 전에 정리해야지’ 하는 생각만 몇 년째, 여기저기 이사 다니며 짐을 줄이던 시절도 있었지만 20년 이상 한집에서 살다보니 잡동사니가 쌓여만 간다. 짐을 옮기다가 허리라도 삐면 큰일이라며 차일피일하던 중 맨션 보수공사를 진행하니 베란다를 치워달라고 집주인에게 연락이 온다. 집안까지는 정리하지 않아도 괜찮다지만 ‘이참에 버리자!’ 결심하고 그날로 폐기물처리업체에 연락해 일정을 맞춘다. 그후 폐기물 수거 트럭이 올 때까지 한 달 동안 집안 곳곳을 점검해 그동안 당연하게 자리하던, 중요하다고 착각해온 물건들을 내보내기 시작한다.
어릴 때 선물로 받았던 바비 인형, 고장난 전자제품, 고양이가 흥미를 보이지 않아 옷걸이처럼 쓰던 캣타워, 수하물 스티커가 잔뜩 붙은 바퀴가 망가진 캐리어 등 추억이 담긴 물건도, 있는 줄도 까먹었던 물건도 덩굴처럼 쏟아져나온다. 결국 트럭을 꽉 채울 정도로 짐을 내보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변화는 미미하다. 하지만 처음이 어렵다고 일단 한번 갈아엎어보니 물건 처분에 자신이 붙어 이제는 과감하게 물건을 버릴 수 있을 것만 같다. 무레 요코는 과연 이번에는 미니멀리즘에 성공해 인생 후반전에 맞는 나만의 물건만 집안에 남겨둘 수 있을까.

정리정돈을 다룬 수많은 책이 세상에 나와 있지만 크게 와닿는 책은 아주 적다. 왜일까 하고 고심해보니 살면서 나름대로 사치도 해봤던 사람들이 간결한 생활로 돌아서는 모습에 내가 이끌리는 게 아닐까 싶다. 모리 마리의 『화려한 거지』도 그래서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태어날 때부터 줄곧 절약만 하고 사치라고는 전혀 모르고 지내온 삶은 슬프다. 돈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마음의 사치를 부릴 수 있으며, 돈이 많아도 마음의 사치를 모르는 사람도 있다. 자기 자신의 마음속 윤택함을 말하는 것이다. 물건 줄이기를 인생의 목표로 삼고 싶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 그래야 하는 상황이긴 하다. 그래도 마음의 사치까지 줄이고 싶지는 않다. 그 언저리의 기준이 관대하다보니 마음의 사치와 물욕이 미묘하게 일치해서 그 조절이 어렵다. 진품, 아름다운 것, 자신을 윤택하게 해주는 것, 기분을 즐겁게 해주는 것, 마음을 채워주는 것을 모르는 인생은 역시 경박해진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정리정돈도 안 하고 물건이 넘쳐나는 것도 문제다._48~49쪽

노년의 취향을 찾아가다
어느새 예순을 넘긴 나이. 젊었을 때는 겨울이면 두툼한 울코트를 즐겨 입었지만 이제는 그 무게가 버겁다. 체형과 헤어스타일이 변한 탓인지 예전에는 즐겨 입었던 옷들도 이제 남의 옷을 얻어 입은 듯 어색하기만 하다. 옷뿐이 아니다. 발 사이즈도 달라지고 피부 타입도 변한 터라 신발, 화장품 등도 이전에 애용해오던 물건 대신 새로운 것들로 교체해야만 한다. 노년이라는 현실을 직시하며 애용해오던 젊은 취향의 제품 대신 나이에 걸맞은 물건들을 하나둘 탐색해간다.
앞으로 한 해 한 해가 달라질 테니 물건을 줄이는 한편 순차적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무레 요코. 패션 센스가 좋은 동년배 친구의 도움을 받아 몇 년째 손이 가지 않던 옷들을 버리고 지금까지는 입지 않았던 롱코트나 원피스 등 완전히 스타일이 다른 옷들로 옷장을 채운다. 속옷도 양말도 3세트만 갖고 있다는 친구의 말에 자극을 받아 소재별로, 길이별로, 계절별로 수십 개씩 갖췄던 속옷과 양말도 최소한만 남기기로 한다. ‘사두면 쓰겠지’ ‘있으면 편하니까’ 하며 무심코 산 물건들을 하나둘 처분하면서 ‘꼭 안 사도 될 물건들을 샀던 거구나’ 하며 현실을 깨닫는다.

의류도 그렇지만, 내 나이가 되면 지겨워져서라기보다는 사이즈가 변하거나 사용감 때문에 버리는 경우가 잦다. 작년과 올해가 크게 다르다. 물건을 줄이는 게 가장 큰 전제지만, 줄이면서 자기 몸에 맞는 것으로 새로 구입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지금까지보다 더 체형과 체력과 감각이 변할 것이다. 젊었을 때처럼 “이게 내 애용품”이라고 정할 수 없게 된 지금에야 ‘모든 게 변하는구나’ 하고 절감한다. _112쪽

목차

드디어 버렸다
이런 모습으로 살고 싶다
의류
속옷
구두와 가방
주방용품
화장품, 이미용품
기모노

청소도구
가구

본문중에서

* 오랫동안 당연한 듯 자리하다보면 아무리 필요 없는 물건이래도 눈에 안 들어온다는 걸, 이번에 불필요한 물건을 골라내면서 확실히 깨달았다. 슬쩍 둘러보는 게 아니라 범위를 정한 뒤 눈에 들어오는 물건을 하나하나 점검하지 않으면 못 알아채는 게 제법 많다. _18쪽

* 세상의 기준이 아닌 내 기준에서 희귀서는 가진 게 없지만, 그녀는 그런 것까지 손에서 놓았다. 그럴 때는 자신의 결심이래도 마음이 흔들리는 게 당연할 터다. 남편을 버리는 것보다 가슴이 아프다는 말도 정말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기모노를 과감하게 처분해서 수량을 줄였대도 거기서 만족감을 얻지는 못할 것 같다. 하루하루의 생활에서, 인생에서 도대체 무엇이 목표인 걸까. 물건을 소유하지 않는 생활일까, 물건은 많지만 그것을 즐기는 생활일까. 소유한 물건과 헤어지는 날은 언젠가 반드시 오기 마련이니, 후회하지 않을 수준에서 천천히 단계를 밟아 줄이는 편이 충격의 여파가 적을지도 모른다. _43쪽

*물건은 호박덩굴처럼 늘기도 하지만 반대로 호박덩굴처럼 줄어들기도 한다. _62쪽

저자소개

무레 요코(群ようこ)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54

1954년 토쿄 출생, 일본대학 예술학부 졸업. 저서로『ミサコ、三十八?』『それ行け!トシコさん』』『オトナも子供も大嫌い』『しいちゃん日記』를 비롯한 다수의 인기 작품과, 영화의 원작이 된『かもめ食堂』등이 있다.

생년월일 -

경희대학교 철학과, 일본 지바대학원 일본근대문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마스다 미리의 〈수짱 시리즈〉를 비롯해, 다니구치 지로, 온다 리쿠, 미야자와 겐지 등 굵직한 작가들의 작품과 『은하철도 저 너머에』 『설레는 일 그런 거 없습니다』 등 개성적인 소설들을 번역했다. 최근에는 ‘일본 만화가들의 만화가’로 추앙받는 타카노 후미코의 『빨래가 마르지 않아도 괜찮아』, 무레 요코의 『지갑의 속삭임』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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