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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우 시집 『귀는 눈을 감았다』는 크게 4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타인의 무늬〉, 〈미끄럼틀〉, 〈동굴〉, 〈임시 보호소〉, 〈러시안 블루〉 등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끝없는 그곳에 다다르기 위해
다다르지 않기 위해
발을 버리며 걸었다

2020년 한여름, 김은우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교수)
이 시집 속의 대부분의 시 제목은 명사형으로 되어 있다. 이는 그가 대상에 붙여진 ‘이름’을 가지고 무언가 집중적인 작업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름은 오로지 시니피앙일 뿐, 그것들의 시니피에는 무수한 의미로 열려 있다. 김은우는 기표와 기의의 틈새로 들어가 상상력의 둥지를 만든다. 그는 이름을 다른 이름으로 바꾸는 일(은유)보다 이름에 내러티브(narrative)를 부여하는 일에 더 관심이 많다. 그는 이름마다 1인칭에서 3인칭으로 화자를 바꾸어가며 작은 우화(parable)들을 만들어낸다. 전통적인 우화들이 도덕적 메시지의 전달을 위해 고안된 것이라면, 김은우의 우화는 그런 윤리 게임들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우화는 마치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처럼 환상과 자유 연상(free association)을 통해 주체와 세계의 풍경을 그려낸다.

1부
발자국소리가 사라진 후부터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타인의 무늬 _ 019
미끄럼틀 _ 020
동굴 _ 022
임시 보호소 _ 023
러시안 블루 _ 024
새는 배경이 아닙니다 _ 026
귀는 눈을 감았다 _ 028
고천암호 _ 030
화병 _ 032
뇌조 _ 034
개와 고양이 _ 036
허물어지는 하루 _ 038
샌드위치맨 _ 040
검은 늪 _ 042

2부
바람의 일부가 된 새들이 사방으로 나부꼈다

은둔지 _ 047
기린처럼 걸어서 _ 048
새 보호구역 _ 050
여름 _ 051
바다를 나르다 _ 052
그러므로 숲은 _ 054
비의 명랑 _ 056
밤 _ 058
마녀와 호위병 _ 060
사춘기 _ 062
울음의 빛깔 _ 064
호리병 속의 새 _ 066
결혼 _ 068
화이트 아웃 _ 070

3부
미래가 불투명한 그 막막함을 사랑하기로 했다

웃음호반새 _ 075
돌 속 산책 _ 076
불법체류 _ 078
섬유근육통을 앓는 시간 _ 080
꽃 무덤 _ 082
섬진강 _ 084
유랑 _ 086
오늘 비 _ 088
풍람 저수지 _ 090
리아스식 해안 _ 092
月波 공원 _ 093
날아라 인어 _ 094
샹젤리제거리에서 모자를 파는 여인 _ 096
흔들다리 _ 098

4부
고백을 하고 나면 꽁꽁 언 마음이 녹을까요

높은산지옥나비 _ 103
저녁이라는 미열 _ 104
우울할 땐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까요 _ 106
말복 _ 108
폭설 그리고 _ 110
선거 철새 _ 112
흰 사내가 킬리만자로를 넘을 때 _ 113
멍텅구리 _ 114
기린이 빛나는 밤에 _ 116
페넥여우 _ 118
사라짐의 세계 _ 120
여름 테라스 _ 122
도약하는 자세 _ 124

해설 |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 _ 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