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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내 삶은 마치 링링Lingl ing 같다.”라고. 링링은 2019년 9월에 불어 닥쳤던 태풍 이름이다. 실제로 그는 시 (「링링」)에서 “두려움에 떨던 지난밤은 마치/ 나의 인생과 같다.”고 자신의 삶을 직설적으로 비유한다. 이번 시집의 표제가 된 (「시간의 기억」)에서도 그는 자신의 삶을 묵시적으로 암시한다. 그 묵시는 ‘무거운 등짐’ ‘바람 노래’ ‘발자국’ 같은 삶을 기억할 것이라고 시원적인 사유로 암시된다.
그러므로 김민정 시인의 시에 나타난 시 정신은 세속적인 것에 물들지 않고 순수하고 맑다. 또한 그의 시 세계는 대부분 자연과 사물에 대한 애착과 사랑의 시선으로 일관되어 있다. 아주 미세하고 작은 것들 (「길모퉁이에 서다」),(「위대한 파 뿌리」)에 대해 끌어안고 보듬는 정서가 진솔하고 따뜻하다. 그는 시적 대상을 포착하는 순간, 그 대상에서 발화하는 사물들의 소리, 생명의 소리를 감성으로, 몸으로 받아 안는다. (「빗방울들의 속삭임」)에서 그는 순수한 자연의 소리를, 희망과 사랑의 긍정적 목소리로 듣기도 하고, (「낡은 내 신발」)에서는 삶의 자세와 자성의 목소리를 듣는다. 김민정 시인의 또 하나의 시적 특징은 형식적인 시적 장치, 혹은 시적 기교를 배제하고 있는 점이다. 그냥 자연에 동화되어 사물들과 교감하고 호환하는 진실된 목소리, 그 자체를 직조한 언어의 집이다. (「단어를 사랑하다」)와 같은 작품에서는 그의 시 쓰기의 자세와 정신이 잘 반영되어 있다. 그러므로 그의 시는 한없이 맑고 깨끗한 천연이다. 그의 인간미와 인간성을 가식 없이 드러내고 있는 본성에의 귀환이다.
그의 시, “어느 봄날 붉게 타오르는 꽃잎처럼/ 뜨겁게 타오르”(「현실」) 거나, (「링링Lingling」)에서처럼 “대룡산 아래/ 돌산 하나 옮겨 놓”는 큰 시인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영춘(시인. 한국시인협회심의위원)

1 눈부신 새벽
홍매화의 전설 012
시화로 013
그림자 014
누각에 올라 015
동강 016
고마워 017
길모퉁이에 서다 018
송년행 020
낮과 밤 021
아프지 마 022
맥 고동 024
이별 025
애달픈 비명 026
또 다른 시작 028
준비된 이별 030
북어포 032
위대한 파 뿌리 034
반성 036

2 발길 머물다

시간의 기억 038
김밥 사연 040
빈 의자 042
단어와 사랑하다 043
반달 044
연주회 045
용기 046
의암호 인어의 기다림 047
인향 048
첫눈 049
한정식 050
반하지 않았으면 052
산통 053
궁전의 불빛 054
소통 056
실현 058
낡은 내 신발 060
꿈해몽 062

3 삶의 미학

비 그친 후 065
겨울바람 066
낙타 068
겨울 산 069
윈 윈 070
링 링 072
사랑의 바자 074
산 사랑 076
새야 078
그럴걸 079
수첩 080
앵두 082
세월 083
연금 084
마음의 그릇 085
내강 086
일기예보 087
미완성 088
이렇게 살고 싶다 090
사랑을 갈망하다 092
지구의 몸살이 회복 되게 하소서093
긍정의 마음 094
가련한 국화 096

4 수련하는 꽃들

꽃잎 101
구름 102
꽃과 인생 104
내일 105
두부 106
잔잔히 보다 108
왼손잡이 바느질 110
붉은 연애 111
봄의 기지개 112
빗방울들의 속삭임 114
수련 116
수집 117
수평을 이루다 118
어느 봄날 119
욕심 120
빛깔 121
시절 인연 122
사고 124
신기루 126
동백꽃 길 127

5 태고의 신비

마음 131
나잇값 132
무소유 133
망각 134
부메랑 135
깨달음 136
새 달력 137
순리 138
숲 치유 140
잔디가 이발하는 날 141
앙상블 142
은비 144
잔잔한 그림 145
느린 걸음 146
기차 148
에필로그 150

홍매화의 전설

오늘은 무언가 팡 터질 듯하더니
홍매화 바로 너구나

시린 손 꽉 움켜잡고
혹한에서 산통 겪느라 넌 가슴이 얼었지

그 인내의 향기는 천파만파로 흩날리더니
발길 닿는 곳마다 꽃길이 펼쳐지네.

콘텐츠 창작의 향기는
언제나 꽃을 만개하는 고운 빛 봄이다

시화로

나는
시와
걸을 때면
늘 꽃[華] 이야기만 한다.
나는
시와
이야기를 하면
늘 길[路] 이야기만 한다.
시화로詩花路에서
만난 시詩 님은
한 촉의 빛이되어
나를 드높인다.
오늘도 난 그렇게
시화로詩花路를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