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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옮기다(큰글자책) : 어느 영문학 번역 워크숍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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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시력약자를 위한 큰글자책입니다.

출판문화공간 엑스북스 아카데미에서 2기에 걸쳐 진행된 영문학 번역 워크숍을 통해 ‘번역을 하고, 번역을 놓고 말하고, 번역을 생각하며’ 서로 부딪혔던 기록을 엮은 책으로 영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의 작품과 함께 옮긴이 후기와 좌담회를 통해 초보 번역가 9인이 처음 번역에 도전하며 느낀 기쁨과 고뇌, 이야기와 언어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출판사 서평

번역을 통해 우리는 지금껏 결코
이해한 적 없는 누군가를 이해하게 된다

『처음, 옮기다- 어느 영문학 번역 워크숍의 기록』은 출판문화공간 엑스북스 아카데미에서 2기에 걸쳐 진행된 영문학 번역 워크숍을 통해 ‘번역을 하고, 번역을 놓고 말하고, 번역을 생각하며’ 서로 부딪혔던 기록을 엮은 책이다.
아서 코넌 도일, 버지니아 울프, 에드거 앨런 포, 너새니얼 호손 등 영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의 작품과 함께 옮긴이 후기와 좌담회를 통해 초보 번역가 9인이 처음 번역에 도전하며 느낀 기쁨과 고뇌, 이야기와 언어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공유는 새로운 커런시,
번역의 시작은 좋은 걸 나누고 싶은 마음

좋은 걸 나누는 일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고 그 일은 인간을 행복하게 한다. “내가 재밌었던 걸 번역해 나누고, 그걸 누군가 보고 즐거워하면 귓등이 뜨거워질 정도로 기쁘다”라는 역자 이윤지의 말. 과장을 조금 보태 말하자면 이 속에 어쩌면 ‘번역’의 모든 것이 있다. ‘내가 재미있고’ ‘남과 나눈다’ ‘남이 즐기는 일은 나를 기쁘게 한다’―번역의 처음과 끝이 여기에 있는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재미있고 감동적인 정보를 공유하고 퍼나르는 일은 구술로 전해지던 옛이야기에서부터 현대 SNS까지 형태를 달리하며 계속되어온 인간의 본능인 것이다. 『처음, 옮기다』는 그렇게 좋은 것을 나누고 싶고, 나의 감동을 남에게 전달하고 싶은 사람들의 번역의 기록이다. 출판문화공간 엑스북스 아카데미에서 김선형 문학번역가와 함께 한 8주간의 영문학 번역워크숍, 그리고 10개월간의 번역과 퇴고 작업을 통해 번역워크숍 수강생들의 번역 ‘과제’가 번역 ‘작품’이 되었다. 코넌 도일, D.H. 로렌스, 버지니아 울프, 브램 스토커 등의 국내 미번역 작품들을 포함해 컬러풀한 고전읽기 리스트가 꾸려졌고, 이 번역원고를 읽은 출판사는 “이렇게 좋은 걸 독자와 나눠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출간을 결정했다. 번역도, 출간도 좋은 걸 나누고 싶은 마음은 동일하다.

“제가 고등학생일 때 취미가 번역이었어요. 해외연예인을 좋아했는데 아무도 번역을 안 해줘서 자급자족을 하느라 번역을 했는데요. 읽고 싶은 칼럼이 번역이 안 되어 있으면 영어로는 잘 안 읽히니까 차라리 한국어로 번역을 해서 다른 사람들도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그걸 아는 친구들이 번역 워크숍을 소개해 줬어요.” -이민정, 좌담회 중에서

“다른 사람들도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번역을 시작한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이러했다. “이 부분은 이게 재밌었어요!를 전달할 수 있는가, 이게 웃기는 포인트였는데! 이걸 살리는 걸 고민하는 게 힘들었다”는 역자 이윤지의 말처럼, 내가 재밌었던 것, 내가 웃었던 것, 내가 슬펐던 것, 내가 놀랐던 것, 내가 신났던 것… 그것을 전달하는 것이 모든 작가, 모든 번역하는 이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번역에 대한 환상
번역이 주는 환상적인 세계

그러나 번역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2010년 유영번역문학상을 수상한 대한민국 대표 영문학 번역가 김선형이 하는 말이다. “번역은 좋아서 하는 막노동”이라고.
“조용한 카페에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노트북을 앞에 두고 번역 작업을 하는 그림 같은 장면”(198쪽)을 꿈꾸곤 했다는 역자 송혜민, 그녀의 직업은 약사다. 약국에서 매일 만나는 아픈 사람들에 지쳤을 때 그녀가 떠올린 건 자유로운 프리랜서의 삶의 장면. 많은 사람들이 번역가와 프리랜서라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바로 이런 자유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환상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는 어떨까. 번역가들은 어떤 때는 하루 종일 단어 하나와 싸우고 문장 두어 줄과 싸운다. 몇 시간이고 앉아서 텍스트와 씨름하고, 모르는 게 있을 때 결코 그냥 넘어가지 못한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넘기고 건너뛰던 독자의 특권을 반납하는 것이 번역가가 된다는 것이고, 긴긴 시간 남이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을 혼자서 해낸다는 것이 번역가가 된다는 것이다. 막연히 번역에 대한 낭만적인 환상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닐뿐더러 설령 하더라도 지속할 수 없다. 김선형 번역가가 하는 말은 그래서 결국은 ‘작품’ ‘작가’ ‘텍스트’로 돌아온다.―“번역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그 일이 즐겁지 않으면 결코 할 수 없다는 거예요.”
혼자 견뎌야 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고통스럽다. 그러니 좋아서 하지 않으면 과정 자체가 지난하고 괴로운 노동이 된다. 하지만, “좋고 몰입하게 되면 그 과정은 그 어떤 일보다 쉬운 일이 된다”는 것은 번역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하는 말이니 믿어도 좋겠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 어떤 텍스트든 더 깊게 읽을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아요.”(이민정)
“번역을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아무런 의심 없이 한글 문장을 받아들였다면, 번역을 하게 되면서 번역된 결과물 이외에 또 얼마나 많은 다른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됐어요.”(최지원)
“저는 번역을 하려고 오긴 왔는데 문학 텍스트를 읽는 방법에 대해 더 많이 배운 것 같아요.”(송혜민)
“이전엔 사람들한테 아무 관심이 없었는데 번역 후에는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졌어요. 일상이 좀 더 재미있어졌달까? 평소에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어서 몰랐던 부분을, 소설을 번역하면서 많이 알게 된 측면이 있겠다 싶었어요.”(조현)

저마다 번역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다른 세계’가 있다. 수십 시간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텍스트와의 씨름을 해본 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희열이 있고, 아마 그 세계는 가본 사람만 아는 환상적인 곳일 게다.

읽기의 기적, 일상의 기적

딸에게 예쁜 동화를 직접 번역해주고 싶어서, 엉망인 번역을 보다가 내가 더 잘할 것 같아서,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서… 저마다의 이유로 문학번역을 하게 된 사람들.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던 번역원고가 끝이 나고 그 원고가 책으로 나온다. 그리고 사람들은 말했다. 읽는 게 달라지고 듣는 게 달라졌다고. 친구들의 말도 더 열심히 듣고 타인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재미있는 게 더 많아지고 하고 싶은 게 더 많아졌다고. 아니, 번역과 일상이 무슨 상관이기에?
결국 번역이란 읽어내고 해석하고 글로 써내는 일들을 종합하는 일이다. 원작에 맞는 화자의 목소리와 톤을 찾아야 하고 인물의 말과 표정과 행동을 옮겨야 한다. 내가 고르는 말에 따라 전혀 다른 인물로 재창조된다.

같은 문장을 두고도 “그는 그러거나 말거나 하등 상관없다는 태도로”로 옮길 수도 있고, “그는 아랑곳 않고”로 옮길 수도 있다. 이건 전적으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내가 어떤 사람의 성격을 만드는 중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소소하지만 한편으로는 몹시 중요한, 이런 재미가 있으니까 작품을 끝까지 옮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조현, 「옮기고 나서」 중에서

번역가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어떤 책을 낱낱이 읽어보는 경험은 중요하다. 단어를 뒤집어보고 들어도 보고 내려도 놨다가 다시 제자리에 돌려두는 그 경험. 이 인물은, 이 상황은 어떤 모습일까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내 보는 경험. 이는 우리를 다른 사람으로 만든다. 지금까지 결코 이해한 적 없는 누군가를 이해하게 되고 지금까지 결코 해본 적 없는 일을 시도하게 한다. 번역은 단순히 책상물림의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읽기와 일상에 가히 혁명을 가져오는 일인 것이다.
지금껏 아무리 “책을 읽으세요, 글을 쓰세요”라고 해도 움직이지 않던 사람들이 번역을 하면서 문학계간지를 구독하고 화자의 보이스를 찾기 위해 책을 찾아 읽게 되었다. 글을 쓰고 고치고 문법과 표현을 고르게 되었다. 일상을 즐기고 삶을 향유하게 되었다. ― 이보다 더 큰 기적이 있을까? 우리 삶에 이보다 더 필요한 게 있을까?

『처음, 옮기다- 어느 영문학 번역 워크숍의 기록』 작품 소개
작품집의 첫 문을 여는 「분해되었습니다」는 아서 코넌 도일의 챌린저 교수 시리즈에 해당하는 SF 단편으로, 셜록 홈스 시리즈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홈스&왓슨 콤비만큼 매력적인 챌린저&말론 콤비를 만날 수 있다.
버지니아 울프의 두 작품 「어떤 학회」와 「쓰지 않은 소설」은 거의 100년 전에 쓰인 소설이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도 강한 울림을 준다. 에드거 앨런 포의 「괴이의 천사」는 포 특유의 기괴하고 음침한 분위기에 블랙유머가 돋보이는 독특한 단편이다.
드라큘라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의 손님」, SF의 거장 H. G. 웰스의 아기자기한 판타지 「마술가게」, 비장하고 남성적인 헤밍웨이의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아무도 죽지 않는다」, 강렬한 묘사로 작가의 고뇌를 그린 너새니얼 호손의 「원고 안의 악마」,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D. H. 로렌스의 「싸늘한 겨울 공작」 등, 영문학 거장들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다채로운 소설이 수록되어 있어 영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도 기분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목차

책머리에: 처음, 옮기다 ㆍ 5
김선형

분해되었습니다 ㆍ 11
아서 코넌 도일 지음, 이윤지 옮김

어떤 학회 ㆍ 39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민정 옮김

괴이의 천사- 우연, 그 남용에 대하여 ㆍ 69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정호수 옮김

쓰지 않은 소설 ㆍ 91
버지니아 울프 지음, 노현정 옮김

드라큘라의 손님 ㆍ 121
브램 스토커 지음, 김부민 옮김

마술가게 ㆍ 147
H. G. 웰스 지음, 최지원 옮김

아무도 죽지 않는다 ㆍ 17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송혜민 옮김

원고 안의 악마 ㆍ 203
너새니얼 호손 지음, 김충호 옮김

싸늘한 겨울 공작 ㆍ 221
D. H. 로렌스 지음, 조현 옮김

좌담회: 옮기고 나서 보이는 것들 ㆍ 255

본문중에서

나에게 어떤 글을 번역한다는 건 그 글에 차라리 한번 빠졌다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 읽는 일이다. 왜 여기서 이런 말을 써서 표현했을까, 이 말을 어떻게 옮기면 좋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사이 나는 어느 때보다 빽빽하게 생각의 결을 짜면서 글을 읽는다. 고민의 답이 쉬이 얻어지지 않으면 몹시 괴롭지만 글에 빠져 둥둥 떠다니는 동안에는 현실 세계로부터 자유롭다는 착각마저 든다. 힘들지만 때로는 묘
하게 들뜰 정도로 즐겁다. 이번에도 소설을 앞에 두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나는 왜 이리도 이해력, 어휘력, 문장력이 종합적으로 부족할까, 나도 네머 분해기로 흔적도 없이 분해시켜 줬으면 등등. 동시에 “살짝 기름진 안개”처럼 부유하는 정신 상태를 하고선 홀로 몹시도 즐거워했다. 이런 고뇌와 즐거움이 이상하게 뒤범벅된 번역은 분명 어딘가 모자라고 못난 글일 것이다. 다만 있는 힘껏 고통스러워하고 즐겼다. (37~38쪽)

옮긴다는 것, 즉 번역이란 두 언어 사이의 간극을 줄여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내게 있어 언어는 항상 놀이 대상이었다. 언어가 좋았다. 언어에 따라 새로워지는 발음과 거기에 담긴 이야기가 좋았다. 하나의 언어를 다른 언어로 완벽하게, 그대로 변환할 수 없다는 사실과 그 미묘한 차이점을 알아가는 과정은 지금도 나를 즐겁게 한다. 처음으로 작품을 옮기면서 새로 깨닫게 된 점은, 문학 번역은 그러한 놀이를 넘어선 복합적 재창작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나만의 즐거움을 넘어 그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실존인물인 포의 삶을 재해석해서 보여 준 무대 위 배우들처럼, 일종의 액팅(Acting)인 것이다. (87쪽)

전 세계 번역가들에게 왜 번역을 하냐고 물어보면 전부 “좋아서”라고 대답해요. 굉장히 유명한 번역가들에게 물어봐도 다 그래요. 왜 번역을 하냐고 물어볼 때 돈 때문에 한다는 사람은 없어요. 다들 좋아서 하죠. 미국의 스페인어 번역가인데 그 번역가가 “자기가 굉장히 사랑하는 외국인 애인을 말이 안 통하는 우리 집안에 소개시켜 주는 그런 연애가 번역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모두들 덕질에서 시작한다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좋아서. 왜냐면 그 막노동의 보람으로, 하하. 다른 현실 제반 조건들이 말이 안 되거든요. 여기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로 “좋아서”라는 게 중요한 팩터인 것 같아요. (278~279쪽)

번역에 대해서 저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번역은 완벽하게 충실해야 한다, 하는 기준이 있는데 사실은 사람이 자기 마음을 옆 사람에게 소통을 할 때도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데 번역으로 완벽히 전달하는 게 불가능한 거잖아요. 사람이 전지전능하지도 않고. 자기 마음이나 소설을 쓸 때도 완벽한 소통이라는 건 불가능한 것 같아요. 의미라는 그 자체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죠. 번역도 똑같은 소통의 행위이기 때문에 완벽한 상태를 계속 지향하는 것만으로도 무척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든 다리를 놓는 행위니까요. (282쪽)

저자소개

아서 코난 도일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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