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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아닌가 :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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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삶은 우리를 감싸는 반투명의 봉투”
인생의 모호함에 맞서 평생 읽고 쓰면서 그 답을 찾고자 했던 한 인간의 분투

버지니아 울프는 국내 독자들에게 오래 사랑을 받아온 스테디셀러 작가다. 근현대 지식인들로부터는 모더니즘의 기수로서, 2000년대 밀레니엄 세대로부터는 페미니즘의 물적 토대를 제시한 여성주의자로서 각광을 받아왔다.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은 한국어판의 숫자로도 가늠할 수 있다. 인터넷서점에서 버지니아 울프를 치면 무려 1,450종이 검색된다. 차고 넘친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상황 같기도 하다. 이런 상황임에도 울프의 책 한 종을 추가하게 된 것은, 다른 작품들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생생한 느낌의 번역을 독자들에게 오롯이 전달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출판사 서평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아닌가』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산문선집이다. 번역가 정소영은 울프가 생전에 잡지에 기고한 비평문과 산문 600여 편 중에서 울프의 다채로운 삶을 반영하는 열세 편을 찾아 이를 한국어로 옮겼다. “울프의 산문과 비평은 울프라는 인물에 다가갈 수 있는 중요한 길”(16면)이라는 번역자의 말처럼, 이 열세 편의 글은 ‘버지니아 울프’라는 영예로운 이름에 특별한 생동감을 선사한다. 마치 당장 우리 앞에서 그가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생하게 말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마흔세 살이 되던 1925년 장편 『댈러웨이 부인』을 발표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1941년까지 자신의 대표작 일곱 편을 연이어 세상에 선보였다. 말 그대로 그는 죽기 직전까지 글을 쓴 사람이지만, 다른 한편 죽기 직전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던 사람이기도 했다.

적어도 내게는 이런 꿈이 있어요. 심판의 날이 와서 불멸의 대리석 위에 선명하게 그 이름이 새겨지는 보상을 받을 때, 옆구리에 책을 끼고 다가오는 우리를 보고 신께서 베드로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꿈이죠. “보게나, 저들에게는 달리 보상이 필요 없어. 우리가 여기서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네.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아닌가.”(62면)

그의 대표적 에세이 중 ‘일반 독자’(common reader)라는 제목이 있기도 하듯이, 울프는 자기 자신을 작가뿐 아니라 독자로도 여겼다. 그는 평론가의 권위를 따라 책을 읽기보다는 독자 스스로 자신을 ‘작가’라고 가정하고 책을 적극적으로 재구성해가며 읽을 것을 주문했다. 이 같은 능동적인 독서법은 “쏟아지는 글의 홍수 속에서 제 나름대로 길잡이 역할을 맡고자 한”(6면) 울프의 사명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울프가 살던 20세기 전반기는 1차대전의 발발과 종결, 뒤이은 유럽의 혼란 등 전쟁의 공포가 전 세계를 뒤덮은 때였다. 그는 이처럼 불안한 시대에는 사람들 각자 “역사적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같은 역사적 사고를 위해 그가 시민들에게 권한 것이 바로 “폭넓은 독서”(7면)였다.
울프는 당대 문학이론을 끊임없이 의심한 비평가이기도 했다. 그는 20세기 초 영국을 대표한 작가들이 어쩌면 “사소하고 덧없는 것을 영속하는 진정한 것으로 보이게 하려고 어마어마한 기술과 어머어마한 노력을 들”(186면)이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또한 당시의 주류 문학이 부단히 리얼리즘만을 추구했던 것이 진정 ‘리얼’에 미치지 않은 것 같다며 의문부호를 던졌다. ‘삶이 과연 이런 식인가?’ 하고 말이다.

작가가 써야 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대로 쓸 수 있다면, 관습이 아니라 자신의 느낌에 기초하여 작업한다면, 널리 인정되는 식의 플롯도 없고 희극도 비극도 없고, 애정물도 파국도 없을 것이다. 삶이란 대칭을 이루며 놓인 마차의 불빛이 아니다. 삶은 빛을 발산하는 후광이자, 의식의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를 감싸는 반투명의 봉투다. (188면)

울프의 이 같은 태도, 삶의 모호함과 불투명성에 대한 옹호는 그를 영원히 현대의 작가로 만들었다. 우리는 그의 산문에서 지하철과 진공청소기 같은 단어들을 보며 그 동시대성을 새삼스럽게 확인하기도 하지만, 정작 우리가 깜짝 놀라는 것은 울프가 말하는 인간 삶의 특징이다. 삶은 “반투명의 봉투”처럼 우리에게 그 모든 것을 드러내주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삶 안의 진리를 애써 찾아가야 할 뿐.
울프는 이 같은 삶의 흐리터분한 장면들을 그저 늘어놓지 않는다. 그는 그 장면들 속으로 들어가 걷는다. 런던의 거리를 걷는 울프의 머릿속은 온통 불투명한 현재를 샅샅이 뒤져보는 탐구의 시선으로 가득하다. 그리하여 그가 발견한 것은 런던의 새로운 모습, 빅토리아 시대에 본격적으로 확장된 자본주의의 역동적인 모습이다.

문을 닫고 밖으로 나서면 그 모두가 사라진다. 자기만의 거처를 마련하려고, 다른 존재와 구별되는 모양을 유지하려고 우리의 영혼이 쏟아냈던 조개껍질 같은 껍데기가 부서지고, 쭈글쭈글하고 거친 이 모든 것 가운데 감지력이라는 속살만, 거대한 눈동자만 남는다. 겨울의 거리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231면)

빅토리아 시대 영국은 경제적으로 풍요를 누렸고 이에 따라 중산층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지면서 대중문화의 전성기를 열었다. 이로써 출판, 인쇄 분야가 활황기에 접어들고 20세기의 대표적 문학작품들이 쏟아져나왔으며, 그 주요 독자들은 바로 여성이었다. 이 같은 여성 독자의 출현은 그 자체로는 하나의 사건이었지만, 그렇다고 여성의 지위가 단번에 높아진 것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이제는 울프가 말하는 ‘자기만의 방’과 ‘500파운드의 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이는 당대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예속된 지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을 말한다. 하지만 단순히 이를 여성들이 쟁취해야 할 물적 조건으로만 여겨선 울프의 뜻을 절반만 이해하는 것이다. 울프는 여성들이 사회 진출을 위해 물적 조건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았지만, 진정 중요한 목표는 그 조건들을 어떻게 가꿀 것인지를 사고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자신과 같은 전문 작가, 전문직 여성이 사회에 더 많이 늘어나야 한다는 것에 적극 공감하면서도, 기존에 남성들이 만들어놓은 억압적인 체제, 계속되는 전쟁에 맞서는 데에 여성들이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기만의 방을 갖게 되었지만 방 안은 아직 휑뎅그렁해요. 가구를 들여놓고 장식을 해야 하지요. 누군가와 함께 쓸 수도 있고요. 여러분은 그 방에 어떤 가구를 들여놓고 어떤 장식을 하려 하나요? 누구와 어떤 조건에서 함께 쓸 생각인가요? 이것이야말로 극히 중요한 질문입니다. (87면)

20세기 초 영국은 당대 첨단을 달렸던 만큼 인쇄물, 출판물이 넘쳐났다. 울프는 이에 대해 “그 어느 시대와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우리 시대는 수도 없이 많은 소설을 통해 충실하게 스스로를 표현해왔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는 21세기 초 각종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진단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 같은 과잉접속의 시대에 작가는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독자는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다.
번역가 정소영은 울프를 비롯한 당시 여성 작가들이 고통스럽게 실감한 분노와 원한이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울프에게 창작이란 그것의 직접적인 표현이 아니라 그것을 자양분 삼아 피워내는 꽃이어야 했다. 울프는 자유로운 정신을 위해 사회경제적 기반이 우선 필요하다는 사실을 적시할 만큼 유물론적 사고를 가졌지만, 궁극적으로는 정신적인 면이 인간의 본질이라고 믿었다. 그랬기에 그는 여성들이 물질적으로 필요한 기반을 얻었다면 그 뒤로는 물질적 측면에만 매이지 않고 정신의 자유를 지키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역설했다.”(11면)
울프는 흔히 모더니즘, 페미니즘 문학의 기수로 알려져 있지만, 그를 모더니스트와 페미니스트로 한정하는 것은 그의 진면목을 절반쯤만 반영하는 것이다. 울프의 산문들을 통해 독자들은 울프가 하나의 규정으로 포섭할 수 없는 다채로운 면모를 가진 작가임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엮은이 정소영은 울프의 산문과 비평을 엄선하여 소개했고, 이로써 버지니아 울프라는 인물에 다가갈 수 있는 고즈넉한 오솔길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목차

엮은이의 말 여성으로 읽고 쓰고 생각하기

글솜씨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
여성의 직업
여성과 소설
여자는 울어야 할 뿐
베넷 씨와 브라운 부인
현대 소설
수필의 쇠퇴
웃음의 가치
런던의 부두
런던 거리 쏘다니기
지난날의 소묘

본문중에서

-- 하지만 당장은 아니에요. 독서로 피어오른 먼지가 가라앉기를 기다려야 해요. 갈등과 의문이 사그라지기를 기다리는 거죠. 걷고, 얘기하고, 장미의 시든 꽃잎을 떼어내고 잠을 청하기도 하면서. 그러면 의도하지 않아도 문득 책이 다시, 다른 모습으로 돌아와요. 자연은 원래 그런 식으로 그런 변화를 일으키거든요. 하나의 전체를 이루며 정신의 꼭대기까지 올라오는 거죠. (53~54면)

-- 우리가 샬럿 브론테를 읽는 것은 인물을 세밀하게 관찰하기 위해서가 아니고(그녀의 인물은 활기차고 초보적이니까) 희극을 즐기기 위해서도 아니며(그녀의 인물은 음침하고 단순하니까) 삶을 바라보는 철학적 시각을 위해서도 아니고(그 인물은 시골 목사의 딸이니까) 바로 시를 음미하기 위해서다. (68면)

-- 펜을 들자마자 어느새 내 뒤에 서서 이렇게 속삭였어요. “얘야, 넌 젊은 여자잖아. 그런데 남자가 쓴 책에 대해 글을 쓴다고? 호의적으로 부드럽게 써야 해. 좋은 말만 해주고. 사실이 아니어도 상관없어. 우리 여자의 기술과 간계를 다 동원하라고. 너만의 생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 누구도 눈치 채게 해서는 안 돼. 무엇보다 순결해야 하고.” 그러면서 내 손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였어요. (…) 그때 내가 한 일은 몸을 돌려 그 여자의 목을 조른 거예요. 온 힘을 다해 목을 졸라 아예 죽여버렸죠. 내가 만약 이 일로 법정에 서게 된다면, 그건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내가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면 그녀가 날 죽였을 테니까요. 내 글의 정수를 뽑아버렸을 테니까요.(79~80면)

-- 이보다 더 치명적인 잘못은 없어요. 작품은 독자와 작가 사이의 친밀하고 동등한 동맹관계에서 태어나는 건강한 자식이어야 합니다. 작품을 무력하고 타락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 바로 이러한 독자와 작가의 분리, 여러분 쪽에서의 겸손함, 우리 쪽에서는 전문가연하는 오만과 체면이거든요. 매끈하고 반지르르한 소설들과 거들먹거리는 우스꽝스러운 전기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한 비평들, 그리고 현재 그럴듯한 문학으로 통하는, 고운 가락으로 장미와 양의 순수함을 찬미하는 시들이 바로 거기서 생겨나는 겁니다. (175~76면)

-- ‘소설의 적합한 내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모든 감정과 생각이 소설에 적합하다. 두뇌와 정신의 특성은 무엇이든 이용할 수 있고, 어울리지 않는 인식이란 없다. 그래서 소설이라는 예술이 살아나 우리 사이에 자리 잡는 일을 상상해볼 수 있다면, 분명 소설은 자신을 존경하고 사랑하라고 할 뿐 아니라 자신을 겁박하고 부수라고 우리에게 요구할 것이다. (195면)

-- 맞는 말이다. 벗어나는 일이야말로 가장 커다란 기쁨이고 겨울날에 거리를 쏘다니는 일이야말로 가장 신나는 모험이다. 그렇지만 다시 집 문간에 들어서자 오래된 소유물과 오래된 편견이 우리를 감싸는 것이 느껴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리저리 수많은 거리 모퉁이를 날아다니다가, 닿을 수도 없는 등불의 불꽃에 시달린 나방처럼 녹초가 된 자아는 이제 쉼터를 찾아 그 속에 안긴다. 매일 보아온 문이 다시 나타난다. 나갔던 상태 그대로 의자는 넘어져 있고 도자기 사발과 양탄자의 그을린 갈색 자국도 그대로다. 그리고 다정하게 살펴보며 공손히 어루만져야 할, 도시의 모든 보물 가운데 유일하게 집으로 가져올 수 있었던 전리품인 연필이 여기 있다. (250~5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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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버지니아 울프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8820125

빅토리아 시대 풍의 관습, 자유주의와 지성이 적절하게 혼합된 단란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 경은 빅토리아 시대의 저명한 평론가이며 편집자였다. 그녀는 아버지 스티븐 경에게 글을 감성적으로 읽는 법과 감상하는 법을 배웠으며, 아버지의 방대한 서재에 마음대로 드나들면서 아버지의 손님들인 당대 일류 문사들의 대화에서 지적인 자극을 받아 일찍부터 작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부모가 죽은 뒤 남동생을 중심으로, 케임브리지 출신의 학자ㆍ문인ㆍ비평가들이 그녀의 집에 모여 '블룸즈버리그룹(Bloomsbury Group)'이라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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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영 [역]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번역가. 영문학자. 용인대 영어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옮긴 책으로 『어떻게 지내요』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아닌가』 『대사들』 『실크 스타킹 한 켤레』 『유도라 웰티』 『권력의 문제』 『진 리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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