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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5 덕충부 가까운 마음속에서 : 고형렬 에세이[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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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고형렬의 에세이 장자는 처음부터 ‘에세이장자’로 붙여 써서 그만의 독특한 세계를 부각시켜야 했는데, 이미 ‘에세이’와 ‘장자’가 분리되어버리고 말았다는 느낌이다. 편집자로 아쉬움이 크다. 고형렬은 여러 에세이를 쓰는 중에 장자를 포함시킨 것이 아니다. 그는 평생 장자를 살아왔다. 독자에게 잘 알려진 『은빛 물고기』도 궁극적으로 장자의 시선이고 장자되기의 실천이었다. 그는 마치 도랑을 훌쩍 건너뛰듯이 20세기 분단의 남쪽 나라 최북단 경계의 땅으로 왔다. 그리고 아주 어린 날 최남단 해남으로 가서 삼 년을 살고 돌아온 뒤부터 ‘유애’와 ‘무애’를 화두로 들었다. 유애와 무애는 단순히 존재와 비존재의 문제가 아니다. 생과 사의 문제는 더더구나 아니다. 이분법적 사고로는 찾아갈 수 없는 혼돈 한가운데 광막지야(廣莫之野)의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을 그 소년은 마주치고 만 것인지도 모른다. 아득한 날, 양약이면서 독약인 옻나무만을 심고 가꾸던 이가 바라보았던 그 세계가 어찌하여 소년을 사로잡았을까. 제대로 한문을 익히지도 못했을 나이에 어찌하여 소년은 그 아득함에 빠져들고 만 것일까.
    수많은 고전 해설서가 있지만 어떤 책도 고형렬의 ‘에세이장자’와는 같지 않다. 고형렬은 철학적 논증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는 논쟁을 일삼는 학자 체질이 절대 못 된다. 싸우지도 못 할 거고 싸워봤자 이겨본 적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신통하게도 에세이장자 안에서만은 공자를 신랄하다 못해 잔인할 정도로 비판하고 철저히 해부한다. 공자는 제어되지 않는 욕망의 시스템으로 가동되는 하나의 체제이기 때문이다. 공자사상으로 무장한 먹물들이 순하고 아름다운 자연인들을 유사 이래 광폭하게 지배하고 착취해왔다. 이 책은 그 지배의 욕망과 착취의 욕망에 대한 철저한 해부이다. 공자 또한 우리 자신이 아닐 리 없다.
    <덕충부>에는 온전한 육체를 가진 이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 불완전한 육체 안에 내재된 온전한 정신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이 책은 다시 읽어도 새롭다. 다시 읽어도 새롭고 또 다시 읽어도 새로울 수밖에 없는 것은 그들 모두가 우리 자신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몸이란 어차피 누구든 다 불완전하고 어느 정도는 불구이다. 단지 그 불완전성과 불구성을 아는 이와 모르는 이가 있을 뿐. 산다는 것은 불구의 육신에 수감되는 일. 모욕과 수치만이 그의 변하지 않는 동행일 것이다.

    “오히려 화살을 맞지 않은 것은 과녁의 예외적 비극이라 할 수 있다. 즉 그것은 오히려 온전하지 않은 것이며 또 제외된 자들에 속하게 된다. 즉 진정한 삶에 속하지 않는 자들의 영역이다. 신도가는 숙명을 피하지 않고 바로 화살을 ‘맞은’ 사람이었다. 모든 사람이 화살을 맞고 살아가는데 화살을 맞지 않은 것이 무슨 자랑거리가 될 수 있을까. 모두가 화살을 맞아야 부당하지 않은 세상일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현재를 환기시킨다. 화살을 피했다고 기뻐한다면 그게 더 불행이고 절망일 것이다. 앎으로부터 하염없이 추락하여 영영 누추의 감옥에서 벗어날 길이 없을 테니까.

    목차

    머리말 4

    성스런 사람 왕태(王&#-25712;) 10
    물화(物化)의 수종(守宗) 33
    간담(肝膽)이 초월(楚越)이다 42
    영원한 마음 61
    송백(松柏)의 거울 73
    관천지(官天地) 부만물(府萬物) 87
    올자(兀者)와 집정(執政) 107
    자산(子産)과 신도가(申徒嘉)의 논쟁 134
    중앙자는 화살을 맞는다 169
    우리 자신의 숙산무지(叔山無趾) 190
    발보다 높은 것 211
    천부지재(天覆地載) 232
    공자의 질곡(桎梏) 243
    천하의 추남 애태타(哀&#-26152;它) 263
    추함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다 282
    애태타 떠나다 302
    돈자(㹠子) 이야기 321
    물춘(物春), 사지화예(使之和豫) 350
    덕불형(德不形) 370
    민자(閔子)에게 전하다 384
    인기지리무신과 옹앙대영 399
    천국 천사, 독성천(獨成天)의 성자 414
    무정(無情)의 사람 429
    도의 얼굴, 하늘의 몸 438

    종언(終焉) 449

    본문중에서

    1.
    법으로 세상을 다스린다는 말은 사람들의 좋지 않은 밑바닥만 감찰하는 일일 것이다. 그것은 사람을 바라보는 가장 좋지 않은 방식일 것이다. 법은 위험한 수단이고 구실일 뿐이다.
    화살에 맞지 않은 운명 같지 않은 운명을 선택한 자산에게 수많은 사람들이 화살을 맞고 살아가는 평등한 운명의 현실을 말하면 도대체가 운명이란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사람의 운명을 헤아릴 줄 모르는 사람은 어떻게 글이란 것을 쓸 수가 있고 참된 희생의 정치를 할 수 있을까.
    이 역시 불가내하에 불과한 것일까.
    신도가는 과오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고 또 변명하지도 않고 올형을 자신의 숙명으로 받아들인 사람으로 보인다. 그럼으로써 신도가는 자신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한 장의 거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숙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숙명을 거부하고 살아가는 것보다 더 온전한 삶일 것이다.

    2.
    과연 자산에게서 집정이란 벼슬을 떼어낸다면 그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남의 벼슬을 쓰고 있는 대리인일 뿐이다. 벼슬이란 언제든지 군주가 거두어가면 없는 허울이다.
    장자의 운명이란 정말 어쩔 수 없음이 아니면 운명이 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자산의 운명은 군주의 운명에 종속되어있다. 즉 그는 군주의 목걸이를 하고 있는 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자신의 몸이고 옷이라고 착각했을 것이다. 그 생각 속에서 집정은 이미 죽어있기 때문에 삶을 수정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신도가에겐 그 고귀한 운명이 있는 것 같은데 자산에겐 비순명의 운명이 있는 것 같다. 자산의 운명은 오직 추레할 뿐이다.

    3.
    괴이한 글자를 즐겨 쓰던 장자가 이곳에 정(正) 자를 쓰고 있다. 정 자는 지(止) 자의 머리에 한 일(一) 자를 하나 올려놓은 글자이다. 장자는 외형과 인위보다는 혼돈과 불구를 노래한 사람이기 때문에 정을 바르다는 뜻으로 풀면 재미가 없다.
    몸 어느 한 곳도 성한 곳이 없는 지리소(支離疏)의 신체를 장자가 잘 묘사한 것도 자기 삶을 껴안고 살아가는 생의 순수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의외의 문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장자가 정 자를 쓰지 못할 이유는 없다. 장자는 그 정조차 일종의 숙명이며 비정상으로 보았을지 모른다.
    사실 장자가 중요하게 여긴 것은 외형이 아니라 사람의 안쪽[내(內, 마음)]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청청한 송백이 불구자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겨울에 잎을 떨구지 못하니 그 숙명이 오죽할까.

    4.
    숙산무지는 왕태와 신도가와 함께 삼올(三兀)이다.
    이름엔 출생의 비밀과 그 사람에 대한 꿈이 담겨 있게 마련이다. 숙(叔) 자에는 아버지의 아우, 형제 중 셋째, 연소함, 멸망에 가까운 때, 손으로 주울, 콩의 뜻이 있다.
    지(趾) 자는 발가락, 복사뼈이다. 무지(無趾)는 발가락, 복사뼈가 없다는 뜻이다. 이로 보아서 그는 발의 절반 이상을 베어내는 참형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장자가 무슨 의미로 이런 글자들을 모아 한 사람의 이름을 지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고독자에게 숙산무지(叔山無趾)는 기막힌 이름이다.
    발에 가한 끔찍한 형이 올형이다. 올형자는 먼 길을 걸을 수가 없다. 불가피하게 자주 멈춰야 하고 앉아서 쉬어야 한다. 도대체 그 발에 무슨 죄가 있었던 것일까.
    숙산무지의 한 개인은 슬퍼 보이고 세상은 무정하고 가혹해 보인다.
    ‘숙산무지’
    하고 이렇게 그 이름을 불러보면 땡볕 아래 서있는 그 사람이 마치 고독자였던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비애가 느껴진다.
    장자는 단순한 비극론자가 아니었다. 단지 숙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를 비극론자라고 몰아세웠을 뿐이다.
    그는 중심을 늘 보고 있었다. 그 중심은 세상과 권력이 아니라 그 한 사람 안에 있는 그 무엇이었다. 어찌 보면 비극이다 불가나하다 할 것 없이 저 만물은 모두 각각의 숙명 속에 놓여 있을 주체들이다. 존재할 수 있었던 것들만 저 자연에 널려 있다.
    그들은 모두가 능(能) 속에 있다. 그 능이라고 하는 참고 견디어가는 것에서 숙명을 받은 한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그는 흔들리며 세상을 바라보았던 사람이었다.

    그의 이동과 보행은 몹시도 불편했을 것이다.
    그렇게 머리와 어깨 등이 흔들리며 살았을 사람을 생각하면 환하고 반듯하고 아름다운 것들은 고독자의 눈앞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그는 눈과 마음속에서 ‘그래 이게 나야, 나야’하고 수없이 되뇌었을 것이다. 특히 그의 입과 코, 눈이 동시에 위로 올라갔다가 아래로 내려갔다가 했을 것을 상상하면 누가 그를 바로 쳐다볼 수 있었을까.
    자아와 타자는 분리된 슬픔일 것이다.
    이 타자의 자아가 될 수 없는, 자신에게만 자아인 이 타자는 누구일까. 숙산무지는 타자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모든 자아일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4.11.08
    출생지 강원도 속초
    출간도서 43종
    판매수 2,652권

    낯선 현실과 영토를 자기 신체의 일부로 동화시키면서 내재적 초월과 전이를 지속해가는 고형렬은 15년 동안 삶의 방황소요와 마음의 무위한 업을 찾아 이 책, 장자 에세이 12,000매를 완성했다.

    속초에서 태어나 자란 고형렬(高炯烈)은 「장자(莊子)」를 『현대문학』에 발표하고 문학을 시작했으며 창비 편집부장,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첫 시집 『대청봉 수박밭』 을 출간한 뒤 『밤 미시령』,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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