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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불빛들을 기억해 : 나희덕 산문집[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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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상처 입은 삶에 깃들어 있는 온기 어린 순간들,
이 기록이 누군가에게 작은 불빛이 되어주기를”


등단 이후 지금까지 30년 남짓한 시간 동안 삶의 통증과 그늘을 문학이라는 품 안에 끌어안으며 살아온 나희덕 시인. 2012년 출간되었던 시인의 산문집 《저 불빛들을 기억해》가 8년 만에 다시 독자들을 찾았다. 기존의 원고와 구성을 다시 손보고, 새로이 쓴 원고 11편을 추가했다.
이 책은 점, 선, 면이라는 3가지 주제로 나뉘어 있다. 하나의 작은 세계이자 존재의 내밀한 모습인 ‘점’, 이 점이 다른 점과 맞닿으며 탄생하는 ‘선’, 그리고 제각기 다양한 형태의 선들이 만나 비로소 완성되는 ‘면’. 시인은 점, 선, 면이라는 세 가지 구도 속에서 존재와 관계, 그리고 세상의 축도를 섬세하고 온기 어린 시선으로 그려냈다. 이 책을 통해 시인은 “이 누추한 삶의 기록을 되살리는 일이 작으나마 우리가 잃어버린 불빛을 기억하는 일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전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 혼란과 고통 속에서 던졌던 수많은 질문들의 기록
모성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사물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 안고 생명 원리를 추구하는 서정시인으로 알려진 나희덕의 산문집 《저 불빛들을 기억해》는 글 한 편 한 편마다 저자 특유의 온기로 세상과 사람들을 어루만져주고 있다. 시인의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하는 이 책은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나아가 우리가 몸담은 세상을 폭넓게 바라보는 시인의 깊은 사유들로 이루어져 있다.

서른을 지나 지천명의 나이를 훌쩍 넘기고도 이렇다 할 만한 답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오직 묻고 또 묻는 것만이 그나마 사랑에 가까워지는 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산문집에는 그럴듯한 깨달음보다는 제가 혼란과 고통 속에서 던졌던 수많은 질문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글로 남기지 않았다면 잊혀지고 말았을 어떤 기억들이 도란도란 숨을 쉬고 있습니다.
_<개정판을 내며> 중에서

올해는 나희덕 시인이 등단한 지 31년째 되는 해다. 그럼에도 시인은 여전히 ‘답하기’보다는 ‘묻기’를 선택한다. 그간 많은 독자들의 마음 한 켠에 스며들었던 그의 속 깊고 투명한 언어들은 섣불리 답하기보다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 지난한 과정 안에서 탄생한 것이 아닐까.
이 책은 점, 선, 면이라는 3가지 주제로 나뉘어 있다. 하나의 작은 세계이자 존재의 내밀한 모습인 ‘점’, 이 점이 다른 점과 맞닿으며 탄생하는 ‘선’, 그리고 제각기 다양한 형태의 선들이 만나 비로소 완성되는 ‘면’. 이 구성은 그가 오래전 읽은 칸딘스키의 《점·선·면》이라는 책에서 영감을 얻었다.

‘점’이 하나의 작은 세계이자 존재의 내밀한 모습을 나타낸다면, 이 점이 다른 점과 맞닿으며 탄생하는 ‘선’은 개체와 또다른 개체의 만남을 의미한다. 또한 제각기 다양한 형태의 선들이 만나 비로소 완성되는 ‘면’은 사회 또는 공동체를 뜻한다. (…) 삶이란 그렇게 점과 선과 면이 역동적으로 만나는 과정일 것이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시인은 점, 선, 면이라는 개념이 회화적 요소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 사이의 축도”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삶이라는 구도를 설명하기에 적절한 개념이라고 보았다. 이렇듯 점, 선, 면이라는 세 가지 주제 안에서 시인은 존재와 관계, 그리고 세상의 축도를 섬세하고 온기 어린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 존재와 관계, 그리고 세상에 대한 섬세하고 온기 어린 시선
1부 <점>은 나희덕 시인이 걸어온 나날들의 자취를 담았다. 책의 첫 장은 시인 스스로 ‘에덴에서의 십 년’이라 이름 붙인 어린 시절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부모님이 운영했던 보육원인 ‘에덴원’에서 부모 없는 아이들과 살을 맞대며 생활했던 유년기, 이후 낯선 도시 서울로 자리를 옮겨 ‘제2의 에덴’으로 부른 ‘애향원’에서 다시 새로운 집단생활을 시작했던 날들, 답답한 교실을 벗어나 자유로이 길 위를 떠돌며 보냈던 중·고등학교 시절…. 이런 독특한 경험들은 그의 기질과 감수성, 삶의 태도를 형성하는 토대가 되어주었다.
대학 시절 시인의 세계에 영향을 준 두 인물은 윤동주, 그리고 그의 은사 정현종 시인이었다. 정현종 시인을 통해 “시인으로 존재하는 방식”을 배운 그는 끊임없이 시를 썼고, 마침내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뿌리에게〉가 당선되며 시인이 되었다.
그러나 시인의 삼십 대는 “딱딱한 복도 의자 위에서의 불편한 잠 같은” 것이었다. 종합병원 중환자 보호자실에서 몇 번의 여름과 겨울을 나며 삶과 죽음을 선명히 체감하던 나날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그 시절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두운 허공에 드러난 뿌리처럼 갈증과 불안에 허덕이던 그 나날들이 시인으로서는 가장 파닥거리며 살아 있었던 시기였던 것 같다”고.

돌아보면 어린 시절부터 가난은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고, 사춘기에는 제도에 대한 반감과 부모님과의 마찰로 마음 부대끼는 날이 많았다. 이른 결혼과 출산으로 이십 대를 직장과 집안일에 바치느라 고단한 나날을 보냈고, 때로 지인들에게 배신을 당하거나 마음이 심하게 다치는 경험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일들을 나는 실패라고 여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내 의지의 결과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들이닥친 일들이었고, 지금은 이미 망각하거나 극복한 일들이 되었기 때문이다. (…) 추수를 끝낸 빈 가슴에 흰 서리를 담고 있는 겨울 들판은 또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_<저 연둣빛처럼> 중에서

시인은 저마다 마음 속에 건천乾川 을 하나씩 품고 사는 존재들이라고 할 수 있다. 슬픔을 섣불리 표현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자신의 슬픔에 덜 열중하게 될 때, 시인으로서는 다른 존재의 울음소리에 좀더 귀 기울일 수 있게 된다. (…) 살아 있는 존재들이 내는 울음소리를 나는 좀더 가까이 다가가 듣고 싶다.
_<건천乾川 이 소리를 내기 시작할 때> 중에서

그는 고단한 삶의 경험들이 ‘나’에 대한 질문을 내려놓지 않게 한 동력이었음을 고백한다. 그렇게 1부에 담긴 시인의 이야기들은 굴곡지고 요동쳤던 그의 삶과 내면을 조명함으로써 그의 뒤편에 자리한 고뇌와 질문 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2부 <선>은 존재와 존재 간의 맞닿음, 즉 점으로서 존재하던 개인이 아닌 타인이라는 또다른 점과 맞닿아 이룬 수많은 선들에 대한 이야기다. 시인은 자신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이들을 통해 삶의 온기와 활기를 확인하고, 연대감을 느끼고, 자신의 편협한 마음자리를 되돌아보고, 가치관과 삶의 태도를 재정비하기도 한다.

나무는 혼자만 우뚝 서 있지 않는다. 다른 나무들과 나란히 서서 서로에게 가지와 그늘을 드리운다. 그래서 어떤 나무들에 둘러싸여 있느냐에 따라 나무는 잘 자라기도 하고 불시에 죽기도 한다. 사람살이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혼자 살 수 없고 다른 사람들과 영향을 주고받는다. 어떤 사람들 속에 살았느냐에 따라 삶이 피워내는 꽃이 달라진다. 그러니 잇대어 선 나무들 속에서 사람의 우정과 연대를 읽어볼 수도 있겠다.
_<영랑의 나무와 다산의 나무> 중에서

시인의 가족뿐만 아니라 한국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로 불리는 생명운동가이자 사회운동가인 무위당 장일순, ‘풀무원농장’의 설립자 원경선 원장, 팔레스타인의 시인 자카리아 무함마드, 그리고 동네 이웃들과 시장에서 만나는 반가운 상인들, 혹은 오다가다 스치듯 만난 짧은 인연들까지…. 그 모든 관계는 그의 작은 세계를 흔들고, 변화하게 하고, 마침내 확장시킨다.

당신을 알기 전에는 ‘평화’라는 말이 막연한 추상명사처럼 들릴 때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작가로서 평화를 위해 발언하고 실천하는 일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잘 몰랐습니다. 그런 저에게 당신의 시와 산문은 평화를 말하는 문학적 태도와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 언젠가 당신이 저의 글에서도 또다른 평화의 상징을 발견하고 공감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_<당신을 알기 전에는> 중에서

싱싱한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것 말고도 사람 사는 풍경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재래시장의 매력이다. 평생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상인들과 나누는 몇 마디 말과 그들의 거친 손등, 질척거리는 시장 바닥의 비린내와 거기 비치는 불빛. 그렇게 시장 사람들의 땀냄새와 기름냄새를 맡으며 걷다보면 객지생활의 외로움도 한결 가벼워진다.
_<나는 이 시장을 사랑합니다> 중에서

1부가 개인, 2부가 타인과의 관계 맺음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마지막 3부 <면>은 제각기 다양한 형태의 선들이 만나 직조해낸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시인은 기후위기, 죽음, 질병과 통증, 먹거리, 현대 문명의 한계, 세월호 참사 등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세상에 산재한 과제들을 ‘전체성’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며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4월의 달력을 바라보는 마음에는 커다란 구멍이 두 개나 뚫려 있다. 4월 3일과 4월 16일. 고통의 블랙홀과도 같은 이 두 개의 숫자 앞에서 우리는 해마다 어떤 집단적 통증이 되살아나는 걸 느낀다. (…)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해군과 해경은 왜 승객들을 제대로 구조하지 않았는지, 그 배후에는 대체 누가 있는 것인지 우리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그것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한 우리는 마음껏 슬퍼하고 분노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이 오랜 슬픔의 이유를 알 권리가 있다.
_<슬픔의 이유를 알 권리> 중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과연 제대로 존재하는 길인가. 그것은 소비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의 문제이며, 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웰빙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만족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이웃과 생명체들을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웰빙족이 누리는 행복이 아닐까.
_<삶을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 중에서

시인들은 세상의 흐름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감지하고 그 안에 스민 아픔과 상처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이다. 나희덕 시인 역시 이 사회가, 그리고 이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고 그 본질을 예리하게 들여다본다. 그러나 시인의 통찰과 질문들은 결국 자신의 삶을 향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여전히 시인의 내면 안에 살아 숨쉬는 현재형의 질문인 것이다.

▶ 우리가 잃어버린 불빛을 기억하기를
시인의 말처럼 “삶이란 그렇게 점과 선과 면이 역동적으로 만나는 과정”이다.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독자들은 개인과 타인, 그리고 세상이 결국은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시인은 개정판 서문을 통해 “이 누추한 삶의 기록을 되살리는 일이 작으나마 우리가 잃어버린 불빛을 기억하는 일”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한 바 있다. 나희덕이라는 한 시인이 걸어온 삶의 길 위에 드리워진 그늘과 통증에는 그 모든 것을 품어 안는 불빛이 깃들어 있다. 그것을 온기라고도, 희망이라고도, 혹은 사랑이라고 이름 붙일 수도 있겠다. 시인의 바람대로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불빛들을 기억하기를, 그 불빛들로 각자가 내면의 그늘과 아픔을 따스하게 비출 수 있기를 바란다.

목차

개정판을 내며 4
작가의 말 7

1부 점
에덴에서 무등까지 5
518호라는 방 29
구름과 수풀 35
말벌과 함께 살기 40
저 연둣빛처럼 44
식사를 소풍으로 바꾼 저녁 50
무릉은 사라졌어도 54
건천乾川이 소리를 내기 시작할 때 58
피아노가 있는 풍경 66
돌멩이가 묻고 있는 것 70
나는 너를 듣고 싶다 82
쓰러진 회화나무의 말 88
서른 살의 아침 96

2부 선
저 불빛들을 기억해 103
가장자리 쪽으로 109
무위당无爲堂 생각 112
아름다운 농부에 대한 기억 116
산양의 젖을 남겨두는 마음 121
나는 이 시장을 사랑합니다 124
타인의 냄새 129
당신을 알기 전에는 133
스스로 멈출 수 있는 힘 138
뒤주와 굴뚝 142
이사, 집의 기억을 나누는 의식 148
수녀님, 어디 계세요? 152
영혼의 감기 157
네 밤 자면 집에 갈 수 있어요 160
피어나지 못한 목숨을 위하여 164
영랑의 나무와 다산의 나무 168
일기는 쓰고 있니? 177

3부 면
풀 비린내에 대하여 183
구름 앞에서 부끄러웠다 189
슬픔의 이유를 알 권리 192
죽음과 죽어감 197
통증과 치유의 주체는 누구인가 201
삶을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 206
그늘 속의 의자들 211
무엇을 줄일 수 있을까 214
플러그를 뽑는 즐거움 219
반달 모양의 칼과 길 223
어리석은 자가 산을 옮긴다 232
가지취 냄새나는 책을 찾아서 237
팔 권리와 사지 않을 권리 242
나무 열매와 다이아몬드 246
영양과 뱀잡이수리 251
폭설이 우리 곁을 지날 때 255

본문중에서

신경염의 통증 때문에 정해진 등하교 시간에 맞추어 가지 않아도 되는 특권을 나는 수시로 남용했다. 지각과 조퇴가 잦아졌고, 친구들이 교실에 갇혀 있을 시간에 학교 주변의 과수원과 옹기터를 돌아다니며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 아픈 다리를 일부러 혹사하듯 걸어다녔고, 그러다 참을 수 없이 아프면 바위에 앉아 이끼를 긁어대거나 개미집을 건드렸다.
그런 자유마저 없었다면 나는 교실이라는 공간을 끝까지 견뎌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얼핏 내성적이고 온순해 보이는 아이였지만 내면에는 좀처럼 길들여지지 않는 고집 센 말 한 마리가 자라고 있었다. 그렇게 생겨난 방황과 해찰의 습관은 꽤 오래 계속되었고 글 쓰는 일로 나를 조금씩 이끌었다.
( '1부 점 - <에덴에서 무등까지>' 중에서/ p.18)

살다보면 이처럼 눈물 어린 축제가 필요한 저녁이 불현듯 찾아오기도 한다. 하루 또는 한 끼도 거르고 비껴갈 수 없는 것이 ‘밥’이라는 엄숙한 사실을 삶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시간. 그러나 그 일상적 행위를 축제로 바꿀 수 있는 힘 또한 우리 내부에 있다. 밥은 번번이 우리를 무릎 꿇게 하지만, 그 무참함은 때로 황홀한 취기를 베풀어주기도 한다.
( '1부 점 - <식사를 소풍으로 바꾼 저녁>' 중에서/ pp.52~53)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하나의 답을 내놓아야 한다면, 먼저 세상의 모든 소리들을 잘 듣기 위해서라고 대답하고 싶다. 특히 살아 있는 존재들이 내는 울음소리를 나는 좀더 가까이 다가가 듣고 싶다. 사물과 자연을 통해 누군가 얘기하고 있는 것을, 아니 사물 자체가 말하거나 울고 있는 것을 잘 듣고 있으면 그 속에는 이미 시가 흐르고 있다.
(…) 시인이 가장 충실하게 살아 있는 순간은 만물의 울음소리를 자신의 몸으로 온전하게 실어낼 수 있는 때다. 마음 속의 건천이 소리를 내기 시작할 때, 죽은 것처럼 보이던 존재가 되살아나고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기 시작한다.
( '1부 점 - <건천乾川이 소리를 내기 시작할 때>' 중에서/ p.63)

불이 환하게 켜진 방에서는 창밖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두운 길에서 불 켜진 방을 바라보면 실내의 풍경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보인다. 행복한 사람에게 타인의 불행은 잘 감지되지 않는 반면, 불행한 사람에게 타인의 행복은 너무 빛나고 선명해 보이는 것도 같은 이치일까. 그런데 불빛 아래 있을 때는 정작 자신을 둘러싼 그 빛의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한다. 불빛에서 멀어지고 나서야 그 시간들이 얼마나 따뜻하고 축복받은 순간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 '2부 선 - <저 불빛들을 기억해>' 중에서/ p.103)

불 켜진 방이라고 해서 늘 행복한 온기로 가득한 것은 아니다. 나는 그 창문들을 가리키며 아이에게 말했다.
“저 수많은 창문들을 보렴. 지금은 병원에 있으니까 주변에 아픈 사람들뿐이지만, 퇴원하면 너는 건강한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야 해. 그러다 보면 왜 나만 이렇게 아플까 하는 생각이 들 거야. 그때 저 불빛들을 기억해. 저렇게 수많은 방 속에서 병과 싸우고 자신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너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 '2부 선 - <저 불빛들을 기억해>' 중에서/ p.106)

정현종 선생님의 퇴임사는 시인의 마지막 인사답게 담박하고 여운이 있었다. 선생은 십여 분 정도 말씀을 이어가다가 갑자기 “자, 그만합시다. 실은 세상의 모든 말은 하다가 마는 겁니다”라고 끝을 맺으셨다. 그 중단된 말에 깃들어 있는 침묵이 오히려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하다 만 말, 피우다 만 꽃, 타오르다 만 사랑, 듣다가 만 음악……. 세상의 아름다움은 그렇게 못다 채워진 존재들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게 아닐까.
( '2부 선 - <스스로 멈출 수 있는 힘>' 중에서/ p.141)

북극의 빙산은 지금도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고, 아마존과 호주의 불길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속도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 재난으로 삶의 터전을 잃는 기후난민들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시인은 더이상 숲으로 가지 못한다, 한 평론가가 이렇게 일갈했던 것은 1990년대 초였다. 삼십 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은 이렇게 말해야 할까. 시인은 더이상 구름 앞에 서 있지 못한다, 라고.
( '3부 면 - <구름 앞에서 부끄러웠다>' 중에서/ p.191)

질병과 그로 인한 통증은 서둘러 제거해야 할 대상만은 아니다. 통증와 치유의 주체가 누구인지 깨닫는다면, 질병은 내 몸을 두드리고 들어온 귀한 손님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통증은 우리로 하여금 타인이나 세상에 대해 문을 더 굳게 잠그도록 만든다. 하지만 그 닫힌 눈과 마음을 조금만 열고 몸을 들여다보면 질병이 스스로 물러날 길이 보일지도 모른다.
( '3부 면 - <통증과 치유의 주체는 누구인가>' 중에서/ p.205)

소로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고 입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즐겁고 의미 있는 것으로 변화시켜낼 수 있는 능력이다. 그것은 바로 가장 가까이 있는 존재들을 사랑하는 일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흘리는 땀방울만한 삶의 조미료를 나는 알지 못한다.
( '3부 면 - <삶을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 중에서/ p.210)

우리가 무엇인가를 줄이려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이 우리의 삶을 가장 큰 힘으로 지배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그리고 정작 위험한 것은 그것의 결핍이 아니라 과잉이라는 것을, 그 과잉을 몇 숟갈이라도 덜어낼 때 삶은 좀더 맑아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 '3부 면 - <무엇을 줄일 수 있을까>' 중에서/ p.217)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6.02.08~
출생지 충남 논산
출간도서 38종
판매수 11,884권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학과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 『사라진 손바닥』, 『야생사과』,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파일명 서정시』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반 통의 물』, 『저 불빛들을 기억해』,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등이 있다. 또한 시론집으로 『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한 접시의 시』 등과 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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