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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주름들 : 감각을 일깨우는 시인의 예술 읽기[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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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나희덕
  • 출판사 : 마음산책
  • 발행 : 2021년 04월 30일
  • 쪽수 : 276
  • ISBN : 9788960906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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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숨겨진 주름을 마주할 때 작품은 한 편의 시처럼 피어난다”
시인, 비평가 그리고 산책자 나희덕의 예술 읽기

등단 32년째를 맞은 시인 나희덕의 예술 산문 『예술의 주름들』이 출간됐다. 나희덕 시인이 예술 작품만을 대상으로 한 글을 엮어 책을 낸 것은 처음이다. 시인이자 비평가로서 나 시인은 문학을 기본으로 하되, 오랜 시간 인문·예술 영역 전반에 걸쳐 읽기와 쓰기를 지속해왔다. 이러한 관심사가 시의 모티프가 되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예술의 주름들』은 그의 시집들과도 연장선상에 있다. 그의 시에서 쇠라의 점묘화 속 점들은 “선들이 내지르는 굉음을 견딜 수 없어 선을 빻고 또 빻’인(「쇠라의 점묘화」) 것으로 상상되고, 화가 이중섭의 불운한 삶은 “빈 조개껍질에 세 든 소라게”(「이중섭의 방」)로 그려진다면,『예술의 주름들』은 예술 작품이 시가 되기 이전, 시인이 작품을 마주한 순간의 감응과 해석이 산문의 언어로 펼쳐지는 장이다.
아녜스 바르다, 류이치 사카모토, 케테 콜비츠, 로스코, 조동진 등 책 속에 호명된 예술가들은 장르도 개성도 각기 다르지만, 시인이 ‘시적인 것과 예술적인 것’을 발견하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나희덕의 시적 자아와 비평적 자아가 동시에 작동하며 쓰인 30편의 글들은 특유의 공감력과 사유를 통해 예술 작품 앞에서 우리가 느꼈던 미묘한 감정을 헤아리게 한다. 거미가 가느다란 씨줄과 날줄을 뽑아내듯 시인이 언어로 직조해낸 풍경은 독자들의 감각을 일깨우며, 예술의 숨겨진 ‘주름’으로 이끄는 것이다. 무엇보다 예술의 세계에서 길어 올린 메시지와 태도-자연을 중심으로 한 생태적 감수성(1부), 여성주의 정체성 탐색(2부), 예술가적 자의식의 탐구(3부), 장르의 경계를 흔드는 실험(4부), 시와 다른 예술의 만남(5부)-는 지금, 여기 우리 삶의 한계를 넘어서게 할 통찰로 가득하다.

예술이란 얼마나 많은 주름을 거느리고 있는가.
우리 몸과 영혼에도 얼마나 많은 주름과 상처가 있는가.
주름과 주름, 상처와 상처가 서로를 알아보았고
파도처럼 일렁이며 만났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하였다.
“세계와 영혼의 주름을 구성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비틀림이다.”
질 들뢰즈의 이 말처럼
세계와 영혼의 주름들을 해독하려 애를 쓰며
몇 개의 겹눈이 생겨난 것 같기도 하다.
시인의 눈으로 읽어낸 예술의 옆모습이
모쪼록 독자에게도 고개 끄덕일 만한 것이 되면 좋겠다.
_「책머리에」에서

출판사 서평

시를 통해 작품을 천천히 사유하는 즐거움
시인의 예술 읽기는 문학의 자리로 돌아온다

『예술의 주름들』의 바탕에 흐르는 일관된 시선은 ‘시를 통한 예술 읽기’다. 시인은 시적 서정이나 태도가 담긴 예술에 눈 돌리고, 언뜻 시와 무관해 보이는 작품 앞에서도 시를 떠올려, 이를 돋보기 삼아 작품과 만나는 것이다.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수영장〉 시리즈로 유명하지만, 나희덕이 주목한 것은 그의 판화 연작에 드러난 문학적 요소, 즉 그림과 시 텍스트가 결합된 방식이었다. 호크니는 월트 휘트먼, 에즈라 파운드 등을 비롯한 몇몇 시인들의 시를 그림 속에 문자 이미지로 자주 인용하곤 했는데, 이러한 스토리텔링은 그의 성정체성 등 정체성 위기를 드러내는 효과적인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영화 〈타인의 삶〉을 보면서는 한 극작가의 삶을 감시하는 동독 비밀경찰의 이야기를 통해 타인의 존재가 개인에게 갖는 의미를 질문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인이 짝지은 아담 자가예프스키 시는 영화 읽기의 열쇠가 된다. 폴란드의 시인 자가예프스키의 시「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에서처럼 주인공이 마주한 타인의 시선은 “삶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교감을 열어주는 통로”로 기능한다.

자가예프스키는 말한다. “타인은 지옥이 아니”라고. (...) 시적 화자가 앉아 있는 곳은 닫힌 방이 아니라 저녁 무렵의 광장이다. 그 열린 공간에서 모르는 사람들의 얼굴을 열심히 바라보며 화자는 “저마다 다른, 각자 뭔가를 말하고, 설득하고, 웃고, 아파하는 얼굴들”을 읽어내려고 애쓴다. 레비나스가 말했듯이, 타인의 얼굴은 우리에게 불현듯 들이 닥치는 존재들이다. 그 순간 타인의 얼굴은 “등불처럼” “용접공의 점화기처럼” 빛난다. 이렇게 아름다움이란 늘 바깥에 있는 어떤 것, 타인에게서 발견되는 어떤 것이다. 〈타인의 삶〉에서 비즐러가 마침내 도달한 얼굴처럼.
_246~248쪽

문학적 관심사를 바탕으로 한 예술 읽기는 때로 시인 자신의 시를 호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시인은 롤랑 바르트의 어머니와 사진작가 한설희의 사진 속 푼크툼의 순간을 다룬 장에서 자신의 시「주름들」을 인용한다. 시 속에서 화자는 엄마의 주름이 “골짜기처럼 깊어 / 펼쳐들면 한 생애가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며 주름을 통해 당신의 전체를 마주했다고 고백한다. 또한 저자의 몸을 통과한 작품은 그대로 시가 되기도 하여, 크고 작은 집들로 채워진 장민숙의 반구상 회화 〈산책〉은 「창문성」이라는 시를 낳았다. 회화 〈산책〉이 창문의 색채와 형태를 통해 집의 표정을 전한다면, 「창문성」은 “눈빛” “입술” “항문”으로, 창문을 몸의 일부에 빗대어 독자로 하여금 집과 좀 더 내밀한 관계를 맺도록 이끌며 그림의 의미를 확장한다. 이처럼 시적 상상력으로 예술을 쓰다듬은 『예술의 주름들』에서는 “시와 예술 사이에” 난 여러 갈래의 “작은 길”들을 만날 수 있다.

보편적 공감을 부르는 편애의 기록
예술은 벽 너머를 상상하게 한다

예술 산문에는 저자의 취향이 강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으며 나희덕 시인 스스로도 이 책이 ‘편애의 기록’임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예술의 주름들』이 단순한 취향의 집합체에 머물지 않는 것은 저자가 다루는 작품들이 우리에게 다른 세계를 상상하게 하는 덕분이다. 그런 점에서 버려진 지역에서 벽화나 사진 작업을 통해 새로운 벽을 창조하고, 벽 너머를 보게 하는 아녜스 바르다를 책의 첫 장에 소개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바르다의 예술 속에서 벽은 “더 이상 우리를 가두는 장애물이 아니라 즐거운 몽상의 통로”가 되며 우리는 예술을 통해 고정된 정체성을 벗어나는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다. 그것은 2부 「나, 스스로의 뮤즈가 되어」에서처럼 모성이나 섹슈얼리티에만 갇히지 않는 풍요로운 여성성일 수도, 3부 「이것이 그의 자화상이다」에서처럼 독자적 세계를 창조하는 극한의 정신일 수도 있다. 또한 여기에는 「경계 없는 창조자들」에서처럼 예술의 장르를 넘나드는 새로운 경험도 빠질 수 없다. 시인은 이러한 예술적 횡단을 거쳐 5부 「시는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도착한다」에서 뫼비우스의 띠처럼 다시 시로 돌아와 언어에 담긴 사회적 기억을 환기하며 책을 끝맺는다. 독자들은 시인이 읽어낸 예술의 주름들 속에서 새삼 예술의 힘을, 벽을 벽 아닌 것으로, 또 자유와 해방을 향한 공통 언어로서 예술의 가능성을 발견할 것이다. 그것이 “가장 하찮은 잎사귀”(『그곳이 멀지 않다』)로 보일지라도.

목차

책머리에 | 시와 예술 사이의 작은 길

1 찢긴 대지를 꿰매다
벽의 반대말은 해변이에요 · 아녜스 바르다
행성과 거미 · 토마스 사라세노
맞아, 바로 이 소리야! · 류이치 사카모토
걷기, 찢긴 곳을 꿰매는 바느질 ·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이 대지는 누구의 것인가 · 황윤
한 사람이 여기 있다 · 정영창

2 나, 스스로의 뮤즈가 되어
나는 나를 낳을 거야 · 파울라 모데르존 베커
말과 나는 같은 삶을 사네 · 마리 로랑생
한 여자가 자기 삶의 진실을 말한다면 · 케테 콜비츠
허공을 향해 몸을 던지는 거미처럼 · 시오타 치하루
인어에게서 배운 노래 · 클라우디아 요사
사라진, 또는 사라져가는 얼굴을 위하여 · 한설희

3 이것이 그의 자화상이다
악마, 진실의 다른 얼굴 · 고야
조각가와 모델들 · 자코메티
음악 속으로, 한 개의 점이 되어 · 글렌 굴드
목소리로서의 회화 · 마크 로스코
흙빛의 시 · 윤형근
아무것도 아닌 동시에 모든 것인 · 김인경

4 경계 없는 창조자들
예술과 체스 · 뒤샹
손을 그리는 손을 그리는 손 · M.C. 에셔
색채와 음색 · 칸딘스키
사건으로서의 연극 · 우스터 그룹
매화와 붓꽃, 그 너머의 세계 · 김용준과 존 버거
의자는 자명하지 않다 · 목수 김씨

5 시는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도착한다
잃어버린, 또는 아직 오지 않은 시 · 짐 자무시
화가의 시詩 사용법 · 데이비드 호크니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 ·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새가 되어 날아간 대기의 감별사 · 조동진
산책자의 고독과 풍경의 진화 · 장민숙
아주 오래된 말의 지층 · 이매리

도판 출처 및 저작권 276

본문중에서

바르다는 이처럼 벽화나 사진을 통해 새로운 벽을 창조함으로써 벽 너머를 보게 한다. 상상을 통해서든 회상을 통해서든 벽은 더 이상 우리를 가두는 장애물이 아니라 즐거운 몽상의 통로가 된다. 아무리 완강해 보이는 벽도 그녀의 손길이 닿으면 물렁물렁한 점토처럼 부드러운 물성으로 변한다. 벽에 붙어 있는 해변 사진에서도 어느새 파도가 일렁이기 시작한다. 이런 것을 바르다 영화의 마법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_23쪽

(류이치 사카모토는) 또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을 찾아 출입 제한구역에서 사진을 찍거나 소리를 채집했다. 쓰나미가 지나간 강당에 남아 있는 피아노 한 대. 조심스럽게 그 피아노를 열고 건반을 눌러보며 그는 “자연이 조율해준 피아노 소리가 좋다. 그런 소리가 내 안에도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쓰나미를 겪은 피아노를 어루만지는 그의 손길에서 원전 사고로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애도와 진혼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_39쪽

영화 〈어느 날 그 길에서〉가 제기하는 문제는 숱한 야생동물들의 죽음이 과연 윤리적으로 심미적으로 옳은가 하는 것이다. “한국에는 10만 킬로미터가 넘는 자동차 길이 있다”는 자막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그런데 한국도로공사는 몇 년 이내에 고속도로를 20만 킬로미터까지 건설하고, 대부분의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겠다고 한다. 과연 주행 시간이 단축되면 우리가 더 행복해지고, 단절된 관계가 이어지게 될까? 그리고 길과 대지가 인간의 것이라는 생각이 그 위에 깃들어 살아가는 생명체들에게도 두루 온당한 것일까? 이런 질문을 던지기 시작할 때 ‘어느 날 그 길에서’ 윤리는 시작될 것이다.
_57쪽

정영창의 개인전 〈한 사람〉에서 복수의 인물이 등장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화폭 전체가 오로지 한 인물의 극적인 순간을 포착하는 데 집중한다. 그렇게 개별적으로 호명된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미지들은 한국의 현대사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과 전쟁의 참상을 증언하고 있다. 검은 허공에 떠 있는 듯한 얼굴들. 세계를 떠도는 유령들의 귀환. 묵시록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이 초상화들은 망각의 강에서 방금 건져 올린 물고기처럼 죽음의 물기를 머금은 채 고통의 비늘을 파닥거린다. “고통은 아주 어두운 빛깔”이라고 말했던 케테 콜비츠의 말처럼, 정영창의 손에서 태어난 초상들은 강렬한 검은 빛을 띠고 있다. _62~63쪽

만일 그런 절망의 시기가 없었다면 로랑생은 말년에 자기만의 꽃을 피울 수 있었을까. 60세 무렵부터 10년에 걸쳐 완성한 대작 〈세 명의 젊은 여인들〉을 보면, 부드럽고 풍요로운 여성성이 색채의 향연과 함께 펼쳐진다. 이 그림 속 세 여인들은 로랑생의 예술을 탄생시킨 뮤즈처럼 보인다. 로랑생은 앙리 루소의 〈시인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에서처럼 더 이상 남성 연인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가 아니다. 다른 누구를 위한 뮤즈가 아니라 ‘스스로의 뮤즈’가 되어 부르는 그녀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_83~84쪽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일방적인 행위가 아니라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라는 것을 그녀는 점차 깨닫게 된다. 서로의 시선 앞에서 엄마와 딸은 온전한 자기 자신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한다. 주름진 손과 얼굴, 고요히 굽이치는 흰 머리칼, 낡은 옷과 이불, 금이 간 거울과 오래된 물건들…… 어두운 방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노모의 모습은 단순히 늙어가는 육체가 아니라 아름다운 피사체가 되어 ‘한 편의 시’처럼 피어난다.
_124~126쪽

엄마의 입가에 웃음을 되찾게 하려고 필사적으로 셔터를 눌렀고, 드디어 엄마가 희미하게 웃으셨다. 웃는 순간 엄마의 얼굴에 자리 잡은 주름들이 일제히 열렸다가 닫혔다. 밀려가고 밀려오는 파도 속에서 생의 화음과 불협화음도 잠시 합쳐졌다 흩어졌다. 롤랑 바르트가 온실 사진에서 엄마의 전체를 발견했던 것처럼, 나는 렌즈 속 클로즈업된 주름들에서 엄마의 생애 전체를 들여다본 것 같기도 했다. 푼크툼의 순간이었다.
_130쪽

그 ‘품’, 곧 비어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천을 잇대어 한 땀 한 땀 박아나가는 작업은 마치 티베트 승려들이 모래 만다라를 그리는 과정과도 같다. 승려들은 색으로 물들인 모래를 가지고 오체투지로 만다라를 그려나가지만, 그것이 완성되는 순간 다시 빗자루로 쓸어 담아 강이나 바다에 흩뿌린다. 아름다운 예술적 형상은 다시 몇 줌의 모래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이때 화면에 구현된 만다라의 놀랄 만한 정 교함은 그 장엄한 사라짐의 순간을 위해 마련된 과정일 따름이다. 그 색色과 공空이 빚어낸 덧없는 아름다움은 이번 전 시의 부제인 카르마Karma, 業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_183~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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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나희덕(羅喜德)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660208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저자 나희덕은 1966년 2월 8일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뿌리에게'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시집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등을 발표했으며, 시론집 '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출간했다. 김수영문학상 · 김달진문학상 ·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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