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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 어느 아나키스트의 맨발에 관한 전설

원제 : 流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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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박범신
  • 출판사 : 은행나무
  • 발행 : 2017년 11월 28일
  • 쪽수 : 58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56605654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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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담대한 ‘이야기’의 바다 한 세기에 걸친 맨발의 여정!

1915년, 화인국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던 수로국에서 태어난 유리는 일곱 살에 천자문을 떼고 동물들과 대화를 할 수 있으며 화인국의 글자도 읽고 쓸 정도로 영특한 아이이다. 서커스에 나가도 될 만큼 몸이 유연할 뿐 아니라 나팔꽃의 이슬을 핥아먹는 구렁이를 따라하다 보니 긴 혀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혀가 기니 말재간이 뛰어날 거라는 어머니의 칭찬에 유리는 흡족해한다. 그즈음 가난한 인텔리였던 아버지가 갑작스레 죽자 큰아버지는 쌀가마니를 들고 와 어머니의 방에 자주 드나들기 시작한다. 큰아버지와 어머니의 부정한 장면을 목격한 뒤로 유리의 키는 더 이상 자라지 않게 된다. 약속대로 살길을 도모해주겠다는 큰아버지의 제안에 따라 어머니는 도시로 홀로 나가 살게 되고 유리는 큰집에 양자로 들어간다. 화인국이 하사한 할아버지의 자작 작위를 물려받은 큰아버지를 유리는 이제 ‘아버지’라 부르게 되고, ‘아버지’의 일을 알아가고 돕는 과정에서 그가 수로국 인신매매 조직의 수장이며 화인국의 착취와 수탈에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고 부끄러움을 느낀다.

출판사 서평

“무성한 생성과 쓸쓸한 소멸이 덩어리져 흐르고 있었다.
누구인들 어찌 그것에 홀리지 않겠는가.”

44년 박범신 문학의 새로운 절창!


올해로 데뷔 44년을 맞은 작가 박범신의 장편소설 [유리―어느 아나키스트의 맨발에 관한 전설]이 출간되었다. 박범신 작가의 통산 43번째 소설이기도 한 [유리]는 20세기 초 유랑자의 운명으로 태어난 ‘유리(流離)’라는 남자의 한 세기에 걸친 맨발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으로 상징화된 동아시아 가상 국가를 배경으로, 살아남기 위해 떠돌이가 된 아나키스트의 운명과 인류의 역사 속 ‘난민’의 서사를 한 권의 소설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유리]는 작가가 처음으로 판타지 기법을 차용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발표해온 장편들과 차이가 있다. 구렁이, 은여우, 원숭이, 햄스터 등의 동물들은 유리의 여정에 동반자로 등장하며 유리가 위기를 극복하도록 도와준다. 또한 서커스단 외다리 여인과의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나 사막에서 만난 큰마님의 귓병을 치료하는 마법 같은 장면 등도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를 떠올리게 할 만큼 비현실적이며 풍자적이고 아름답다.

[유리]는 2016년 3월부터 7월까지 모바일플랫폼 카카오페이지에서 ‘웹소설’ 형식으로 연재된 바 있고, 9만 명 이상이 소설을 구독했다. 연재 이후 작가는 [유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퇴고를 하며 문장을 다듬었고, 각 장면들의 이음새를 꼼꼼히 손보았으며, 후반부에 위안부 여성의 이야기와 한국현대사의 질곡이 담긴 500여 매 분량의 이야기를 추가로 집필하는 등 개고에 힘을 쏟았다.

유리의 확신은 날로 깊어졌다. “아버지들을 죽여야 돼!” 수로에 빠져 죽은 친아버지의 말은 틀린 데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유리는 착한 소인국의 소년이었고 큰아버지-아버지는 악한 거인국의 수장이었다. 죽일 방도가 없었으므로 유리는 무조건 ‘효도’의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 -34쪽

헛헛함을 달래기 위해 운지산 초가에 몰래 다녀오던 어느 날, 유리는 그 앞에서 붉은 댕기를 한 한 소녀를 만난다. 유리는 소녀의 뒤를 따라가다 굴을 맞닥뜨리고 그 속에 세상의 핍박을 피해 산으로 숨어든 사람들의 산속 마을, 도원동이 있음을 알게 된다. 유리는 마을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자유롭게 마을을 드나들게 된다. 그해 가을, 화인국 순사들에 의해 도원동이 전소된 날, 유리는 멀리 떠날 준비를 마친 붉은댕기를 따라 들어간 동굴 속 비밀의 샘에서 훗날 자신의 죽음을 미리 보고 강한 느낌을 받는다.

“말하면 안 돼!” 붉은댕기가 황급히 외쳤고, 유리는 온몸을 관통해가는 서늘하고 신비한 기운을 그 순간 느꼈다. (…) “지금 보는 그것은…… 그것은 오라버니의 죽음이고…… 그러므로 비밀이야. 누구에게든 지금 본 그것에 대해 말하면 안 돼. 나한테도. 앞으로도 절대로! 그걸 말하고 나면…… 오라버니는 자신의 운명대로 살 수 없게 될 거야!” -56~57쪽

아버지가 진행하던 위안부 차출 사업에 속아 붉은댕기가 떠나자, 유리는 더는 아버지의 죄를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아버지의 죄를 벌하고자, 아버지가 애용하던 러시아제 볼트액션 소총으로 그를 쏘고 고향을 떠난다.

유리는 사흘 밤낮을 뜬눈으로 걷고 두만강에 닿을 쯤에서야 겨우 숨을 돌린다. 그러다 ‘금이빨’이라는 어설픈 사냥꾼에게 권총과 칼 등을 빼앗기고 늑대 밥이 되려던 찰나, ‘걸식’이라는 사내의 도움을 받아 위기에서 놓여난다. 이름을 묻는 걸식에게 유리는 쉽게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못한다. 어떤 충격 때문인지 갑자기 자신의 본래 이름을 잊어버린 것이었다. 겨우 생각난 고유명사는 ‘운지산’뿐. 걸식은 떠돌며 밥을 구걸한다는 뜻의 ‘유리걸식’을 꺼내며 ‘걸식’은 자기 이름이니 너는 ‘유리’가 어떠냐며 새 이름을 지어준다. 그때부터 유리는 ‘유리’로 불리게 된다.

걸식은 유리가 자작을 죽이고 쫓기는 몸이라는 걸 알고 추적대를 피해 유리와 동행하기로 한다. 그렇게 산과 산맥을 넘으면서 유리는 산중 생활의 방법을 배우게 되고, 대지국으로 향하는 동안 유리의 동행은 수십 명으로 불어난다. 모두 도망자들이었고 길로 떠돌 수밖에 없는 신세들이었다.

“그 추운 겨울에도 세상을 등지고 산에 들어와 있던 백성들이 그리 많았던 게야. 사람이 무서워 도망쳐 왔지만 사람에게 기대어야 살아갈 수 있는 게 또 사람인 법, 한 명이 더해 여섯이 되고, 열 명이 더해 열여섯이 되고, 스물을 더해 서른여섯이 되는 식으로 식구가 불어났다. (…) 상상해봐라. 길 없는 산맥을 헤쳐 나갈수록 목숨 섞어 함께 견디어야 할 식구들이 나날이 불어나는 광경, 근사하지 않니.” -124~125쪽

국경수비대의 총탄에 많은 사람이 떨어져 나가고, 겨우 두만강을 건너는 데 성공한 유리와 일행들은 한 무리를 이루어 ‘룽징(용정)’으로 들어와 마을을 꾸린다. 그렇게 평등을 기치로 하는 하나의 공동체, ‘유리걸식단’이 만들어진다. 조국의 독립 여부에 개의치 않고 오로지 더 이상 떠돌지 않고 배곯지 않는다는 원칙만 있다는 점에서 그들은 모두 아나키스트라 할 수 있었다.

유리는 사람들을 돌보는 틈틈이 ‘붉은댕기’를 수소문하지만 소식은 요원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옛날 운지산 도원동에서 만났던 아낙을 우연히 만난 유리는 그녀로부터 성병 검사를 받으러 온 위안부들 속에서 ‘붉은댕기’를 본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애통해한다.

“트럭 위의 그 여자가 바로 운지산의 붉은댕기, 걔였어.” 유리는 중얼거렸다. 그녀가 자신을 알아보고 “오라버니!” 하고 부르짖었을지도 몰랐다. 댕기를 풀어 바람 속에 날려 보내는 그녀의 손짓이 보이는 것 같았다. 트럭을 붙잡아 세울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이 가슴에 사무쳤다. 유리는 그래서 햇빛 쏟아지는 도로 한가운데 무릎 꿇고 앉은 채 눈을 부비며 조금 울었다. (…) 유리는 그날부터 그 댕기를 손목에 언제나 묶고 다녔다. -160~161쪽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역사의 부침 속에서 어느 쪽에도 속할 수 없었던 아나키스트, ‘유리’라고 불리는 한 남자의 평생에 걸친 유랑이 길과 길을 따라 계속된다.

“[유리]는 은닉돼 있던 내 꿈의 사실적인 변용”
강렬한 은유와 문학적 상상력으로 써내려간 아나키즘의 삶


1915년에 태어나 2015년에 죽음을 맞이하는 주인공 유리의 백 년 인생은 작가가 ‘짐승의 시대’로 명명한 동아시아의 근대 백 년 역사에 다름 아니다. 전쟁의 포화로 얼룩진 20세기 초 국제정세와 한국 전쟁 및 남북 분단, 냉전, 급변하는 중국과 대만의 정치 사회적 상황, 현재의 패권을 잡기 위한 과거사 왜곡 등 우리에게 익숙한 역사 문제들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이지만 작가는 그간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서사적 전략을 활용하여 장대한 스케일의 서사를 빠르고 압축적이고 무겁지 않게 진행해간다. 특히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주었던 작가 특유의 정념과 갈망의 문장은 이번 소설에서 판타지, 우화의 이미지와 결탁해 감각적이고 독특한 서사를 끌어가는 바퀴로서 그 빛을 발한다.

[유리]의 방랑은 ‘살부(殺父)’라는 오랜 문학적 모티프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죄 많은 ‘큰아버지-아버지’를 쓰러뜨림으로써 집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유리가 자신의 본명을 잊어버릴 만큼 혹독한 고통을 내내 마주해야 하는 ‘오이디푸스콤플렉스’를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작가는 앞서 대만의 최대 문예지 [잉크INK]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을 소유하려는 가부장제적 전통과 욕망을 뛰어넘는 단초로서 ‘살부’의 상징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살부’란 기성의 거대한 힘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기에 개인적으로는 고통스러운 모험의 시작이지만, ‘아비’를 죽이지 않고선 ‘짐승의 시대’를 끝낼 수 없고 ‘아비’를 죽일 수밖에 없다면 유랑을 피할 수 없음을 피력한다. 아울러 ‘작가의 말’에서도 진정한 자유란 머물지 않고 묶이지 않는 삶에 깃드는 것이며 평생토록 아나키즘의 삶을 지향해온 자신의 꿈을 이 소설에 녹여냈다고 고백하고 있다.

작가는 카카오페이지에 연재할 당시 “문학에서 이야기가 실종된 시대, 이 소설을 통해 담대한 이야기의 바다로 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개인에서 사회, 사회에서 역사로 꾸준히 작품의 외연을 확장해온 작가 박범신에게 그리고 그의 독자들에게 이번 [유리]는 또 한 번의 중요한, 소설적 변곡점으로 깊게 각인될 것이다.

“거침없이 썼다.
이야기는 절로 아귀가 맞춰졌고
문장은 손끝에서 스스로 완결되는 느낌이 들었다.
‘자유의 문’에 다가서는 기분이었다.”
—‘작가의 말’에서

목차

프롤로그―유리 할아버지 7
살부殺父 16
맨발 60
다시, 유리 할아버지 124
유리걸식단 141
길 194
다시 또 유리 할아버지 261
자학 281
맨발의 혀와 귓구멍 속 허공의 길 301
다시 또 나의 유리 할아버지 386
무국적자 406
자유인 450
또 나의 할아버지, 미스터 유리 496
사랑 513
나의 영원한 할아버지 미스터 유리 565

작가의 말 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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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1946.08.24~
출생지 충남 논산
출간도서 82종
판매수 62,577권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토끼와 잠수함] [흰 소가 끄는 수레]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 장편소설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 [불의 나라] [더러운 책상] [나마스테] [촐라체] [고산자] [은교] [비즈니스] [외등]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소금] [소소한 풍경] [주름] 등 다수가 있다. 대한민국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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