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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오리바람 식당이 전하는 인생의 진실!

어느 마을의 작은 식당에서 펼쳐지는 따뜻한 이야기 『회오리바람 식당의 밤』. <그 뒤로는 수프만 생각하고 살았다>, <레인코트를 입은 개>로 이어지는 「달의 배 마을」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으로, 이국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지닌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정겨운 ‘달의 배 마을’ 네거리 모퉁이에 위치한 별난 이름의 회오리바람 식당. 드물게 입을 여는 식당 주인, 옥탑방에서 비 내리게 하는 연구를 하는 강우 선생, 헌책방을 운영하는 드니로 아저씨, 주연을 꿈꾸는 여배우 등 회오리식당에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일상적이면서도 비일상적인 세계, 어딘가에 있을 법하지만 또 어디에도 있지 않을 것 같은 공간을 무대로 천천히 이야기가 흐른다. 식당을 내세우고 있지만 식당과 요리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모이는 사람들과 그들이 모이는 공간이 중심이 된다.

어느 날 당신 앞에 불쑥 나타난 회오리바람

식당 앞 네거리에 사람이 나타나면 느닷없이 회오리바람이 분다!

『그 뒤로는 수프만 생각하고 살았다』『레인코트를 입은 개』로 이어지는 ‘달의 배 마을’ 삼부작 중 첫 번째 작품으로, 2009년 11월에 일본에서 영화화되었다. 소설의 배경인 ‘달의 배 마을’은 저자가 소년 시절을 보낸 도시인 세타가야 구의 아카쓰쓰미를 무대로 하고 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이 세상 어디에도 있을 법하지 않은 그런 마을과 식당이라고 느끼는 독자 중에는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일본에서 한동안 식당을 주제로 한 소설과 영화가 선전했다. 이 책은 ‘식당’이라는 제목을 내걸고 있지만 기존의 책처럼 식당과 요리가 중심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식당은 단순히 사람들이 모이는 하나의 ‘공간’이라는 성격이 강하고 ‘나’를 중심으로 거기에 모이는 사람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극적이지 않고 순한 맛이 나는 감성소설. 기승전결이 있는 줄거리를 추구하지 않으면서 분위기 위주로 따라 읽으면 좋을 책이다. 여러 독자들이 하나같이 지적하듯이 소설의 전체적인 인상은 이국적이며 어딘지 모르게 환상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저자는 후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지구의 어디쯤에 있든 ‘달의 배 마을’이라는 곳은 분명 존재한다.

◎ 추억이라는 이름의 기적
정겨운 마을 ‘달의 배 마을’ 네거리 모퉁이에 위치한 별난 이름의 회오리바람 식당. ‘나’는 아파트 옥탑방에서 비 내리게 하는 연구를 하는 ‘강우 선생’으로, ‘나’ 주변의 인물들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헌책방을 운영하는 ‘드니로 아저씨’, 이르쿠츠크에 가고 싶은 과일 가게 청년, 별난 모자 가게의 주인 사쿠라다 씨, 오늘도 주연을 꿈꾸는 키 큰 여배우 나나쓰 씨. 회오리식당에 모인 사람들이 펼치는 따뜻하고도 가슴 시원한 이야기.

추억이라는 이름의 기적! 읽는 내내 지난날 무덤덤하게 지나쳤던 풍경, 냄새, 기분…… 너무 사소해서 한 번도 되돌아본 적 없는 것들, 아무것도 아니었던 그것들이 끊임없이 떠오르며 속삭이는 듯한 경험을 한다.

◎ 회오리바람 식당이 전하는 단 한 번뿐인 인생의 진실!
일상적이면서도 비일상적인 세계. 어디엔가 있을 법하지만 결코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곳. 가까이 다가갈수록 왠지 멀리 뒷걸음치며 물러나는 세계. 소설은 그런 세계에 주목한다. 천천히 흐르는 스토리에는 극적인 결말이 있는 것도 아니고 큰 감동에 전율이 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소설을 읽는 내내 확실하게 독자의 몸에 스며드는 따뜻함이 있다. 마치 추운 날에 먹는 한 그릇의 따뜻한 수프라 할까. 누구나 품고 있으면서도 바쁜 생활에 얽매인 나머지 못 보고 사는 그런 그리움의 공간을 조명하고 있다.

‘나’의 아버지는 마술사다. 하지만 “오른손과 왼손만이 마술사일 뿐, 나머지 부분은 지극히 평범한 아버지”다. “아버지가 무대에 오를 때는 반드시 특별한 막이 무대에 드리워지고, 거기에는 직경 십 센티미터 정도의 구멍 두 개가 나란히 뚫려 있었다. 막 뒤에 선 아버지는 관객을 향해 서서 그 구멍으로 오른손과 왼손을 내밀었는데, 객석에서 보면 컴컴한 무대에 드리운 막 한가운데에 스포트라이트가 내리비추고, 그곳에 덩그러니 두 손만이 공중을 헤엄치듯이 떠 있었다.”
아버지가 소속된 극장의 지하에는 커피 가게가 있었다. 아버지는 늘 같은 것을 주문했다. “에스프레소. 설탕은 필요 없어.” 주인공 ‘나’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늘 아버지를 따라 극장에 갔고, 거기에는 요즘과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무엇보다 누구나 여유로웠다.

느긋하게 담배 연기가 자욱이 피어오르고, 신문의 버스럭거리는 소리가 꿈결처럼 아련히 들려왔다. 극장 자체가 낡은 건물이었던 탓도 있을 테지만, 그 도넛 모양의 카운터에서 코코아인지 뭔지를 마시던 나는 과연 정말로 그곳에 있었던 것일까? 그런 의문도 든다.

도넛 모양의 테이블 중앙에 놓여 있던 기묘한 은빛 에스프레소 머신. 이런 ‘나’의 세계의 상징이라면 무엇보다도 아버지가 무대의상이자 마술 도구로 가지고 다니던 조우 한 쌍의 소맷부리다.

아버지의 가죽가방에는 검정 재킷과 흰 셔츠를 한데 꿰매어놓은 소맷부리 몇 개가 준비되어 있었다.
단 한 번, 무대 위에서 마술 쇼를 공연하는 아버지를 무대 바로 옆에서 본 적이 있다. 막 하나를 경계로 하여 이쪽과 저쪽에 두 사람의 아버지가 있는 것이 너무도 노골적이라 왠지 모르게 생생한 비밀을 엿본 것 같았다. 그 때문인지 이후 두 번 다시 그런 식으로 아버지의 공연을 본 적이 없다. 두 사람의 아버지 중 한 사람은 막 뒤에서 숨죽인 평소처럼 구부정한 등의 땅딸막한 아버지, 다른 한 사람은 소맷부리만 신비로운 화려한 아버지였다.

과연 나는 그곳에 있었을까? 읽는 동안 누구나 이런 의문이 들면서 자신의 출발점을 돌아다보게 만드는 소설, 『회오리바람 식당의 밤』이다.

회오리바람 식당
아버지의 에스프레소
달의 배(月舟) 아파트
별과 고추
마술처럼 다가온 사랑
모자와 옥탑방 손님
추억이라는 이름의 기적
회오리바람

달의 배 마을의 에피소드―저자 후기를 대신하여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만일 한 정거장 일찍 내리게 되더라도 당황하지 마라. 가만히 기다리면 다음 전차를 가장 먼저 탈 수 있을 테니까. 일이 생기면, 식당으로. 생각만 한들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고 먹기만 해도 생각의 발전은 없다. 그러나 먹으면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어려운 것이 간단히 생각되기도 한다. 식당이라는 곳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