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네덜란드의 역사 이야기. 스피노자를 공부하면서, 17세기 네덜란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는데, 그 시기는 물론이고 네덜란드 자체에 관한 책이 많지 않았다. 이 책은 가뭄에 콩 나듯 한 네덜란드 관련 서적이다.

 

앞부분은 현재의 네덜란드와 네덜란드인에 관한 내용이고, 뒷부분은 네덜란드의 역사로 채워져 있다. 지금은 온 세상이 자유로워졌다고 하지만, 적어도 사회적 인식에 있어서는 여전히 보수적인 곳이 대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네덜란드의 특징은 사람들의 인식 자체가 개방적이라는 사실이다. “16세부터 할 수 있는 것 –맥주, 와인, 섹스, 담배 / 18세부터 가능한 것 –결혼, 브랜디, 순한 마약 / 16세와 18세라면 우리의 고등학교 1학년과 3학년에 해당하는 나이인데 좀 빠른 것 아닐까? 그러나 모르긴 몰라도 우리의 청소년들 역시 이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막아서 될 일이 있고, 안 될 일이 있다. 저런 추세는 사실 막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억지로 꼭꼭 숨기고 막는 것보다, 차라리 쿨 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과연 데카르트와 스피노자라는 합리론자들을 키워낸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후반부에는 그러한 네덜란드를 가능하게 만들었던 역사적 이야기가 나열된다. 역사를 한마디로 정의할 순 없으니(내 이해력도 의심스럽고), 이런 것이 있다는 소개로 마쳐야겠다. 나 역시 네덜란드 역사 자체라기보다는 내가 필요한 부분의 정보를 얻는 것에 그쳐야 했으니까.

이 책은 스피노자에 관해 번역된 탁월한 전기다. 그의 철학이나 사상 보다는(물론 다루고 있긴 하지만), 삶의 자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고 있다. 즉 17세기 네덜란드와 상황과 국제정세, 국내정세가 정치-경제-종교-문화적 차원에서 다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스피노자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전까지 네덜란드에 관해 배우려고 여러 책을 찾아봤는데, 국내에 소개된 책은 많지 않았다. 특히 17세기만을 깊이 있게 다루는 책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있을 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이 책은 스피노자는 물론이고 당시 네덜란드를 이해하는 데에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할 것이다. 당시 네덜란드는 현재의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자유가 보장되었지만, 정치적이고 종교적이며 상업적인 진보와 보수의 이념대립 때문에 그것은 완전히 지켜지지 않았다. 물론 전혀 지켜지지 않았던 다른 나라에 비하면 대단한 거긴 하지만 말이다. 그 과정에서 스피노자는 자유를 지지하는 공화국주의자들 편에 서서 자신의 정치 철학을 전개한다. 보수적 개신교를 향해, “철학과 신앙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철학이 무슨 말을 해도 신앙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니, 나를 괴롭히지 말고 사상의 자유를 허락하라.”고 외치는 것이다. 실제로 그것은 스피노자의 대표작 중 하나인 <신학-정치론>에 잘 표현되어 있다.

 

이 외에도 스피노자라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많은 자료도 들어가 있으니, 연구에 유익할 것으로 본다. 성향이나 영향을 주고받은 사람들 등 단순히 문자로만 이해할 수 없는 스피노자에 관해 이해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우리의 삶은 아름답다.”는 동일한 문장이, 부자와 빈자의 입에서 나올 때 각각 다른 의미를 내포하는 것처럼, 우리는 반드시 누군가의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삶을 봐야 하니까. 물론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 안에서 말이다. 그 또한 추측일 수밖에 없지만... 어쨌든 매우 괜찮은 책이다.

니체는 이러저러한 이유로(연애 문제, 질병 문제, 정신적 문제 등) 절망 가운데 빠져있었는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글을 써내려간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의 두 번째 이야기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 그는 서문에서 자신의 목적에 관해 다시 이야기한다.

 

“가장 내면적인 고독과 곤궁에 빠져 있었던 그 오랜 과도기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여유는 지금 여기에 추천 글과 서문을 바치는 책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과 함께 시작되었다. ‘자유정신을 위한’ 이 책에는 심리학자의 명쾌하고 호기심에 차 있는 듯한 약간의 냉담함이 들어 있다. 그 냉담함은 심리학자가 자신 아래에 그리고 배후에 가지고 있는 수많은 고통스러운 것들을 나중에서야 스스로 확인하고 동시에 바늘로 확실하게 찔러보는 것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착각하고 있다. 자신이 자유롭다고 말이다. 하지만 ‘개연성’이 ‘진리’일 수 없듯이, ‘자유로워 보이는 것’ 역시 ‘자유’는 아니다. 사람들은 이 두 가지를 혼동하기 때문에 자신이 자유롭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닌가. 많은 돈을 가지고 자신이 자유롭다고 믿는 사람들, 특정 교리에 예속되어서(성경의 중심 메시지와 관련이 없는!) 자신이 자유롭다고 믿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런데 대체 이 자유의지에 관한 환상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걸까? 어떤 사람은 ‘정열’이라는 모습에서, 어떤 사람은 ‘복종’이라는 모습에서, 어떤 사람은 ‘논리적인 양심’에서, 어떤 사람은 ‘변덕과 탈선’에서 자유를 느낀다. 하지만 니체에 의하면, 모두 각자가 추구하는 것에 가장 강하게 속박되어 있으면서 자유를 구하는 것이다. “그는 부지불식간에 그것을 통해 개개의 인간을 강하게 만들고 그 안에서 활기를 느끼는 바로 그것만이 항상 자신의 자유의 근본일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즉 그는 구속과 무기력, 독립과 삶의 감정을 필연적인 쌍을 이루는 것으로 계산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사회적-정치적 함정이 있다. “사회적-정치적인 영역에서는 강자가 자유인이고 기쁨과 고뇌의 생생한 감정, 드높은 희망, 대담한 욕구, 강렬한 증오는 지배자와 자유인의 부속물이다. 반면에 예속된 자와 노예는 억압되어 무기력하게 살아간다.” 각각 무언가를 추구하며 살아가지만, 그것은 결국 ‘누에가 실을 뽑으며 느끼는 자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니체는 자유 의지에 관한 이론이 지배계급의 발명품이라고 주장한다. 거짓 자유를 주면서 행복하다고 착각하게 하는 일종의 환각제 말이다.

 

어떻게 이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완전할 순 없겠지만, 자신의 필연적 욕구들을 스스로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자유를 지향하는 길이다. 남이 만족시켜주는 것, 남 앞에서 만족할 수 있는 것처럼 쓸데없는 욕구들을 버려야 한다. 완전한 사람이 될 수 없어도 상관없다. 자유를 향해 살아가는 사람은 “긍지가 결함 있는 부분들을 이미 보완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