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현대 독일철학의 대가 하버마스(J. Habermas)의 <의사소통 행위이론>에 관한 입문서다. 그 책 자체가 너무 낯설고 어려워서 입문서까지 읽게 되었다. 입문서라고 해서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하버마스는 의식철학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의식철학에서 말하는 의식이란, ‘객체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인식의 관계’와 ‘대상을 원하는 바에 따라 생산하는 행위 관계’를 주관적 이성이 통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식하는 주체는 고독한 자아일 뿐이다. 대면하는 대상을 “알 수 있고, 조작할 수 있는” 두 관계로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체 중심의 패러다임은 데카르트(R. Descartes)로부터 20세기의 논리경험주의까지 이어진다. 하버마스가 비판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주체-객체의 관계다. 인간은 자기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타자와 함께 존재한다. 그래서 하버마스는 주체-주체 중심의 의사소통 이론을 전개한다.

 

오늘날은 이성의 권위가 사라진 시대다. 하지만 그것이 합리성의 몰락을 의미하진 않는다. 오히려 이성은 더 개방되고 확장되었다. 단, 의사소통 안에서 이루어질 때에만 합리성은 역사를 초월하여 나타난다. “이 의사소통 합리성이 비록 역사적 문맥 속에서 표현되기는 하지만, 행위를 통해서 의사소통 합리성을 표현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역사를 초월하는 것이다.”

 

사실 의사소통이야말로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다. 단지 객관적 세계를 재현하는 것이라면 침팬지에게도 가능하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나. 자유롭게 말하고 합의를 이루는 공동의 노력. 그럴 때 인간은 인간일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의사소통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만약 행위가 상대보다 자신이나 성공을 지향한다면 그것은 전략적 행위다. 반면 공유된 이해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인 행위를 의사소통 행위라고 부른다. 여기서 하버마스는 촘스키(N. Chomsky)의 ‘언어능력’을 차용하여 자신의 ‘의사소통 능력’을 이야기한다. 언어능력이란, 우리 내면에 각인된 언어의 규칙을 말한다. 누구나 언어를 사용할 때 그 추상적인 규칙들에 의해 통제되기 때문에, 촘스키는 언어능력이란 표현을 쓴 것이다. 즉, 언어능력은 문장을 만들 때 무의식적으로 어떤 규칙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한편, 하버마스의 의사소통 능력 역시 규칙을 따르는 능력이지만, 문장을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장을 사회적 상황에서 발화하는 능력이다. “한 유형의 행위와 다른 유형의 행위를 구별하고, 다양한 타당성 요구들을 구별하고, 나아가서 그 타당성 요구들이 지시하는 세계들을 구별하는 기초가 되는 것이 바로 이 규칙들이다.”

 

그 의사소통 능력은 언어를 통해 합리성을 실현한다. 언어는 단순히 객관세계를 재현하는 인지적 기능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그것이 인식철학의 한계다). ‘존재하는 사태들로 이루어진 객관적 세계’와 ‘정당하게 규제되는 상호 인격적 관계로 이루어진 사회적 세계’와 ‘자신의 내적 경험으로 이루어진 주관적 세계’라는 세 가지 세계와 연관된다.

 

한편 타자가 비판할 수 있는 타당한 요구를 제시하는 언어행위만이 행위 조정 효과를 갖는다. 이성적 논증을 통해 방어할 수 있는 요구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소통 행위에서 나타나는 언어행위들은 상호 인격적 관계, 상황과 사건에 대한 표현, 자기 자신에 대한 표현을 개정하고 고쳐나가는 데 사용된다.”

 

이제 생활세계에 관해 알아보자. 의사소통은 단순한 지식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 배경 등에도 의존한다. 하지만 그러한 강력한 영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생활세계 전체를 의식할 수도, 종합할 수도 없다. 그저 객관적, 사회적, 주관적 세계의 무언가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 위해 생활세계에 의존한다. 생활세계의 한 부분을 사회라고 하는데, 하버마스는 “(의사소통) 참여자들이 사회적 집단에 대한 그들의 소속감을 규제하고 이를 통해 연대감을 확보하게 만드는 정당한 질서라고 정의한다.” 이렇게 의사소통을 통해 사회가 이루어지면 지금보다 훨씬 투명한 사회가 이룩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하버마스 철학의 목표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는 사회통합(의사소통으로 이루어진)과 체계통합(행위결과로 이루어진)을 구분한다. 동시적인 것으로 파악하면서 말이다. 사회는 변해왔다. 첫째, 생활세계의 합리화에 기초해서 체계가 출현하고, 둘째, 그 체계의 복잡성이 증대되어 생활세계가 합리화되고, 셋째, 양자가 분리되고, 넷째, 체계의 기제가 생활세계의 핵심에 침투한다. 이를 각각 평등한 부족사회, 위계적 부족사회, 정치적으로 계층화된 계급사회, 경제적으로 구성된 계급사회라고 부를 수 있다. 여기서 체계는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객관적인 세계처럼 보인다. 한편, 각 단계에는 조종매체가 등장하는데, 순서대로 단편적 분화, 계층화, 국가, 권력과 화폐가 그것이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조종매체는 언어에서 분리된다. “이 매체는 점점 더 복합적인 상호작용의 망이 이루어지기 위한 기초를 제공하며, 그 망 속에서 개인은 더 이상 사건들에 대한 조망을 가지지도 못하며, 개인적인 책임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오늘날의 돈과 권력처럼 말이다. 권력은 사람과 합의를 거치지 않는다. 그저 생활세계가 곧 사회라고 믿는 사람들만이 그런 허구를 믿을 뿐이다.

 

이러한 단계의 변화는 발전을 의미하지 않는다. 계급구조에 함축된 권력관계는 입헌화 되었다. 의사소통이 조직화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왜 현대인들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할까? 하버마스에 의하면, 그것은 파편화된 의식 때문이다. 과학, 인문, 도덕, 예술 등의 영역은 분화되었다. 일상의 영역이 아닌 전문가의 영역이 되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특정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파편화된 의식이 그런 해석의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게 만들어버린 것. 그것이 본질적인 문제다. 하버마스가 ‘식민화’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물론 모든 권력은 정당화를 필요로 하고, 오늘날 그것은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만 부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사이엔 소멸할 수 없는 긴장이 존재한다. “민주주의는 생활세계와 의사소통 행위를 통한 통합의 우위성을 함축한다. 반면에 자본주의는 하위체계가 그들 자신의 내적인 역할을 따를 것을, 정당화 요구로부터 벗어날 것을, 생활세계를 기술화하는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그 체계의 기능적 필요를 충족시킬 것을 요구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가는 생활세계 내의 저항을 구매해버렸다. 그리고 법을 통해 의사소통에도 개입한다. 우리는 그런 세계에 살고 있다. 이제 하버마스가 왜 그렇게 의사소통을 강조했는지 이해할 수 있지 않은가.

 

이후, 미드와 뒤르껭, 막스 베버, 마르크스 등을 다루며, 그들이 포착했지만 잘 다루지 못한 주제에 관해 고찰한다. 하지만 그 부분은 머리가 너무 아파 읽지 않기로 한다. 그리고 글이 전체적으로 어렵게 쓰였고 연결도 자연스럽지 못한데, 이것 역시 내 몰이해 때문이라는 사실을 고백하며, 다시 한번 낯설고 어려웠다는 핑계로 마무리해야겠다.

하버마스

 

쾌락주의자로 알려진 에피쿠로스(흔히 고등학교에서 ‘스토아학파 금욕주의, 에피쿠로스학파 쾌락주의’라고 암기시킨다). 쾌락이라는 단어 때문일까? 언뜻 들으면 흥청망청 살자는 ‘막가파’라고 생각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살자는 사람들이 왜 학파를 만들겠나. 당연히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쾌락이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의 삶은 검소했다. “다른 사람들의 생애와 비교할 때, 에피쿠로스의 삶은 온순함(hemerotes)과 자기만족(autarkeia)의 측면에서 전설로 생각되어질 수 있다.”(단상, 36)

 

<쾌락>은 에피쿠로스의 단편인 <중요한 가르침>, <단상>과 세 가지 <편지>를 모아 놓은 책이다. 물론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그 중심은 쾌락이다. 그런데 그 쾌락은 정확히 무엇일까? 에피쿠로스에 의하면, 욕망은 세 종류로 나뉜다. 1)자연적인 동시에 필연적인 것, 2)자연적이지만 필연적이진 않은 것, 3)자연적이지도 필연적이지도 않은 것. 첫째는 고통을 제거하려는 욕망이다. 가령, 목이 마를 때 물을 마시고 싶어지는 욕망 말이다. 둘째는 쾌락의 형태만을 바꿔놓을 뿐 고통을 없애지 못하는 욕망이다. 마음이 허전할 때 이것저것 먹어서 채우려는 욕망처럼. 셋째는 이도 저도 아닌 것으로, 가령 내 동상을 세우고 싶다는 생각과 같은 욕망을 의미한다.

 

에피쿠로스에 의하면, 세 가지 욕망 중 오직 첫 번째 것만이 유익하다. 나머지 것들은 설령 그것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고통을 가져오지 않는다(짜증은 나겠지만). “이런 쾌락은 헛된 생각(kene doxa)으로부터 생겨나며, 이런 쾌락을 몰아낼 수 없는 까닭은 그 쾌락의 본성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의 헛된 생각 때문이다.”(중요한 가르침, 30)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쾌락,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 쾌락은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주는 쾌락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지킨다는 목적을 이룰 수 있게 하는 모든 것이 자연적인(kata physin) 선이다.”(중요한 가르침, 6) 그러니 쾌락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화할 때,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욕망과 쾌락은 갈구할수록 점점 더 커지기 마련이니까. 평소 사치스럽지 않고 검소한 생활에 익숙해진 사람만이, 그것으로부터 자유롭게, 진정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원자운동에 관해 이야기하며 당시 상식을 초월한 현대의 과학적 사유를 펼치기도 하는데(훗날 마르크스는 “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 자연철학의 차이”라는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도 했다), 그러한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삶의 행복을 위함이었다. “우선 우리는 천체 현상에 대한 앎의 목적이 마음의 평안(ataraxia)과 확고한 믿음 이외의 다른 어떤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점은 다른 모든 학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퓌토클레스에게 보내는 편지)

 

왜 이렇게 에피쿠로스는 쾌락과 행복에 집중했을까? 왜 고통 없는 삶을 추구했을까? 그것은 그가 살던 시대를 반영한다. 기원전 330년경 이래로 그리스는 쇠퇴하며 중산층이 빈민화되었다.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철학이 필요했던 것이다.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 철학의 목적이었던 것은 당연한 것이었을지 모른다. 철학은 형이상학적 유희가 아닌 삶의 행복을 위한 것이어야 하니까. 그래서 온갖 오해를 불러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옳다고 생각한 것을 꿋꿋이 외칠 수 있었던 것이다. “... 솔직히 말하겠다. 즉 대중의 의견에 영합해서, 쏟아지는 군중의 갈채를 받기보다는, 설령 아무도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신탁처럼 말하겠다.”(단상, 16)

 

그렇게 개인의 행복을 강조한 에피쿠로스의 철학은 훗날 스피노자, 니체 등으로 이어지면서 발전한다. 여전히 개인보다 전체를 강조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에피쿠로스, 쾌락, 헬레니즘

 

헌책방에 들른 한 소년은 우연히 알래스카를 담은 사진집을 발견한다. 평소 자연을 동경해 왔던 소년은 책에 소개된 마을로 편지를 보낼 만큼 순수했다. 그리고 정확하지도 않은 주소로 보낸 편지는 답장이 되어 돌아왔다. 이제 소년에게 알래스카는 마음의 고향이자 꿈이 되어버렸다. 그가 청년이 되었을 때 꿈은 다시 우연한 기회를 통해 현실화된다. 친구의 죽음을 통해서 말이다. 너무나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친구를 보고, 삶이란 참 짧고 덧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더 이상 삶을 낭비하지 않고 알래스카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꿈을 찾아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이 훨씬 큰 두려움이었기 때문일까?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고 편도선을 끊어 알래스카로 떠난다.

 

그렇게 무작정 떠난 알래스카지만 그곳에서의 새로운 삶이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었다. 알래스카 대학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외국인 학생에게 요구되는 영어성적을 받지 못해 입학을 거절당한 것이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삶을 낭비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소년은 대학의 학과장을 찾아가 짧은 영어로 자신의 사정을 설명했고, 그의 열정을 본 학과장은 입학을 허가했다. 한국 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알래스카에서는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다. 마치 마법처럼. 그렇게 알래스카에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으며 터를 잡고 살아갔다. 알래스카의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그곳 사람들의 순수함과 마주하면서 말이다.

 

이 책은 저자인 호시노 미치오가 알래스카에서의 삶을 그린 편지들을 엮어 놓은 수필이다. 책에 담긴 것은 알래스카의 아름다운 모습뿐 아니라, 찬란하게 불태웠던 저자의 삶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문체로 표현되었는데, 이런 아름다움은 가공된 것이 아닌, 삶 속에서 직접 경험하고 느낀 것이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비록 40대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긴 했지만,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도시에서의 삶을 80년 동안 영위한 사람보다, 그의 삶이 짧고 아쉬웠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는 미지의 땅에서 눈부신 삶을 살다 갔다. 후회를 남기지 않은 채로.

 

하지만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 무조건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처럼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후회 없는 삶을 살다 갈 수 있었던, 더없이 아름다운 삶을 살다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책에 담긴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가끔 사람들은 이곳을 찾곤 해요. 대부분 처음에는 이렇게 멋진 곳에서 살 수 있어서 부럽다고들 하죠. 하지만 일주일쯤 지나면 다들 견디기 어려워하더군요. 여기서 생활하려면 고독을 사랑해야 해요. 나도 때로는 힘들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뼈에 사무칠 정도로 외로운 때가 있거든요. 그래도 어느 순간이 지나면 마음의 균형을 찾게 되죠. 가끔 아이들이 도시에서 살고 싶다고 응석을 부리는데, 그때마다 혼자 생각해보죠. 과연 도시는 여기보다 덜 외로울까, 거기 가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지만 그곳의 사람들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예요. 단지 리모컨과 몇 명의 친구들이 있을 뿐이에요.”

 

사람은 어디에서나 고독을 느낀다. 그것은 자연에서든 도시에서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간이란 존재가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면 결국 삶이란 고독 속에서 방황하다 끝나는 것일까?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삶을 만들 수 있는 인간의 가능성에 달린 일이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J. P. Sartre)는 인생이 B와 D 사이에 있는 C라고 말했는데, 태어남(Birth)과 죽음(Death) 사이에서 선택(Choice)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말이다. 그렇다. 호시노 미치오가 행복했던 이유는 자신의 삶을 직접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유도 모른 체, 남들을 따라서 어렸을 땐 공부해서 학교에 가고, 졸업하면 취직해서 돈을 벌고, 돈을 모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며 사는 삶. 마치 동물과 같이 종족보존을 위해 무작정 달리는 것과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이 사는 인생은 자신의 인생이 아니다. 그저 B와 D가 있을 뿐이니까. 하지만 저자는 그것을 거부하고 과감히 알래스카라는 미지의 땅으로 떠났다. 자신의 선택을 통해서 말이다.

 

알래스카가 아름다운 것은 단지 그곳의 자연 경관 때문은 아닐 것이다. 생각해보자. 우리가 가끔 떠나는 아름다운 여행지에서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그들에게는 자연이든 문화유산이든 간에 아름답게 보일 리 없다. 그저 그곳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관광업에 종사하며 삶을 살아갈 뿐이다. 만약 저자가 알래스카에서 태어나 도시를 동경하고 살았다면, 그의 삶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단지 주어졌을 뿐이니까. 하지만 주어진 것을 극복하고 떠났을 때, 비로소 그에게는 새로운 삶이 열렸다. 알래스카의 아름다운 자연과 그곳의 순수한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일주일 만에 그곳에서의 삶을 버거워하던 사람들, 그곳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도시를 동경하던 아이들이 볼 수 없는 알래스카의 진짜 아름다움을 말이다.

 

이제 우리의 삶을 돌아보자. 삶에 매몰되지 않고 여행하는 마음으로 즐길 것인가, 한 푼이라도 더 벌어서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받기 위해 살 것인가. 그렇다고 무조건 자연으로 떠나는 것이 옳고, 도시에 남는 것이 그르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자신의 삶은 자신이 선택하자. 남을 따라 사는 인생이 아닌, 스스로 선택한 인생, 죽기 전 되돌아봐도 후회하지 않을 인생을 말이다. 친구의 죽음을 통해 삶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따라 떠났던 호시노 미치오와 같이, 우리도 그의 삶이 녹아있는 이 책을 통해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말고 꿈을 좇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알래스카,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