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인 이근세 선생은 프랑스 철학자 프랑수아 쥴리앙(Francois Jullien)의 관점으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며 살아가는 동양과 서양의 차이를 분석한다. ‘효율성’이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말이다. 우선 서양의 효율성은 무엇일까? 그것은 모델화다. 어떤 대상(관념)을 정하여 그것을 향해 전진하는 것 말이다. 악기를 연주할 때 모델화의 전형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데, 우리는 악기를 연주하기 전에 먼저 악보를 보고 이론을 배운다.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 알고 난 뒤에 악기 연주를 시작하는 것이다. 완전한 연주라는 관념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향해 전진하는 것, 이것이 바로 서양의 효율성이다. 헬라 철학과 기독교 전통 위에 세워진 서양에서 이러한 사고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수학과 과학이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14-15세기까지 서양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앞서 있었던 중국이 역전당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리스에서 발생하였지만, 갈릴레이에 와서 갑자기 모든 결과를 낳고 데카르트와 뉴턴을 거쳐 유럽 전체를 관통한 위대한 이념은 수학이 언어라는 이념이다.” (p.33)

 

하지만 문제는 이론이 실제를 담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자신의 이론 혹은 목적을 실천에 옮길 수 있을까? 그것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전쟁이다. 마찰과 변수가 무한히 존재하기 때문에, 전쟁은 가장 복잡한 체계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의 전쟁이론가인 클라우제비츠(Karl Clausewitz)가 서양은 전쟁의 사유에 실패했다고 선언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따라서 대안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영웅주의다. 이론과 별개로 모든 변수와 고난을 이기고 승리하는 영웅이 요청된다.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과 같은 서양 영화의 단골 소재들처럼 말이다. 이러한 영웅들 앞에서 애초의 계획은 무의미해진다. 그저 영웅이 나타나 자신들을 구원해주기를 바라게 된다는 말이다. 이것이 바로 서양의 모델화가 갖는 한계다.

 

그렇다면 동양으로 대표되는 중국 사유의 효율성은 무엇일까? 손자의 병법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개념으로 ‘형세’가 바로 중국의 효율성이다. 서양의 모델화는 목적달성을 위해 행동을 요청하고, 따라서 행동할 주체가 강조된다. 반면 중국의 형세는 상황에서 비롯되는 객관적 조건을 강조한다.

 

“내가 활용해야 할 것은 상황에서 비롯되는 객관적 조건이고, 내가 기대야 할 것도 그 객관적 조건이며, 성공을 결정하는 데는 그 조건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객관적 조건이 작용하도록 내버려 두기만 하면 된다.”(p.46)

 

서양에서 강조하고 비난하는 용기나 비겁함도 여기서는 상황의 산물일 뿐이다. 배수진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데,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 병사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싸울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형세의 효율성이다. 중국의 세계는 서양과 같이 단일한 원리(신의 창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자연은 음양의 조화를 구현하는데, 음과 양은 대립과 상보, 상관성, 상호작용, 교대 등을 나타낸다. 중국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실재는 운행이다’라는 명제로 표현할 수 있겠다.”(p.68)

 

이처럼 이 책은 서양과 다른 중국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 말이 우리를 사로잡은 서양의 사유를 중국의 것으로 대체하자는 말은 아니다. 분명히 서양의 모델화가 가지는 고유한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정치 영역에서 두드러지는 기능인데, 모델화는 “적용을 위해서가 아니라 협의를 위해서, 혹은 민주주의를 하기 위해서”(p.75) 기능한다. 선거 정책을 떠올려보자. 유독 안 지키는 정치인이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실제로 많은 정치인이 자신의 공약을 지키지 않는다. 그런데 저자는 그러한 공약은 애초부터 적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에 관해 토론하고 입장을 취하며 반대하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말한다. 쉽게 말해서 공론의 장을 만들기 위해서란 말이다. 중국에 부재한 것이 바로 그러한 공론의 장이다. 효율성이란 그저 조종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 사유 안에서 민주주의 개념이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국제 정세에 관해 말하며(특히 중국의 급부상에 관하여), 동서양의 효율성을 조율하며 발전해야 할 당위를 설명한다. 다만 이 책이 동서양의 차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부분만을 설명하고 마치기로 하겠다.

 

서너줄의 글과 그림으로 두 페이지가 꽉 차있는 책.

그래서 30분이면 충분히 다 읽을 수 있다.

 

나는 분량의 적음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쓸데없이 양만 많으면서도 남는 게 없는 책이 부지기수가 아닌가.

파울로 코넬료라는 평상답게, 이 책은 진지한 통찰을 제공한다.

 

"부모님은 언제나

낯선 사람들과 말을 섞지 말라고 말씀하셨죠.

 

그 바람에 그도안 살아오면서

흥미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얼마나 많이 놓쳐버린 걸까요?"

 

기억에 남는 말이다. 법칙대로 살아와야 했던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해주는.

그만큼 인문정신이 투철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이 책은 책을 좋아하지 않고 끊기도 없는데

뭔가 보람찬 독서를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실제로 그렇기 때문에 인기인 것이 아닌가.

외국이라는 낯선 곳에 가면 불편한 것은 당연하다. 말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원하는 것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극복하지 못할 벽도 아니다. 문화는 이해하고 말은 배우면 되니까. 그런데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밤'이라는 벽 말이다. 저녁이 되면 외국의 상점들은 문을 닫는다. 돈을 벌기보다는 자신과 가족을 위한 삶을 위해 투자하는 것일까? 경쟁에서 뒤쳐질 걱정도 없다. 그 시간엔 모두 일을 하지 않고, 무언가를 사지도 않으니까. 그래서 너무 불편하다. 우리는 24시간 편의점과 마트가 즐비한 곳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소비자가 아닌, 노동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사실 우리는 더 많은 시간 노동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삶은 고단하다. 원든 원치 않든 오랜 시간을 일하고, 그렇게 많은 대가도 지불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큰 회사의 정규직이 아니면, 야근 수당도 받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왜 이렇게 일에 치여서 살아야 할까? 왜 그것이 '당연한' 문화가 되었을까?

 

단순하게 보릿고개를 생각하며, "힘들게 살아온 과거가 한이 되어서"라고 말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우리는 일 자체를 통해 삶의 의미를 느끼고 희열과 보람을 느끼고 있는 지도 모르니까. 쉬어야 할 때도 있어야 하는데, 뒤쳐지는 것 같아 불안하기만 하다. 인생을 낭비한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결국 무언가를 '생산'해야만 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다른 것은 모두 뒷전이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의 삶은 없고 일만 남아버린 세상.. 왜 섹스에 집착하는지에 관한 문제에서부터 어떻게 헛된 집착을 내려놓아야 하는지 까지, 현상과 분석과 해결을 다루고 있으니 참조할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