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노무현. 
그의 비문 앞에 새겨진 이름이다. 
어떻게 살다 갔다는 흔한 명예로운 이름도 남김 없이, 그는 그냥 노무현으로 살다 떠났다. 
마지막 그의 비문 앞에 무슨 이름을 새길 지 논의하였던 끝에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새겼다. 

노무현 정권을 지나치게 아름다웠던 시기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최소한 너무나 돌팔매질을 많이 당했던 대통령이기에, 
우리 사회의 모든 고상하게 표현될 수 있는 폭력을 당해 왔던 권력 정점의 인물이었기에, 
그 역시 인간으로서 너무나 외롭게 한 세월을 살다가 떠나 버렸던 삶이었다. 

5월은 노무현을 추억할 수 있는 여러 기회들이 있었음에도, 
오로지 천안함으로 인해 모든 추억들이 바닷물 속으로 수장되어 버렸다. 
그를 추도하는 글도 많고 책도 많다. 
그럼에도 이 책은 그 어떤 책보다도 감정이 절제될 수밖에 없다. 
왜냐면 인간 노무현보다, 참여정부 당시에 실증적인 근거를 지표로 
얼마나 대한민국이 변화하였는 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 역시 대학생 시절 노무현을 좇았던 한 인물이었고, 
탄핵 당시 거리를 쏘다녔으며, 
이제는 추억삼아 그 당시를 회상하고 있는 30대 중반의 한 아이 아빠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는 나에게 대학 시절의 열정을 상징한다. 
그리고, 세상에 굴하지 않을 용기를 상징한다. 

잠시 그러한 열기를 식히고 노무현과 그의 정권이 만들고자 했던
대한민국의 이상향이 최소한 특정한 계층을 위한 것만이 아니었으며, 
말 그대로 글로벌 스탠다드의 인권과 시장, 민주주의를 지향하려 했던 
지극히 상식적 사회로의 꿈을 꾸었던 것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이 책이다. 

이 책을 읽은 뒤 그의 자서전을 다시 주문하게 만들었다.



노무현, 노무현과함께만든대한민국

폴 크루그먼의 책과 덤으로 얻은 장하준 교수의 <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 교수의 책은 이번이 3권째이다. 
<국가의 역할>과 <나쁜 사마리아인>에 이어 <사다리 걷어차기>이다. 
무엇보다, 장하준 교수의 글이나 학문적 성과에 대해 내가 평가할 입장은 전혀 아니며, 
나 역시 존경어린 눈을 갖고 그의 책들을 읽고 있다. 

무엇보다 그의 책을 통해 내가 얻게 된 것은 경제학, 특히 거시경제학에 대해 균형잡힌 시각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때 어느 모 진보 언론에서 그가 궁극적인 시장 중시론자라는 말을 아쉬워하며 하는 것을 읽은 적이 있는데, 
장하준 교수는 거시경제를 학문적으로 보는 사람이지 이데올로기적으로 보려는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선진국의 우선적 행태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면서도, 
과거 선진국들이 행해 왔던 보호관세나 정부 보조금 등에 대해서
현재 개발도상국들이 개발을 위해서 이러한 것이 당연시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가 매우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선진국의 시장경제는 자유로운 시장의 거래에 의해서 성취된 것이며, 
우리는 지금 현재의 모습에서 선진국이 지향하는 바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마치 최선의 진리인 양 포장된 것에 대해서 
많은 경제사적 사료들이 그렇지 않음에 대해 밝히고 있다. 

가끔 과도하게 사실을 왜곡하는 좌편향(?)된 책들도 불편하고, 
당연히 시장 숭배를 하는 자기개발서 혹은 경영만능 서적도 불편할 때, 
장하준 교수의 균형잡힌 경제를 바라보는... 기계적 중도가 아니라
충분한 사료와 근거를 토대로 설명하는 그의 책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배우게 된다.

장하준, 사다리걷어차기

Bowling Alone이라는 책은 Putnam이 사회적 자본에 대해 밝힌 유명한 책이다. 
이번 대학원 수업에서 social capital에 대해 다룰 때 Putnam의 이 책이 중요하게 다뤄졌고, 
아직 번역본이 없는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진작에 번역본이 나와 있다기에
반가운 마음에 덥석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다. 

본래 이 책은 저자가 1995년 Journa of Democracy에서 논문으로 발표된 것에 대해
과연 미국 사회가 사회적 연결망이 축소되고 있다는 결과에 대해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키게 되었고, 이에 대한 보완으로서 
보다 정교하고 다양한 통계자료와 글을 보완하여 만든 게 이 책이다. 

사회자본이라는 것에 대해 앞서 부르디외의 <구별짓기>와도 함께 연결지어 읽을만한 책이다. 
기회가 된다면 Lin의 책 <사회자본>도 함께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퍼트넘의 이 책은 과연 현대사회가 고도로 네트워크화된 사회라고 하지만, 
과연 이러한 네트워크가 사회작 자본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궁극적 질문을 던진다. 
다소 느슨하고 유연한 네트워크가 사회 운동의 동력이 되는 경험은 
비단 미국사회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존재하지만, 
이러한 관계가 과연 사회의 자본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은 곱씹어볼만 하다. 

시민적 참여로서 정치, 단체, 종교, 일상생활, 직장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
그는 분석적인 통계로서 이러한 자본 경향이 일반적인 예측과 달리
축소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사회적 자본의 축적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궁극적인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기존의 사회적 네트워크, 사회적 연결망 이론을 지나치게 사회복지에서
'지지망' 중심으로 설명해 왔다고 본다. 
마치 노인이 사회적 관계망의 양이 많다면, 이들이 이를 통해 지지를 받는다는 것인데, 
물론 가능한 설명이나, 사회적 자본의 개념에서는 이의 질 역시 중요하며, 
그 관계망이 자본으로 축적될 수 있을 때에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에 대해
이해된다고 여겨진다. 

사회적 자본의 개념에 대해 좀 더 다른 책들을 함께 읽어보아야겠다.



사회적자본, 나홀로볼리, 퍼트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