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서신, 김대중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은 워낙 유명하게 알려진 책이다.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길게 글을 남기기는 어렵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생각들을 짧게만 쓰고 넘긴다.

 

일단, 유럽 사민주의적 전통에 대한 그의 비판,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우파에 대한 비판 역시 유효하다. 나는 그의 제3의 길이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핵심적인 정부 가치였기에, 이미 실패한 하나의 시류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 왜 유럽 좌파(극좌를 제외하고)와 우파(극우를 제외하고)가 새로운 정치적 패러다임을 만들지 못했는가? ’경제’외의 생태적 문제나 생활의 문제에 있어서 좌-우의 개념은 너무 경제학적이다. 경제학적 이념의 좌표는 모든 것을 나눌 수 없다. 한국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실질적이며 실용적인 새로운 정치적 좌표를 가진 제3의 길 정당이 필요하며, 이러한 정치세력이 필요하다. 시민세력의 정치화와 기존 좌파의 연대 등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복지국가에 대해 깊이 있게 새롭게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유럽 복지국가의 원형을 만들었던 베버리지나 독일의 비스마르크 사회보험 제도 등은 상당히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출발한 측면이 있다. 복지국가 모델은 초기 사회주의자들에게 심각하게 비판을 받았지만, 이후 복지국가는 좌파의 핵심 가치가 되어 갔다. 한국사회에서 복지병을 논의하기에 이르다는 지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틀림 없는 것은 제대로 된 복지 제도가 아니라면 아주 적은 양의 급여라 하더라도 복지병은 존재할 수 있다. 미국적인 환경이 아니라 유럽에서도 실제 복지의 문제가 심각했다는 점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애써 인정하고 싶지 않음에도 이것이 역사적 현실이다.) 기든스가 제시한 사회투자국가의 개념, 시민사회의 참여 등은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최근 사회적 기업이나 사회투자 관련 사업들이 정부 주도 혹은 민간의 참여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보다 본질에 충실할 수 있도록 우리는 제3의 길에 대해 잘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그의 다른 자료들을 더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제3의길, 복지국가

 

최근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후 노 전 대통령이 서거 직전까지 읽던 책이라는 출판 홍보문구를 보며 대통령의 죽음까지 홍보에 이용되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무서운 마케팅의 힘은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읽도록 만들었고, 결국 이 책을 읽기 시작하게 되었다.

유러피언 드림은 아메리칸 드림과 상대되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저자 제러미 리프킨은 아메리칸 드림의 몰락과 새로운 거버넌스의 향연인 유럽연합에서 미래 사회의 대안을 찾고 있다. 처음 이 책을 펼치기 전에는 통칭되는 서구를 구성하는 구대륙과 신대륙 사이의 자존심 싸움을 하는 것이겠거니 하는 백안시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책을 한 쪽씩 펼치며, 첫째로 저자의 꼼꼼한 분석에 놀랐으며, 둘째로 이 책이 미국사회의 모순을 지적하기보다 유럽의 새로운 통합적 정치실험과, 진일보하려는 역사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 제러미 리프킨은 일하는 방식에 대해 먼저 꼬집는다. ‘일하기 위해 사는 미국인’이라는 미국인들의 전형적인 근로관념에 대해 왜 이렇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해 미국 역사와 유럽의 역사를 통찰하기 시작한다. 물질 만능과 시장 만능의 세계관을 가진 미국에서 최고의 효율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유럽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있고, 앞으로는 생산성과 기술에서 유럽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EU는 아직 맹아기임에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면서, 미국인의 경제 성장 개념인 GDP 등의 개념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본다면 이미 유럽의 경쟁력이 미국을 앞질렀다는 증거 자료가 많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또한, 유럽의 실험은 비단 정치적, 사회적인 통합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관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이미 2번의 큰 세계대전이 유럽 대륙에서 펼쳐졌기에, 유럽인들은 다시 이러한 전쟁이 이러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으나, 미국은 힘의 논리에 기반하여 전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고 있다. 이미 유럽에서는 자연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변화하여, 근대적 과학관으로서의 개발 대상으로서 자연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개발을 상식화하고 있는 반면, 미국에서는 개척시대의 사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많은 자원을 소비하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은 근본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하며 자연을 개척하는 것이지만, 유러피언 드림은 ‘리스크를 예방’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개발의 패러다임이 변화함을 의미하고 있고, 성장위주의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근대 시민사회의 근간이 되는 기본권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권은 1세대인 천부인권(생명권 등)이 있고, 2세대 인권으로서 사회권적 기본권이 있다. 이제 3세대적 인권을 논하고 있는 시대로서, 유럽의 헌법은 보다 역동적이며 집단적이고 집합적이며, 사회통합적인 보편적 인권의 시대를 지향하고 있다.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을 이야기했던 홉스나, 루소의 사회계약론, 마키아벨리의 공화주의를 넘어서고, 주권국가의 배타성을 넘어선 인류의 지향 가능한 보편적 인권을 추구하고 있다.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은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가 될 수 있다는 믿음 하에 국경을 넘어선 인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한다. 이 책을 통해 미래사회의 전망을 해 보자면, 보다 인권과 환경의 가치가 우선하는 사회가 될 것이며, 성장 역시 이러한 가치에 기반하여야 할 것이다. 모든 기업과 시민사회, 정부 등은 미래사회의 변화를 예측하면서 변화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유러피언드림, 제레미리프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