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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대학원 진학으로 퇴사하기 1주일 전 마음 맞는 사람들과 어울려 저녁 먹으러 가는 차 안에서 읽고 있었다.

옆에 있던 한 선배가 "맹자... 진정한 보수주의자... 그럼 진보주의자 아냐?"라고 한다.

그러게... 진정한 보수주의자를 줄임말로 ’진보주의자’라고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보수주의라는 말이 워낙 오염되어,

우리는 보수주의라는 단어 자체에 때로는 과도한 혐오감을 갖기도 하고,

어느 사람들은 맹신처럼 ’보수적’이라는 말을 선호하기도 한다.

하긴, 생각해보면 어느 것이 진정한 보수이고 무엇이 진정한 진보인지 시대에 따라 구획하기 어렵다.

고대 로마에서는 카이사르의 공화정에서 원수정 진입 당시 이를 맹렬히 비판했던 공화주의자 키케로는

현재 시점에서 보자면 여러 인민이 동등한 권력을 나누어 권력을 분할하는 공화주의자라는 점에서 진보주의자이나,

당시 시대변화에서 썩었던 원로원 의원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권력체계(나중에 황제정으로 옮겨지지만...)로 이양하려는

역사의 흐름에 반하던 보수주의자이다.

우리 사회에서 보수주의자는 아래와 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1) 반북. 반핵. 반김. (여기서 반김이란 당연히 김일성, 김정일 부자이다.)

2) 친미, 반공.

3)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4) 사회경제학적으로는... 시장방임주의

맹자의 책을 읽으며 진보주의냐, 보수주의냐를 오래 논하는 것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을 지 모르나,

저자 이혜경은 도발적 제목인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을 걸고 화두를 던진다.

맹자는 이후 동양에서 유학의 지존으로서 지배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상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실제 맹자읽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맹자가 살았던 삶을 보자니 그러하다.

(모든 인물은 역사적 상황에서 다시 해석되어야 한다는 시오노 나나미의 의견이 더욱 와닿는다.

사도 바울이 고대 지중해 세계의 노예제를 찬동했다고 해서, 근대적 천부인권 가치로 볼 때 반 인권주의자라고 매도할 수 있는가? )

맹자는 춘추전국시대의 여러 지배자들이 군웅할거하여 중원을 지배하던 무렵,

곡학아세하지 않고 당당히 세상에 맞섰던 인물이다.

다양한 학자들이 현실정치에서 자신의 견해를 굽히며 세상의 이(利)를 더하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맹자만큼은 이(利)보다 이(理)가 더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본디 마음인 인간됨의 선함에 대하여 간파하였던 맹자는 선한 인간의 본성은 질그릇같아서

그 안에 환경을 통해 채워나갈 것의 중요함을 설명하였고,

그 안에서 인의예지를 알도록 하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하였다.

맹자읽기는 분명 쉬운 일은 아니지만,

큰 뜻을 품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목숨을 내놓고 중원을 방방곡곡 누비며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를 애쓰는 호연지기 가득한 맹자를 그리는 것만으로

그의 氣를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리라.

<책 중에서...>

오동나무와 가래나무의 묘목을 기르려고 한다면

누구나 그것을 어떻게 기르는지 안다.

그런데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자신을 기르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어떻게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오동나무나 가래나무만도 못한가?

너무나 생각을 안 하는구나! (고자 상, 13) -pp68

마음을 키우는 데는 욕심을 줄이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

사람됨이 욕심이 적은 사람이라면 마음을 보존하지 못한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만 드물고,

사람됨이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마음을 보존한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만 역시 드물다. (진심 하, 35) -pp100

북궁유라는 자는 칼에 찔려도 움찔하지 않았고,

눈을 찌르려고 해도 감지 않았으며, 상대를 불문하고 자신의 험담을 하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보복을 했다고 한다.

맹시사라는 사람은 객관적인 상황을 돌아보지 않고 결과도 신경 쓰지 않으면서

다만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짐으로써 부동심을 얻었다.

맹자 왈

"맹시사는 증자와 비슷하고 북궁유는 자하와 비슷하다. 두 사람의 용기 중 어느 것이 나은 지 모르겠지만

맹시사는 요령을 지켰다."고 논평하였다. -pp112~113

공손추가 물었다.

"호연지기란 무엇입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말하기 어렵다. 그 기는 지극히 크고 강한데, 올곧게 기르고 상하게 하지 않는다면

천지 사이를 채울 것이다.

그 기는 의와 도에 합치되는 것으로, 만약 그렇지 않으면 위축도고 만다." (공손추 상, 2)-pp116~117

만장이 벗을 사귀는 일에 대해 물었다.

맹자가 대답했다.

나이 많은 것을 내세우지 말고, 신분이 높은 것을 내세우지 말고,

부귀한 형제가 있다고 내세우지 않고 사귀는 것이다.

벗이란 그 덕을 벗하는 것이므로 내세우는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 (만장 하, 3)-pp127

저자 이경혜가 정의한 보수주의란...

좋은 삶에 대한 자신들의 신념 때문에 전통과 공동체를 보존하고 역사적으로 형성된 도덕적 가치를 수호하고자 하는 사람들...

이 의미에서라면,

나 역시 그냥 보수주의자가 아니라, 이경혜가 말하였던 ’진정한’ 보수주의자이고 싶다.

무심코 던진 한 선배의 말이 진정한 보수주의자가 결국 진보주의자와도 일맥상통하는 혜안을 던저준 셈이다.

맹자, 동양철학, 진정한보수주의자

작년 9월 <유러피언 드림>과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를 읽고 난 뒤

유럽의 역사에 대해 한 번쯤 깊이 보고 싶다는 생각과

그 중에서도 ’카이사르’라는 인물이 치명적 매력에 대해 깊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셰익스피어를 비롯한 유럽의 대 문호들이 한 번쯤 다루고 싶었던 인물 카이스르와 그 주변 사람들.

범 국경적인 로마 제국을 수립했던 카이사르라는 인물이

오늘날 유럽에도 살아 숨쉬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과연 우연일까?

그만의 특별한 위치와 역사를 통해 멸하지 않는 큰 매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관용’을 기치로 걸었던 카이사르가 결국 심복들에게 죽임을 당하면서도

생전에 카이사르는 본인의 이러한 생각으로 나쁜 결과가 있을 지라도 후회하지 않겠다는

편지를 키케로에게 남긴 바 있다.

동시대 인물인 키케로와 폼페이우스에게는 볼 수 없는 면모이다.

키케로 역시 위대한 인물로 평가받지만, 그 역시 로마 공화정의 존치를 주장하는 당시로서는 보수주의자였다.

카이사르는 ’분노’라는 감정은 타인이 더 우등할 때야 갖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죽기 직전까지 그 생각을 했닌 지 모르겠지만, 그는 모든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인물임에는 틀림 없다.

당대의 최고 문장가였던 키케로의 글과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를 비교해 보면

키케로의 글이 얼마나 나약한 지 다시금 느껴진다.

카이사르는 이집트 나일강 유람에서 안토니우스처럼 클레오파트라의 치명적인 유혹에 빠질 수 있었음에도

몇 달간의 유람을 즐긴 후 율리우스 력을 만들고,

호기심으로 나일강의 수원을 찾는 일을 계속했다.

또한 그는 로마 공화정에서 제정(원수정)으로 넘어가는 가교에서

초대 황제가 되는 옥타비아누스를 후계로 정하는 선견지명을 갖고 있기도 했다.

또한 <갈리아 전기>, <내전기> 등의 문학적이며 서사적인 집필을 했던 그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키케로보다 위대하다.

한편 옥타비아누스와의 대립으로 말년을 불행하게 보냈던 안토니우스가

어린애 취급을 하던 옥타비아누스에게 쫓기며 결국 자결을 한 뒤에도

숨이 끊어지지 않자 마지막을 클레오파트라의 품에 안겨 죽기 원했던 그는

당시의 전사들과는 어울리지 않으나, 모든 것이 귀찮아서 그냥 죽어갔던 것이 아닐까?

또한 클레오파트라는 책략과 술수 차원에서 안토니우스를 유혹했지만,

결국 진심으로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는 사랑했던 것이 아닐까?

클레오파트라는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우스 왕조가 망할 것을 예감하면서도

평생 책략으로 살아왔지만 만년에는 결국 사랑을 찾고 죽은 것이 아닐까?

시오노 나나미의 감정 과잉이 다소 거슬리기는 하지만

로마인 이야기에서 가장 최고의 내용은 카이스르에 대한 부분이다.

마치 시오노 나나미는 라틴어로 호탕하게 웃는 카이사르가 귓가에 맴돌도록 생생하게 만들어준다.

그녀에게 감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