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를 시작하는 학생이라면 가장 먼저 개론에서 배우게 되는 미국 근대 사회복지 실천의 원조로서 Jane Addams와 Mary Richmond를 듣게 된다. Jane Addams는 훗날 지역사회 실천의 뿌리가 되는 북미 최초의 사회복지기관 settlement house인 헐 하우스(Hull House)를 만들었으며, Mary Richmond는 개별 사회복지실천의 뿌리가 되는 <Social Diagnosis>를 쓰게 된다. 이 두 사람의 인생은 그 뿌리가 되었던 만큼 파란만장하다.
누군가의 후일담을 듣는 것만큼 지루한 것은 없다. 위대한 사람들의 자서전을 통해 그 사람의 사상을 보다 밀접하게 이해할 수 있다. <죄와 벌>을 읽는 것 역시 즐거운 일이지만, 도스토예프스끼의 인생을 아는 것을 통해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정신분석학을 아는 것 역시 즐겁지만, 프로이트의 인생을 통해 더 깊이 이를 이해할 수 있다. 하물며 사회복지를 하는 사람으로서 헐 하우스의 창립자이자 여성 최초의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제인 애덤스의 인생을 알 수 있는 책이 있어서 선뜻 구입해 읽어 보았다.
읽고 난 뒤에 왜 19세기 말의 미국 사회에서 제인 애덤스가 헐 하우스를 시작하며 느꼈던 고민이 최 첨단을 달린다는 21세기 초엽의 한국 사회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며 그녀의 그 열정과 빈민에 대한 헌신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세틀먼트 운동이라는 것은 무엇보다 영국의 토인비 홀 등과 같이 빈곤지역 내에 대학생이나 사회복지사들이 적극적으로 함께 거주하며 살아가면서 빈곤을 해결할 수 있기 위한 하나의 운동이었다. 이는 메리 리치몬드의 <사회진단 Social Diagnosis>의 전문가주의(professionalism)과는 다른 맥을 잇는다. 제인 애덤스는 강력하게 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주의나 자본주의 등과 같은 사회 개조도 거부한다. 한편, 전문가를 통해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개인의 상담을 통해 개인의 적응능력이 변화할 수 있다고 믿지도 않았다. 그녀는 단지 빈민과 소외된 이들이 원한다면 어떤 일이든 말 그대로 실용적으로 참여했고, 옹호했으며 변화시켰다. 노동운동에 대해서도 과도한 반목을 싫어했지만, 사안에 따라 노동조합과도 협력할 수 있었다.
그녀의 이러한 운동은 빈곤을 해결하려던 기존 엘리자베스의 구빈법과는 근본적인 선을 긋는다. 물론 이전에도 다양한 빈곤계층의 단결을 통한 사회변화를 꿈꾸었던 다양한 운동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러한 운동에 있어서 본인이 함께 거주하며 변화시키고, 실질적으로 헐 하우스의 거주자들에게 필요한 것을 실용적으로 제공하였다. 여기에는 독서를 통한 인문학적 교양도 있었고, 실질적 직업교육도 있었으며, 여성노동과 아동노동에 대한 규제를 향한 사회운동도 있었다.
물론 그녀는 당시에 미국 내 사회주의 세력이나 노동운동 세력과 갈등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나 역시 책을 읽으며 그녀가 단지 ‘비폭력’적이라 그랬던 것인지, 아니면 헐 하우스의 거주자들이 그녀에게는 또 다른 배타적 가족이어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운동이라 그랬는지 정확히 수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러한 사회이론에 함몰되기보다 단 몇 명의 거주자라 하더라도 이들에 대한 헌신을 통해 이들이 변화될 수 있고, 온 미국에 다양한 세틀먼트 하우스가 세워진다면 궁극적으로 사회가 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비록 내가 생각하던 방식과 다르기는 하지만, 개인이 쏟을 수 있는 에너지는 제한이 있는 것 아닌가? 사회이론을 통해 사회변화를 꿈꾸는 이도 있어야 하는가 하면, 제인 애덤스와 같이 세틀먼트 하우스를 통해 사회변화를 꿈꾸는 이도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 메리 리치몬드와 같이 사회 병리에 대해 진단적으로 처방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 상담을 하는 사람도 존재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상호 간에 배타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의 책을 읽으며, 빈곤지역의 복지관 사회복지사로서의 1년의 경험, 병원에서의 사회복지사로서 7년의 경험을 떠올렸다. 과연 나는 그녀가 말한 대로 과연 그들 속에 있었던가? 제인 애덤스가 왜 그녀가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위해 헌신하였던가? 그녀가 그토록 비판했던 사회이론을 만들어내고, 이를 갖고 토론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애덤스의 고민을 잘 담아낼 수 있어야 함에도, 과연 나는 그러한 준비가 되어 있고, 스스로 노력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게 만들었다.
제인 애덤스의 자서전은 기회가 된다면, 그녀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나지막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들어봄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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