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위기라고 한다. 인류는 역사를 통해 문명을 축적시켜 오면서 삶의 근원에 대하여 고민해 왔고, 문(文), 사(史), 철(哲)로 대표되는 인문학은 우리에게 통찰을 줄 수 있는 지혜를 제공한다. 근대를 넘어 탈근대로 나아가는 현대 사회의 모든 사람들은 과거의 산업사회에서 맡겨진 역할만을 수행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모든 의사결정에 대한 리더가 되어야 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다양한 자기개발서와 처세서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다. 대량생산사회에서의 획일적인 가치에서 벗어나 모든 이들이 자기개발을 해야 하며, 스스로의 색채를 지닌 리더로서의 역할을 요구받으면서 우리는 혼란감을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 눈에 띈 책 중 하나는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이다. SERICEO에서 인문학 조찬 특강을 맡았던 정진홍 박사는 경영을 말하기에 앞서 인문학을 논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이미 다산 정약용의 실학에서 경영을 찾기도 하였던 시도, 더 나아가 예수나 바울 등에서도 경영을 찾기도 한 바 있다. 인문학에서 경영을 찾는다는 것이 보기 드문 시도는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이 책은 이러한 고전에서 현대사회를 반추하고자 하는 시도임과 동시에, 현대 사회에서 고전을 읽고자 하는 이들에게 지름길로 인도하는 지도의 역할을 하기도 하는 것 같다. 책에서는 10개의 chapter로 이루어져 있는데, 크게 나눠 보자면 1)역사, 2) 예술과 미학, 3)매너의 역사, 4)스토리 텔링의 리더십 등 5가지의 내용으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역사의 인물은 중화주의가 강하던 중국에서 청나라의 황제로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 주었던 강희제, 유혹의 역사에서 보여 주었던 클레오파트라, 엘리자베스 1세, 나폴레옹, 존 F 케네디, 에바 페론 등의 인물들이 역사에서 어떻게 치명적인 유혹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는지에 대한 점이다. 강희제는 근대사회로 접어드는 청의 황제로서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통합의 리더십을 펼쳤고, 끊임없이 학습하는 황제였다. 콧대 높은 한족의 자존심을 상하도록 하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이들을 설득하는 과정은 리더의 모습이 어때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인간의 유혹적인 매력은 이미 하나의 권력이 되어가고 있다. 대중매체의 스타를 비롯해 정치인, 심지어 기업 내에서 어떻게 조직 구성원을 유혹할 수 있는 지는 중요한 리더십의 하나이다. 이 때 보여주는 인물들(클레오파트라 외)은 자신만의 독특한 특성을 강점으로 승화시켰음을 보여준다.
둘째, 예술과 미학에 대한 내용에서 저자는 새로운 감각의 시대가 현대사회라고 규정하면서 출발한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공감각적 자극이 아닌 시각 중심의 사회로 미디어를 통해 펼쳐지고 있음에 대해 안타까워하지만, 이 역시 인간의 감각이 진일보할 수 있는 정반합의 변증법적 과정임으로 이해하고 있다. 우리가 예술을 볼 때 단지 관찰자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예술작품을 만든 예술가의 영혼 속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저자는 끊임없는 감각의 개발이 중요함을 피력한다. 특히 헬렌켈러는 후각만의 감각이 남아 있음에도 모든 감각을 가진 것과 같은 인생을 살았던 것처럼 우리의 제한된 감각을 개발하여, 조합함으로써 무한한 미학적이고 예술적인 감각이 깨어날 수 있음을 설명한다. 이는 비단 예술에만 국한 하는 것 보다 예술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이 될 수 있고, 더 나아가 인생의 모든 경영이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것임을 깨닫도록 만들고 있다.
셋째, 매너에 대한 점에서는 왜 저자가 이러한 내용을 구태여 실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매너의 역사를 봄으로써 문명화되는 과정이 어떻게 이뤄졌는 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다양한 문화에서의 서로 다른 다양한 매너가 존재할 수 있음에 대해 설명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하지만, 단순히 어떠한 것이 좋은 매너를 설명하기보다 유럽 사회에서 식사 매너가 어떻게 자리를 잡게 되었는지에 대해 박식함을 토대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넷쩨, 스토리 텔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미 게임 산업에서 보여주듯, 과거의 신화, 설화 등이 충분한 상상력의 근원이 되어 문화 컨텐츠가 되고 있다. 이는 비단 직접적으로 스토리를 활용하여야 하는 문화산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산업 영역에 적용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은 단순히 어떠한 홍보나 마케팅을 위한 이야기의 꾸밈을 잘 하자는 차원으로서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스토리 텔링을 위해서는 그 조직이 충분한 인문학적 바탕이 되어있어야 하며, 리더는 교양을 갖추고 있어야 함에 대해 말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 이 책을 통해 보다 다양한 고전으로서 나아갈 수 있는 방향키를 잡을 수 있게 된 것 같아 기쁘다.
인문의숲에서경영을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