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에서 유배가 없었으면 한편으로는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었을 것이며, 또 얼마나 많은 작품들이 사라질지 생각해본다. 물론 다른 방면에서 다양한 책들이 나왔겠지만, 유배를 통하여 나온 만큼의 질 높은 책들이 나왔을지는 의문이 든다. 학문하는 입장에서는 비록 이곳이 유배지라는 상황이었겠지만, 혼자만의 시간과 교류할 시간, 공부할 시간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약간은 축복이지 않았을까 싶다는 생각을 조금은 해본다.

우리나라 유배의 역사는 섬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다. 왠 만큼 유명한 인물들은 한번쯤은 유배를 다녀온 것이 정설이고, 당시 성리학과 다른 생각을 가진 인물들은 대부분 유배지에서 글을 남겼다. 유배지가 없었으면 "현산어보"나 "구운몽"등이 역사에 남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직까지 많은 섬들을 다녀보진 못해서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이 책에 나온 섬들을 가보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한번쯤은 다들 가보고 싶은 곳들이다. 그곳에서 그들이 느꼈던 풍광과 느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면 내 삶의 시야가 더 넓어지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몇 곳이나 가볼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기회를 만들어봐야겠다.

외롭고 힘들었지만, 그 속에서 학문을 이루고, 예술혼을 승화시킨 조선시대의 유배객들에게 존경을 표시하고 싶다. 한편으로는 유배라는 것이 있어서 우리 후손에게는 더 다양한 문화적 유산을 남길 수 있게 해준 슬프지만 고마운 유산이 아닐까 싶다.

한동안 한옥에 살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관련 자료를 모으던 시절이 있었다. 이 책도 그시절 한권 두권씩 사서 모으던 한옥관련 서적중 한권이다. 한옥 관련 책들은 일반적으로 두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우선 한 종류의 책들은 한옥의 풍경을 보여주기에 집중을 한다. 현재 남아있는 또는 지어진 한옥들의 풍경을 사진에 담고 특징을 서술한다. 그리고 다른 종류의 책들은 한옥을 하나 둘 지어나가면서 그 과정을 풀어내고 살아가는 모습을 담는 것에 집중을 한다. 궂이 이 책을 분류하자면 후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좀 차별점을 말하자면 이 책은 좀더 교과서적으로 접근한다. 각 항목에 대하여 자세히 나열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 한옥이 자리잡는 집터에 대하여 설명을 한 후 그 구조와 종류를 나열한다 그리고 설계 단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풀어가고, 사용된 재목, 기둥세우기, 지붕올리기, 벽체 세우고 마루깔기, 문과 창달기, 대문, 마당등 각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 내용이 자세하고 알아두어야 할 내용들이 많다. 다양한 창과 문에 대한 설명, 담과 꽃담, 내외벽들에 기능에 대한 설명들, 마당의 배수기능, 처마의 기능등은 차세히 참고할만하다.

언젠가 내가 나의 집을 짓게 될때 한옥을 짓기는 힘들겠지만, 한옥에서 사용한 개념들과 내용들은 참고하고 싶다. 특히 꽃담은 나중에 작게나마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과학에 관한 책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진지하게 내용을 깊게 파고드는 책들로서 좀 더 전문적인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이런 책들은 어떻게 보면 공부하기 위해서는 좋지만,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름 배경지식들이 필요하다. 다른 한 부류는 에세이 타입으로 좀더 쉽게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들로서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후자에 속한다.

책이 출판된 지는 좀 되었지만, 지금도 이슈가 되고 있는 내용들이 많아서 읽어 볼 만하다. 신화에서 한가지 모티브를 따와서 거기에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예를 들어 13장에서는 아마조네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성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미노타우르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광우병과 프리온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손색이 없는 구성이다.

이전에 내가 다루었던 생물학 강의가 좀더 어렵고 전문적인 내용이고 대학강의처럼 느껴지는 책이었다면 이 책은 신문의 과학 에세이를 보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데 막힘이 거의 없다. 하지만 정보 전달에만 그치지 않고 에이즈치료제 문제등까지 다루면서 윤리에 관련된 이야기도 다루는 만큼 아주 가볍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흥미로 읽기도 좋고, 과학에 관련된 논술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도 한번쯤은 읽어보라고 하고 싶은 책이다. 살포시 추천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