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만큼 가까운 존재도 없지만 그만큼 멀기도 한 존재가 가족이 아닐까 싶다. 늘 가까이에서 속속들이 사정들을 모르는 게 없고,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건 착각이 아닐까.. 가까운 존재기 때문에 알 수 없는 부분도 있고, 많은 걸 알고 있다는 생각에 쉽게 간과하고 지나치게 되기도 하고, 가까운 만큼 알기 어려운 게 가족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그런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함께하고 싶어도 할게 할 수 없고, 함께하고 있어도 함께하지 못하고,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잘 알지 못했던 그런 가족의 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성인식> -교통사고로 죽은 딸이 성인식을 치를 나이가 되자, 죽은 딸을 대신해 성인식을 치러주는 부모.
<언젠가 왔던 길> - 엄마의 열등감과 억압 밑에서 자라온 딸이 엄마와 인연을 끊고 살다가 16년 만에 재회하지만,
16년 만에 만난 엄마는 예전 자신이 알던 엄마가 아니다.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자신의 꿈을 뒤로하고 아버지의 대를 물려받아 이발사가 된 노인의 산전수전 인생 이야기.
<멀리서 온 편지> - 멀리서 온 편지로 인해 잊고 있던 과거와의 조우로 이해하지 못했던 남편을 이해하게 되는데.
<하늘은 오늘도 스카이> -부모의 불화, 체벌로 탈출을 시도하는 아이들의 안타까운 이야기.
<때가 없는 시계> - 아버지의 유품인 시계를 수리하러 들어간 시계방에서 아버지를 회상한다.
이 책은 총 6편의 단편이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개인적으로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와 <때가 없는 시계>를 인상 깊게 봤던 것 같다. 백발의 노인이 된 이발사가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에 정착하기까지 있었던 과거 이야기를 손님으로 찾아온 한 젊은이에게 들려주는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내가 눈앞에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소파에 앉아 손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머리를 손질하는 이발사의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생생한 묘사가 인상적이었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코끝 찡해지는 반전은 이 책에서 최고로 꼽고 싶은 부분 중 하나다. <때가 없는 시계>는 아버지의 유품으로 받은 시계를 수리하러 들어간 시계방에서 시계를 수리하면서 듣게 되는 시계방 노인의 시계마다 얽힌 사연 이야기, 자신의 추억들을 시계의 시간으로 흔적을 남기는 이야기가 인상 깊게 다가왔던 것 같다.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주변의 이야기일수도 있는 우리네들의 가족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서, 가볍게 읽을 수만은 없었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마냥 어둡기만 한 작품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이 작품은 어두우면서도 마지막에 결국은 희망이 보이는, 전체적으로 열린 결말들이라서 그게 참 따뜻한 감동을 전해주는 것 같다.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책이다.

펭 철도 분실물 센터라니.. 묘한 조합이라고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들었던 생각이다. 

철도 분실물 센터에 어째서 펭귄이 따라붙은 걸까.. 이 책의 정체는 뭘까 

독특한 조화에서 오는 강렬한 호기심에 단숨에 이 책을 읽고 싶은 맘에 사로잡힌다.

거기다 이 책은 동일본 철도서점 대상이라는 일본 철도 직원들에게 추천을 받은 수상작이라고 한다.

이런 상도 있다니.. 여러모로 신선하게 다가왔던 책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총 네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 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나중에는 

모든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게 되는 연작 형식의 소설이다. 

야마토기타 여객철도 나미하마이선이라는 도쿄 인근 바닷가 공장지대에 자리한 작은 무인역에 있는 분실물 센터에서 

분실물을 찾아주면서 일어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고양이와 운명] 

주인공 교코는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가 죽자, 죽음에 이르기까지 잘 보살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고양이 

유골 단지를 1년 동안이나 들고 다니다 전철에 놓고 내린다. 바로 펭귄 때문에. 

자신이 타고 있던 한산한 전철에서 떡 버티고 서있는 펭귄을 훔쳐보다 그만 유골 단지를 깜빡한 것이다. 

펭귄을 본 것도 충격이지만, 교코에게는 소중한 고양이 유골 단지를 잃어버린 것에 더 큰 충격을 받는다.

자신이 탄 전철 종점에 있는 우미하자마역에 분실물 보관센터가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된 교코는 그곳을 찾는다. 

그러나 빨간 머리를 한 역무원 모리야스 소헤이 로부터 황당한 얘기를 전해 듣는데... 주인이 이미 찾아갔다는 것. 

교코의 유실물은 어떻게 되는 걸까.

[팡파르가 울린다]

친구들과의 관계, 입시 실패로 인해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는 주인공 겐은 

온라인게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게임 동료의 송별회에서 쓰일 게임 아이템을 얻기 위해

히사메라는 사람의 부탁을 받게 된다.

'모험'을 실행하기 위해 1년 만에 외출에 나선 겐. 그러나 그 외출은 그를 곧 절망에 빠뜨리게 한다.

모험을 실행하기도 전에 전철에서 자신의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리게 돼버리고 만 것이다.

우미하자마역 분실물 센터에 연락을 취해보지만 연결은 되지 않고..

불안과 초조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 그의 앞에 유유히 걸어가고 있는 펭귄을 발견하게 된다.

무작정 펭귄 뒤를 따라가다 보니 얼떨결에 도착한 분실물 센터.. 그곳에는 엄청난 우연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그리고 거짓말을 할 때나]

읽어버린 물건을 찾으러 분실물센터로 가는 전철 안에서 주인공 지에는 임산부 마크가 달린 체인 홀더를 발견한다. 

분실물 센터에 가면 맡기려는 생각으로 가져갔지만 잊어버리고 체인 홀더를 갖고 집으로 가져오게 된다.

그로 인해 우연히 지에의 코트에서 체인 홀더를 보게 된 남편 미치로는 자신의 아내가 임신한 줄로 오해를 하게 되고 만다.

평소 건조하게 대하는 남편이 기뻐하는 모습에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남편을 계속 속이게 되는데..

[스위트 메모리즈]

머리 종양으로 기억장애가 있는 준 테이는 우미하자마역 분실물 센터의 소헤이를 자신의 죽은 아들로 자주 착각을 한다.

자신의 고집으로 인해 아들이 죽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준페이.. 그의 안타깝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펭귄이 우미하자마역 분실물 센터에 있게 된 사연도 함께 밝혀진다.

책 속 주인공들이 전철에서 자신의 소중한 물건을 분실하고, 분실물 센터를 거쳐가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찾게 되는 이야기를 펭귄이라는 판타지요소가 함께 섞여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낸 소설이었던 것 같다. 피식피식 웃다가도 어느 부분에선 뭉클하기도 하고 펭귄 철도 분실물 센터와 함께하는 시간이 참 즐겁게 행복했었던 것 같다. 

 

오래전에 인터넷에서 책 서핑을 하다가 이 책을 발견하곤 제목이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있는 책이었다.언젠가 읽어야겠다고 생각해두곤 잊고 있다가 이 책이 두 번의 변신을 거친 뒤에야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이 책은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작가가 중학교 교사로 있던 시절에 썼던 작품인데 작은 출판사에서 초판 999부로 나왔던 책이 입소문을 타.. 지금까지 프랑스에서만 190만 부가 판매되었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기도 하고, 안나 가발다 책에 대한 입소문이 워낙 자자해서 기대감을 안고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책은 <누군가 나를 기다려 준다면>과 <나만의 비밀> 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주제에 대한 내용으로 총 11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누군가 나를 기다려 준다면>은 말 그대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길을 걷다 마주친 남자에게서 운명적인 느낌에 이끌리지만 운명적인 사랑이 되진 못하고, 기억을 잘 못하는 주인공이 처음으로 잊을 수 없는 운명적인 상대를 만나게 되고, 동생에게 빼앗겼던 여자와 사랑이 이루어지게 되고, 오래전에 헤어졌지만 잊을 수 없는 옛사랑과의 재회,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짝사랑녀와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누군가를 갈망하고 기다리는 성별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성격도 다른 가지각색 등장인물들의 로맨틱한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다. <나만의 비밀>은 밝힐 수 없는 내밀한 비밀에 관한 이야기다.
사촌동생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비극을 숨겨야 하는 여인의 비밀. 자신으로 인해 생긴 비극적인 사고에 대한 비밀. 여수의사의 복수의 관한 비밀. 몰래 끌고 간 아버지 차를 박살 내버린 십대들의 이야기 등.. 1장과는 상반된 어두운 분위기의 이야기들로, 밝힐 수 없는 비밀로 인해 혼란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책의 성격을 말하자면 즉흥적이고, 직설적이다고 해야할까...인간내면에 대한 섬세한 표현들이 돋보였던 책이었던 것 같다.일상속에서 무심코 흘리듯이 해보는 생각들이나 상상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서 정말 여과없이표현되고있는데.. 읽다보면  다른사람들의 속마음을 실시간으로 훔쳐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성별,나이,직업,성향 제각각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그들의 모습에서 때론 내가 보이기도 하고 우리가 일상속에서 순간순간 느끼는 것들에 대한 내면속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어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작가가 젊은시절에 많은 일들을 했었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속에 다채로움이 느껴진다.특히 책속에 등장인물들의 직업에 대한 이야기들은.. 마치 경험에 의한 이야기들 같달까.. 이런 다채로움은 아마도 작가의 다양한 경험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생각이든다. 무지개빛 색깔처럼 다양한 매력이 느껴지는 책이었던 것 같다. 작가의 장편소설이 많이 알려져 있던데, 장편소설은 또 어떤 매력이 있을지..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