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오래된 빌라들이 밀집되어 있는가난한 동네에 아들과 아내를 저세상으로 보내고 홀로 세탁소를 운영하는 주인공 명종은 어느 날 발신자가 아들인 커다란 택배 상자 하나를 받게 된다. 택배는 아들이 사고로 죽기 전 외국에서 일했던 로봇 제조회사에서 자신이 만들었던 17세의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로봇이었다. 명종은 이 로봇이 아들이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남겨준 선물인 것 같아.. 자신에게 둘째 아이가 생기면 지어주리라 생각했던 '은결'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외롭고 쓸쓸했던 명정의 일상은 '은결'의 등장으로 변화를 맞기 시작한다. 은결이 오기전 오로지 자신만이 해냈던 세탁소 일과 가사는 은결과 분담으로 명정의 일손을 거들어준다.  은결은 자신이 한번 학습한 내용은 고도의 연산 작용으로 메모리에 저장해 정보를 처리해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처럼 행동하는 게 가능하다.  은결은 그렇게 자신이 학습한 것들을 토대로 인간의 삶을 조금씩 배워나가게 되는데.. 로봇이 인간의 삶을 배워나가는 과정이 참 재밌다. 이런 소재의 소설은 처음이어서 더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보면서, 영화로도 만들어져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다. 구병모 작가의 책은 첨인데 다른 책들도 기회되는대로 찾아 읽어봐야겠다.
 

청년부원들의 평균연령이 65세가 넘는 쇠락해가는 시골 깡촌 마을이 있다. 바로 이 책 속의 배경지인 호토하라 마을이다. 무민이라는 캐릭터를 닮아 무상이라 불리는 이 책의 주인공 35세 청년 무라타 지로는 호토하라 마을에서 아프신 어머니와 함께 양계장을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다. 닭과 달걀밖에 모르는 그이지만, 그에게는 야심찬 계획이 하나 있다. 바로 이 쇠락해가는 호토하라 마을 되살리기. 자신이 정성껏 키운 닭들의 달걀로 호토하라 마을에 무료 달걀밥 전문점을 차리는 것이다. 즉, 달걀밥 전문점을 시작으로 호토하라 마을을 홍보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오랫동안 이 계획을 마음에 품고 있었던 무상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물려준 양계장을 담보로 계획을 실행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의 야심찬 계획은 모두에게 외면만 당할 뿐이다. 실패할거라고.

그에게는 어릴 때부터 함께 해온 소꿉친구들이 있다. 나오코와 다이키치.
어릴 때부터 남다른 감정을 가졌던 친구로, 도시로 나갔다가 이혼과 함께 호토하라로 다시 돌아온 나오코.
골목대장이라는 별명답게 우람한 체격에 거칠고 호탕의 성격을 가진.. 30년 넘게 붙어 다니는 다이치키.
남좋은 일만 시키고 늘 손해만 보는 어수룩한 주인공을 오랫동안 옆에서 봐왔기에 그의 터무니없는 계획에 친구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자신에게 들려줬던 좌우명 "재산을 잃는 건 작은 상처지만 용기를 잃는 건 인생을 잃는 것과 같다"를 되새기며 꿋꿋하게 달걀밥 가게를 연다.
하지만 달걀밥 가게는 파리만 날릴 뿐...
이를 보다 못한 그의 친구들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의기투합해 위기에 빠진 무상 돕기에 나서게 되는데..

이 책은 쇠락해가는 자신의 마을을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달걀밥 사업에 뛰어든 주인공으로 인해 호토하라마을에서 일어나게 되는 좌충우돌 이야기다. 바보스러울 만큼 착한 주인공의 무모한 계획이 위기에 처하자 그의 친구들과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마을을 살리게 되는 과정을 경쾌하고 따뜻하게 그려냈다.

책은 무상을 비롯해 나오코, 다이키치, 도예가 청년 와카에, 달걀 밥집 요리사 겐조 등 마을 사람들이 번갈아가며 등장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남좋은 일만 시키고 늘 손해만 보는 주인공에 답답해하면서도 늘 '난 운이 좋으니까..'를 입에 달고 살며 긍정 파워로 옆에 있는 사람까지 긍정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이 캐릭터를 어찌 미워할 수 있을까. 어떤 상황에서도 천하태평 긍정적인 무상의 모습에 심하네.. 싶다가도 나 역시도 무상의 주변 인물들처럼 그에게 말려들게 되는 그 매력이 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나만 행복하면 그만인 게 아닌, 다른 사람의 행복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주인공과 호토하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행복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걸 보여준 책이었던 것 같다.

 

"한 가지 더 보여 줄게. 달걀에는 자연의 섭리가 담겨있어. 굴리면 빙 돌아서 부메랑처럼 내게로 돌아오지."

작년에 출간된 소설인 <오베라는 남자>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카페에서, 서점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등 이 책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엄청난 오베 열풍을 일으킨 작가가 이번엔 테러리스트 같은 할머니와 우라지게 짜증 나는 소녀를 데리고 컴백했다.

이 책의 주인공인 7살 소녀 엘사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 매일 아이들의 사냥의 표적이 되어 괴롭힘을 당하는 등 편할 날 없는 학교생활을 이어나간다. 그런 엘사에겐 누구보다도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77살의 엘사의 할머니다. 엘사의 마음을 헤아려 줄 수 있는 건 오직 할머니뿐이다. 우악스럽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 탓에 할머니가 나타는 곳엔 항상 소란이 뒤따르긴 하지만 그런 할머니라도 엘사에겐 마음이 통하고, 언제 어디서나 방어막이 되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엘사에게 할머니는 유일한 친구인 셈이다.  그런 할머니가 어느 날 갑자기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엘사에게 안부 편지를 남기고 말이다. 이 편지들로 말할것 같으면 엘사가 사는 아파트 이웃들에게 보내지는 편지인 셈이다. 할머니로부터 임무를 부여받은 엘사는 임무수행에 나서기 시작하게되는데...할머니가 남긴 편지들로 인해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지게 될지...깜찍발랄당돌한 소녀의 유쾌하고 감동적인 좌충우돌 보물찾기 대작전..!! 여러분들도 이 모험에 함께 동참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