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읽으려고 책상 위에 놔두었는데 책이 사라졌다.

알고 보니 책의 제목만 보고 어머니께서 ‘노화’를 이기겠다며 슬그머니 가지고 가신 거였다.

갱년기에 접어들어 건강에 더욱 신경 쓰고 계신 터라 어머니께 유용한 책이라 생각하니 뿌듯하기도 했지만 괜스레 짠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TV에 자주 출연해 중장년층에게 잘 알려진 오한진 박사가 ‘노화를 이기는 팔자건강법’이라는 책을 펴냈다.  단정하고 깔끔해 보이는 외모에 방송에서도 매끄럽게 강의도 하고 진행하여 관심 있게 지켜보던 분이어서 책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풀어갈까 기대가 되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아니면 간호학을 전공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의료 상식이 있어서일까 .. 책의 제목에 비해 생각했던 것만큼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 것 같지는 않다.

간결하게 건강에 대한 전반적인 상식이 나열되어 있어서 신문이나 잡지의 한 쪽에 실린 건강 칼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 평이하게 쓰인 교과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노화와 노화방지에 대한 비법,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에 대한 올바른 상식 마지막으로 젊음을 위해 먹는 현대판 불로초들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소개하고 있다.

책 속의 내용 중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이 있었는데  ‘녹즙’과 ‘우유’에 관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아침마다 출근하기 바빠 식사를 자주 거르고 있어 식사대용으로 녹즙과 우유를 사무실로 배달시켜 먹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에도 좋을 거라는 믿음에서 먹었던 녹즙인데, ‘위장에서 필요로 하는 섬유소’는 다 걸러버리고 ‘말 그대로 즙만’ 먹게 되는 것이라며 섬유소를 다 버리면서 야채를 먹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오한진 박사의 말에 그것을 먹으며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 내 자신이 괜히 얍삽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책은 의학적으로 정확한 사실을 기초로 하여 쓰였기 때문에 방송을 잘하는 박사가 신변 잡기식의 내용들을 나열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이 책은 쉽게 쓰여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쉽게 읽힐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꼼꼼히 읽어보면 일상생활에서도 큰 도움이 될 만한 건강상식들로 내용이 채워져 있어 건강관리를 체계적으로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참고가 될 거라고 생각된다.

 

 

내 나이 스물 세 살 이었을 적 나는 대학에서 1학년 때 날린(?) 학점을 복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젊다고 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어서 피곤할 줄 모르고 밤샘 공부를 하기도 하고 주말에는 친구들과 실컷 돌아다니기도 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스물 세 살이란 나이는 싱그럽고 깨끗하고 발랄했던 순간으로 기억 될 거라 생각된다. 그러나 「여명, 1개월의 신부」의 주인공 치에는 스물 세 살의 어린 나이에 유방암 진단을 받고 만다.

치에의 엄마 역시 암으로 사망하였기에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으리라. 암 선고를 받고 만난 남자친구 타로와 죽기 직전 극적인 결혼식까지 한 치에의 스물 네 해 인생은 너무나 찬란했고 너무나 어두웠다.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는 그녀의 모습은 그녀의 별명처럼 ‘판다’와 꼭 닮았다.

판다처럼 귀여운 그녀의 어린 시절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그녀의 엄마가 초등학교4학년 때 난소암으로 판정받아 6년 뒤 사망한 것이다. 분명 극도의 고통을 느꼈을 법 하지만 그녀는 엄마의 죽음에도 일탈하거나 자포자기하지 않고  늘 최선을 다하는 생활을 해서 아버지에게는 ‘ 자랑이고 훈장’ 이었다고 한다.  

하나님은 때로 ‘절대 데려가지 않았으면’하는 올바르고 성실한 사람을 데려가시고는 한다.

‘손이 가지 않는 아이’라고 표현 할 정도로 홀로 된 아버지에게 인정받았던 치에 역시 그 중 하나이다.

이 책에는 그녀가 암 선고를 받기 전과 투병 생활, 그리고 그녀의 사망 후 까지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책 속의 치에를 보고 울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거칠고 힘든 세상에서 힘들다고 불평하는 내 자신의 모습과 생활이 그녀가 갈망하던 하루하루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투병기를 읽고 있노라면 한동안 유행했던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자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었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인생에 ‘만약……라면’은 없는 거”라던 그녀의 말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마음에 큰 자취를 남긴다. 그리고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어린 나이에 결국 ‘삶’의 끈을 놓아버릴 수밖에 없던 아쉬운 그녀의 생애와 2009년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각자 ‘생’은 서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다.

불황이라 하여 경제도 어렵고 날도 춥다.

그러나 무엇보다 희망적인 것은 우리는 살아있다는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고마움을 표한다.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것에 대해.

 

 

본문 104페이지에 소개된 내용과 같이 나 역시 그런 엄마 중의 하나이다.

‘ 아이과 시간을 충분히 가지지 못하고 아이에게 책을 충분히 읽어주지 못하고, 아이가 보는 앞에서 남편과 싸운 적도 종종 있고 특히 아이가 잠들 때마다 기뻐한 경험이 있는,.,.’ 아이 생각만 하면 왠지 모를 미안함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엄마 중의 하나.

직장 생활하며 살림하고 아이 키우는 일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이효리’도 디자이너 ‘앙드레김‘씨도 나와 똑같은 하루 24시간을 살고 있는데 나는 왜 이리 시간이 부족한건지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공감할거라 생각한다.

일단 이 책의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슈퍼맘을 이기는 해피맘’.

절대로 슈퍼맘은 될 수 없다는 -나 자신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사실을 알기 때문에 차라리 해피맘 이라도 되어보자는 마음도 있었고, 웃는 게 버릇이라 해피맘 정도는 식은 죽 먹기라 자신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이-특히 첫아이-를 키우는 초보 엄마들을 위해 슈퍼맘이 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작은 일에서 행복함을 느끼고 아이에게 갖는 죄책감을 버리라고 조언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장황한 육아 이론을 늘어놓지도 않았다.

아이를 이미 다 키운 옆집 아줌마의 위로와 공감어린 시선이 책 속 곳곳에서 느껴진다.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이란 아이의 생일파티를 직접 근사하게 차려주고 적은 돈으로 근사하게 차려입어 거리에서 시선을 끌고 아이들에게는 언제나 상냥하고 친절?? 차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현실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본문189페이지에 소개된 열다섯 난 딸과 8개월이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유진이라는 엄마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 초보 엄마들은 모든 것을 경쟁적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아이가 8개월입니다. 그렇다면

이 아이가 기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라고 말이지요. 요즘 우리는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아이에 푹 빠져 있습니다. 언젠가 저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아이가 있는 집으로 돌아오게 되면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 오직 아이를 안는 것 뿐 입니다. 우리 아이도 언젠가는 걷게 되겠지요. 」

 

하나 뿐인 딸아이가 너무나도 소중해서 ‘작은 보석’이라는 별명을 지어주고 끔찍이 예뻐하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 자주 하고 있지만, 아이를 처음 키우는 초보엄마라서 사실 나 역시 ‘경쟁적’으로 생각하는 때가 종종 있다. 장난감을 고를 때부터 시작해서 아이가 먹을 음식거리를 고르는 일 까지. 그것이 좋은 엄마가 되는 길 인양 우쭐해 했었는데 사실 그런 모습 뒤에는 항상 스트레스와 피곤에 지쳐있는 내 자신이 있었다.  초보 엄마들은 모든 것을 경쟁적으로 생각하곤 한다는 유진이라는 엄마의 말이 그래서 더 마음에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 그래서 저자의 말처럼 슈퍼맘이 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먼저 나 자신을 사랑하고 아낄 줄 아는 해피맘이 되도록 겉모습에 쏟던 내 노력을 ‘나의 내면과 아이에게 쏟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