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의 여자가 스무 살 여자에게’라는 책을 읽어보았는데 우습게도 이번엔 ‘마흔 살 여자가 서른 살 여자에게’이다.

이러다가는 쉰 살 여자가 마흔 살에게, 예순 살 여자가 쉰 살에게.. 종국에는 아흔 살 여자가 여든 살 여자에게 주는 건강 비법이라는 제목까지 등장할 것 같다.

제법 흔한 제목이어서 내용 또한 그럴 것 이라 생각했던 나의 생각은 고정관념이었다.

총 아홉 챕터의 이야기들이 진행 되는 동안,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

지었던 것은 인생의 선배들이 전해주는 일상에서의 행복과 지혜가 내 마음속에 깊숙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서른을 ‘삶을 살아내는 지혜가 생기는 나이’라고 말하는 저자들의 이력은 참 다양하다.

가난한 살림에서 할머니가 마련해준 학자금으로 대학을 마쳐 성공한 삶을 살고 있지만 남편이 불치병에 걸려 내내 고생하고 있는 데버러 콜린스 스티븐슨과 스물여덟의 젊은 나이에 다섯발의 총을 맞고도 살아나고 정치인으로 성공하지만,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재키 스파이어. 아버지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지만 지금은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셰린, 그리고 방송인으로 화려한 삶을 살지만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으로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겪다가 재기한 잰 야네히로 등 저자들의 이력은 놀라울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삶을 살아가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며 인생이라는 이름 앞에서 얼마나 ‘성실’하게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긍정적으로 견뎌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열아홉에서 스무 살이 될 때에는 나이의 무거움도 몰랐고 두려움도 없었다. 마냥 즐거웠고 TV에 나오는 청춘 남녀 주인공들처럼 환하고 가볍고 행복한 나날들만 보낼 거라는 기대감만 가득 했었다. 그러나 스물아홉에서 서른을 코앞에 두고 있는 지금은 삶의 무게를 지탱해 나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을는지 염려하고 두려워 할 뿐이다.

가볍고 행복할 것만 같았던 이십 대를 막상 살아보니 생각만큼 행복하지도, 가볍지도 않았고 오히려 학업과 일과 사랑 앞에서 무참히 쓰러질 때가 오히려 더 많았다.

그래서 서른 이라는 나이를 두려워하는 지도 모른다. 이십 대는 누구에게라도 기댈 수 있었지만 삼십대는 아무에게나 기댈 수 있는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

생각하는 것처럼 흔하고 뻔한 내용은 아니다. 책을 읽는 동안 소주 한잔 함께하며 자신의 얘기도 하고, 신세 한탄도 하지만 결국 나를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 가까운 나의 선배..

그 언니가 떠올랐다.

이 책의 분위기는.. 그 언니와 같다.  

 

 

인간을 ‘멀쩡함’과 ‘광기어린’, 이 두 가지 시선으로만 본다면 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광기어린’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뭔가에 열중하고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광기 어린’ 모습 일테니.

멀쩡함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말쑥하고 단정한 상태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 ‘광기’보다는 긍정적인 의미임에도 불구하고 답답하고 소심하게 느껴진다.

오히려 ‘광기’어린 모습을 동적이고 활기차게 느낀다.

이러한 나의 생각은 대중매체에서의 ‘광기’라는 의미가 파격적이면서 신선하다는 의미로 포장되어서 일수도 있겠고 나 자신이 평범한 집단보다는 튀는 소수를 동경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애덤 필립스가 지은 ‘멀쩡함과 광기에 대한 보고되지 않은 이야기’는 정상적인 ‘멀쩡함’과 비정상적인 ‘광기’에 대해 복잡하고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읽는 내내 뭔가에 쫓기는 듯도 했고 머릿속이 어수선해지기도 했는데 솔직히 쉽게 읽히는 내용은 아니었다. 그러나 제목과 같이 평소 관심 밖의 사실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는 일 자체가 흥미로웠다.

책의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멀쩡함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그것에 대한 각각의 사례별로 그것에 대한 방법이나 생각을 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정신적인 멀쩡함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그 중 ‘돈을 향한 광기’를 읽어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본문에도 소개되었던 ‘자신의 욕구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현대인이 품은 미친 욕구’이고  ‘현대인에게 돈은 자신의 욕망에 대한 두려움을 상징한다.’ 는 것은 프로이트의 의견이다. 어느덧 부를 이루고 사는 것이 최고의 목표가 되고, 남을 배려하고 사는 것을 가르치기보다 남보다 조금 더 잘 사는 것을 가르치는 부모가 늘어남에 따라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어린 아이들 조차도 물질적인 것에 연연한다.

좀 더 신기하고 자극적인 것을 갖기 위해 부모를 졸라 결국에 얻어내는 그들의 모습에서 또다른 ‘광기’를 발견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멀쩡함’을 유지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시대착오적이고 답답한 사람으로 낙인찍힐지도 모를일이다.  ‘멀쩡함’을 유지 한다는 것은 상당한 노력과 정신력을 필요로 한다. 주변사람들에게 ‘샌님’이라고 놀림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멀쩡함’을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은 그다지 현명한 일은 아닐 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이러한 상황이라면 ‘멀쩡함’의 개념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일수도 있다.

‘광기’를 악으로, ‘멀쩡함’을 선으로 보는 흑백논리적 시각에서는 자신의 욕구를 누르고 겉으로는 멀쩡한 척 연기하며 지내는 사람이 선이고 자신의 욕구대로 전진해나가는 사람은 악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단순 사고가 옳은 일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멀쩡함이나 광기에 대해서는 재 정의가 필요할 듯 보인다. 상황과 주제에 따라서 얼마든지 그 두 가지의 장단점이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안 작은 사이즈이지만 제법 두꺼운 분량에 한 번 놀라고 경쾌하게 쓰인 표지 제목과는 달리 읽기 어려운 내용이라서 다시 한 번 놀랐었다.

상당히 어려운 책임에 틀림없다. 전문적인 지식만을 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딱딱해진 나의 두뇌를 말랑말랑하게 만들기는 참으로 어려운 작업이기에 참신한 저자의 의견을 따라가기가 어렵기도 했다. 그러나 생소하고 낯선 주제를 풀어나감에 있어 궁금증을 유발하고 관심을 이끌어 냈다는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결코 만만하게 볼 책이 아닌 듯 하다. 

 

 

마음먹기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내용의 책들이 대유행하고 있다.

우리도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고 누구라도 쉽게 말할 수 있는 사실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출간되고 있다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실행에 옮기기는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말하는 이 책 역시 내용은 이미 우리가 다 알고도 남을 만한 것들이다. 중요한 것은 힘들 때마다, 그리고 초심을 잃게 될 때마다 개개인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다고 해서 책의 내용이 의미 없는 이야기들로 채워졌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사랑, 지혜, 가능성, 성공, 미래, 인생, 마음, 인격, 운명, 행복」이라는 총 열 개의 파트로 나누어진 이 책의 내용은 각각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다음 구절은 마음원리 중 ‘미래의 원리’에 소개된 것이다.

「 여러 가지 일들을 미리 생각해서 고민하지 마세요. 움직여야 할 때가 되면 그때 생각하면 됩니다. 당신이 망설인다면 신의 힘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본문p.112」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일이고 바꿀 수 없는 과거인데 알 수 없는 미래를 밝히려고 하는 것은 번뇌이자 망상’이라는 저자의 말에 온 몸에 전율을 느꼈던 것은 그것을 몰라서가 아니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내용을 객관적으로 사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장점은 바로 이것이다.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오히려 나 자신을 바꾸는데 방해 하는 내용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많이 들어서 너무 쉽게 생각해서 시시하게 생각했던 내용들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 인 것 같다.

「자기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을 제대로 알기는 힘듭니다. 상대의 단점만 인식하고 장점을 모르는 것은 그의 절반만 바라보는 것과 같습니다.  ... 상대의 희로애락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남을 알 도리가 없습니다. 남의 마음을 모르기 때문에 부주의하게 지껄인 말이나 행동으로 상대를 화나게 하거나 남의 원한을 사는 일도 빈번하지요. 자신은 전혀 기억이 없는데 원한을 사는 사람은 실은 감수성이 원래 약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남의 단점밖에 볼 줄 모르는 사람은 사랑이 모자란 사람입니다. 정신적으로 남을 용서할 여유가 없는 것입니다. 본문p186~187」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K씨가 있다. 그 사람 때문에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상처를 받았는데 이 구절을 읽고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식상한 내용일지라도 개인에게 위로를 준다면 이미 그것만으로도 ‘최고의 책’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