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데기 일러스트는 전반적으로 파스텔과 같이 부드러운 색채와 톤으로 그려져있습니다. 보고있으면 차분하고 안정감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서천꽃밭의 그림이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것 같습니다.

 

 바리데기하면 떠올리는 것이 바로 '효'인데요. 물론 바리데기가 자신을 버린 부모를 원망하지 않고 고생을 자처하여 생명수를 얻어 아버지를 살린다는 내용이 이야기의 가장 큰 축이 되고 있지만, 효와 더불어 자세히 살펴볼 점이 바로 바리데기가 갖은 고난과 역경을 거치며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생명수를 구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일을 해야 했던 바리데기. 그 중에서도 부모님을 허락을 받지 못한채 혼인하여 아들 셋을 두게 된 사건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데요. 바리데기가 이야기 전반에 걸쳐 착하게 그려지고 있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부모님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고 본인 스스로도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바리데기는 기존의 수동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나 능동적이고 독립심 강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는데요. 홀로 남편없이 아이를 키운다는 설정도 옛날 설화임을 감안해 볼때 꽤 파격적인 설정같습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바리데기의 효심과 성장 그리고 남녀평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들이 없어서 한탄하고 마지막에 낳은 딸까지 버린 바리데기의 아버지 오귀대왕의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을 비판하고 꼬집은 점을 보면 작가가 시대보다 더 앞서나간 생각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다만  바리데기 이름이 왜 바리데기로 지어졌는지에 대한 부분이 빠져있는 점이 조금 아쉽습니다. 내용을 통해 충분히 유추할 수 있지만 아이들이 보는 책이니 이 부분은 언급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쥐띠,소띠,뱀띠 열두띠는 어떻게 생기게 된 것일까? 2014년은 말띠해야라는 말에 아이들은 왜 차례대로 열두띠가 생겨나게 되었는지 궁금해할지도 모릅니다. 그럴때 열두띠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를 읽어주는 것은 어떨까요? 책이 시작되기전 작가들의 약력을 살펴보니 글쓴이 정하섭씨와 그린이 이춘길씨 모두 말띠라고 합니다. 약력도 책의 내용을 참고하여 쓴 점이 재치있습니다.

 

 화려한 벽화에서 튀어나온듯한 열두띠의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각 띠가 지닌 특성을 살린 복장과 도구들을 비롯하여 한 장면안에 다양한 질감이 느껴지는 그림들이 흥미롭습니다.

 

 이 책에서는 하느님이 세상을 만들고 나서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고자 세상으로 내려갈 열두신을 뽑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제일먼저 쥐신이 나왔고 그 다음엔 소,호랑이,토끼가 차례대로 나와 각자 자신들이 지닌 재주와 특징을 이용하여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이야기합니다. 하느님은 순서대로 등장한 열두 동물을 세상에 내려보내게 되는데요. 고양이는 늦잠을 자서 열두띠에서 제외되었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열두띠신이 세상에 내려가자 사람들은 각 동물들의 재주와 특성을 배워 평화롭게 살게 되었는데요. 그러나 이제는 열두띠신이 서로 자기가 대장이 되겠다고 싸웁니다. 이에 하느님은 일년에 한번씩 누구나 공평하게 대장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순서를 정하게 되는데요. 하느님이 세상에 내려갈 열두띠신을 뽑을때 등장한 순서대로 순번을 정하게 되지요. 그리하여 쥐띠가 제일먼저 앞에오고 그 다음에 소띠가 오게 됩니다. 사람들도 열두띠신의 순서에 따라 태어나면서 자신의 띠를 갖게 되지요. 이 책을 읽고나면 아이들이 자신의 띠에 대해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되고 띠의 순서에 대해 배우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끝나고 책의 마지막 장에서 열두띠와 십이간지에 대한 내용이 자세하게 실려 있으니 책을 읽기전이나 읽고나서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솔이의 추석 이야기는 이제는 서구화되어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네 옛날 시골모습을 정감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만 해도 논 밭에 흙길이었던 시골집이 이제는 시멘트가 깔리고 기와집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 있습니다. 솔이의 추석 이야기를 보면서 아직은 그래도 이런 정겨운 시골이 어딘가에 남아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위안이 됩니다.

 

 추석은 우리나라의 명절 중 설날과 더불어 가장 큰 연례행사입니다. 그날 만큼은 대부분 일을 쉬고 고향에 내려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척과 부모님을 만납니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고향에 내려갈 준비로 바쁜 사람들, 갖가지 선물과 짐보따리를 들고 줄지어 고속버스터미널에 서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그림을 보면 수 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행동과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그 자리에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합니다. 솔이도 다른 사람들처럼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부모님과 함께 고향에 내려가는데요. 시골에 내려가는 길은 참 멀고도 지루하지요. 고속도로에서 차가 막혀 사람들은 잠을 자거나 이야기를 하거나 먹고 마시고 잠시 휴게소에 내려서 쉬었다가기도 합니다.

 

 솔이네 고향입구에는 여느 오래된 시골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커다란 나무와 우물이 있습니다. 동네 안으로 들어서면 황금빛 노란 벼들이 익어 출렁이고 있고 경운기가 있고 기와집과 강아지가 있습니다. 온가족이 모인 솔이 할머니네 집. 어른들은 음식준비, 제사준비로 바쁘고 아이들은 마당에서 뛰어놉니다. 온가족이 모여 송편을 빚고 추석날 제사를 지내고 성묘를 갑니다. 성묘가 끝나고 내려오는 길 농악대의 신나는 장단에 맞춰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강강술래를 하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솔이의 추석이야기에서는 추석날의 풍경을 과장없이 세세하게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는 할머니가 먹을 것을 싸서 주고 솔이네가 서울에 올라와 시골집에 안부인사전화를 하는 것으로 끝이납니다. 어느 가정이나 명절에는 이런 풍경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명절날의 추억을 곱씹게 해줄 예쁜 그림책입니다.

솔이의추석이야기, 추석그림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