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지금과 같은 수세식 화장실이 아니라 똥통이 아래에 있는 푸세식 화장실을 사용했는데요. 그래서 몸집이 작은 아이들은 발판 사이로 빠져 똥통에 빠지는 경우가 가끔씩 있었다고 합니다. 똥통에 빠지면 오래 살지 못한다는 속설이 있었기때문에 똥통에 빠지고 나면 똥떡을 만들어 뒷간에 놓고 빌고, 똥통에 빠진 아이는 자신의 나이만큼 똥떡을 먹고, 이웃과 함께 남은 똥떡을 나눠먹는 풍습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소금을 뿌리거나 팥을 뿌려 액막이를 하는 풍습과 비슷한 것이었죠. 또 옛부터 무엇이던 나누고 베푸는 우리나라의 풍습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예이기도 합니다.

 

이야기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똥떡에 얽힌 설화대로 주인공이 똥통에 빠지게 되어 엄마가 준호를 구해서 씻게 해주는데요. 할머니가 똥통에 들어간 액막이를 해야 한다며 똥떡을 만들어 귀신에게 준호가 오래 살게 해달라고 빌고 준호에게 나이만큼 떡을 먹게 합니다. 또 남은 똥떡은 이웃과 나눠 먹게 하는데요. 귀신이 먹었던 똥떡을 이웃과 나눠 먹으면 복이온다는 속설이 있다고 합니다.

 

 이야기도 자체도 재미있지만 한 장 한 장 그림을 뜯어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똥통에 빠진 준호를 건져내어 밖으로 나왔을때 마당에 있던 강아지의 표정까지 냄새때문에 찌뿌려지게 표현하는 등 소소한 부분까지 신경써서 그린 것 같습니다. 귀신의 모습도 무섭기 보다는 익살스러운 편에 가깝습니다. 이야기와 더불어 초가집 앞 마당에 고추를 널어 말리는 모습, 푸세식 화장실, 광주리와  무쇠솥, 아궁이가 있는 부엌의 모습까지 옛 시골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어 아이들에게 부모님, 할머니가 살던 삶을 보여주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똥떡

동구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얀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살던 동네에 아카시아 꽃이 필때면 그 진한 향이 바람을 타고 온 동네에 퍼졌는데요. 아카시아 파마를 읽고나니 목련꽃을 풍선처럼 불며 놀고, 사루비아꽃의 꿀을 먹고, 잎사귀가 달린 줄기를 꺾어 좋아한다, 싫어한다 점을 쳐보던 기억이며 봉숭아를 찧어 손톱에 얹고 물들이던 추억이 생각나네요.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엔 지금처럼 컴퓨터도 없고 핸드폰도 없어 고무줄놀이를하고 공기놀이를 하며 지냈는데요.

 

 1930년 파마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값이 비싼 탓에 젓가락이나 쇠꼬챙이로 파마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아카시아 줄기를 이용해 파마를 하기도 했구요. 아카시아 잎사귀를 모두 따낸 줄기로 머리카락을 말아올려 오래 두었다가 푸르면 파마를 한 것처럼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이 되어 아이들은 물론 여인들도 나들이를 갈때 아카시아 파마로 단장을 하기도 했답니다. 책의 뒷쪽에 보면 실제로 어린이 모델이 아카시아 줄기로 파마를 하는 과정이 나오는데요. 파마 약도 없이 곱슬곱슬하게 변신할 수 있다니 참 신기하네요. 만약 집 근처에 아카시아 나무가 있다면 아이들과 함께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아카시아는 아이들에게 여러모로 쓸모가 있던 나무인데요. 향긋한 아카시아 향도 일품이지만 꿀도 따서 먹을 수 있고 줄기로 파마도 할 수 있고 줄기의 잎을 하나씩 떼가며 점치는 놀이도 할 수 있었답니다.

 

이 책의 주인공 영남이는 작은 눈과 코, 주근깨 등 자신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아 엄마의 분도 발라보고 립스틱도 발라보다 마지막에는 젓가락을 불에 달궈 파마를 시도해보다 머리카락이 그만 타고 맙니다. 같은 동네에 살던 미희가 이런 영남이에게 아카시아 파마를 해주고 영남이 동생도 흉내를 내어 삽살개에게 아카시아 파마를 해주는 내용이랍니다.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 구조지만 어린이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신기함과 추억을 함께 선사할 수 있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아카시아, 아카시아파마

 길고 짧은 거는 대봐야 안다는 옛 속담이 있죠. 약하고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춘삼이네 장돌이가 동네에서 힘쎄기로 소문난 대장닭을 이기는 반전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비웃고 믿어주지 않더라 하더라도 자신이 키우는 장돌이를 믿고 열심히 연습하여 대장닭을 이기는 춘삼이를 통해 아이들도 포기하지 않고 끈기있게 노력해서 성공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이기고 나서 서로 다투지 않고 승패를 인정하고 사이 좋게 지내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선의의 경쟁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기겠다는 결의가 느껴지는 아이들의 표정과 싸움에 열중한 닭의 표정을 익살스럽게 그린 그림도 보는 재미를 더해주었는데요. 특히 닭의 깃털을 세세하게 표현하여 생동감있게 그린 그림 덕분에 실제로 닭싸움을 앞에 두고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서 주요 모티브가 되는 닭싸움은 우리나라 전통 놀이인데요. 김유정의 동백꽃에서도 등장했었죠. 닭싸움은 수탉끼리 싸움을 붙여 닭 주둥이가 먼저 땅에 닿거나 한쪽 닭이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면 진 것으로 승패를 결정짓습니다. 이 싸움을 위해 미꾸라지며  뱀 쥐등을 닭에게 먹이기도 하고 모이를 높이 매달아 목이 길어지고 다리에 힘이 붙는 특별훈련을 시키기도 했다니 얼마나 열성적으로 닭싸움에 관심을 쏟았을지 상상이 갑니다. 

 

 요즘에는 시골이 아니면 닭을 보기가 힘들죠. 하지만 예전에는 집집마다 닭을 키우는 곳들이 많아서 이런 놀이가 유행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컴퓨터 게임만 알고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이런 놀이와 풍습은 아주 신기하게 다가올텐데요. 다만 아이들이 단순히 싸움 그 자체를 재밌게 생각하여 생명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도록 부모님이 닭싸움이 일어났던 그 시대의 특수성과 동물끼리 서열을 정하는 방법에 대해 잘 설명해주는 것이 아이들의 이해를 돕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쌈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