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주인공 한창남의 별명은 비행사이다. 당시 조선의 하늘을 난 비행사의 이름이 안창남이어서 붙은 별명인데 별명처럼 그는 그리 잘나가는 인생은 아니다. 하지만 창남이는 기죽어 있는 성격이 아니라 친구들과 잘어울리며 유쾌한 성격이다. 글의 초반부에 창남이의 행색이 초라하게 그려지는데 가난해서 그럴 것이라는 짐작은 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창남의 숨겨진 사연이 드러나면서 단순히 돈이 없어서 초라한 행색을 하고다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마음이 짠했다. 처음에는 실없는 농담을 하고 속을 알 수 없는 아이라고 생각했지만 마지막에 숨겨진 사연을 알고나니 자신의 속내를 자세히 드러내지 않은 창남의 행동이 오히려 감동적이었다.
창남이의 숨겨진 사연이 드러나게 된 사건은 바로 만년샤쓰때문이었다. 원래 별명은 비행사였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창남은 만년샤쓰라는 별명을 새로 얻게 된다. 왜 책의 제목이 만년샤쓰일까 생각했는데 바로 이 사건때문에 책의 제목이 만년샤쓰로 정해진 것 같다. 추운 겨울날 체육선생님은 모두 윗옷을 벗으라는 명령을 내린다. 다른 아이들은 다 벗고 있는데 창남만이 벗지않고 머뭇거린다. 안에 구멍난 런닝이라도 입어서 그런걸까. 선생이 다가가 벗으라고 하자 만년샤쓰도 괜찮냐고 물어보는 창남. 만년샤쓰의 의미는 맨몸이었다. 왜 맨몸이냐는 선생의 물음에 없어서 못입었다는 창남. 그런 창남이 가엾게 보였는지 선생은 그를 용서해준다. 그리고 그의 용기를 칭찬한다. 다른 아이들같으면 친구들에게 들킬까봐 부끄러워서 학교에 아예 오지 못했을 수도 있는데 참 당당한 아이구나 싶었다. 한 편으로는 얼마나 가난해서 그럴까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옛날만 해도 형편이 다들 넉넉하지 못한 시대였기때문에 방정환 선생이 이 책을 썼던 시대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창남처럼 기워진 옷을 입거나 만년샤쓰를 입어야 했던 아이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만년샤쓰 사건에 그치지 않고 이번에는 양복저고리에 헤진 한복바지와 짚신을 신고 학교에 등교한 창남. 선생님도 왜 그런 차림으로 등교했나며 창남에게 물어보는데 그가 사는 마을에 불이났다는 대답을 듣게 된다. 하지만 그가 교복윗도리는 멀쩡하게 입었으면서 교복바지를 입지않고 한복바지를 입게 된것에 선생은 의아해했다. 불이났으면 한 벌이 다 타서 없어졌을텐데 왜 반만 저렇게 입고왔을까 생각했는데 역시 옷이 불에 타서 그렇게 입고 온 것이 아니었다.
불이나서 옷을 입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교복바지를 주고 추워하는 어머니에게 자신은 셔츠와 양말이 두개씩 있다고 거짓말하고 자신의 입을 것을 벗어주고왔기때문이다. 창남의 거짓말에 어머니가 속았다는 사실이 미심쩍어 선생은 의아해하는데 창남이 어머니의 사고이야기를 하자 모든 의문이 풀린다. 창남의 어머니는 맹인이었던 것이다. 어린나이에 자신의 불편함보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헤아려주는 창남의 마음때문인지, 창남의 슬픈 사연때문인지 교실안의 아이들과 선생님은 아무말도 못하고 훌쩍훌쩍울기만 한다. 일반적인 동화의 해피엔딩방식이 아니라서 그런지 더 기억에 남는 동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