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로드의 광고 카피는 위에서 보듯이 ’전세계를 사로잡은 인류 마지막 사랑’이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그 하단에는 ’아들을 지키기 위한 그의 사투가 시작된다!’ 라고 되어 있다.
과연 그럴까?
처음 시작은 그럴듯하다.
아들에게 가슴속의 불씨를 지키라고 말한다.
그런데 말이다.
이 아버지가 하는 행동이 영 모범이 되지 않는다.
아들을 지키겠다는 일념은 좋지만, 그 일념으로 벌이는 일들은 번번히 아들에게 나쁜 모습만 보이고 있다.
첫번째, 길을 가다 낯선 집에 들어서게 된다.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선 것도 문제지만, 뭐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 죽었으니 그럴만도 하다고 치자.
문제는 그 집에서 ’식량’으로 사로 잡혀 있는 한 무리의 사람을 발견한다.
그것을 본 아버지의 선택은?
그들을 도로 가두고 도망치기다.
그들이 ’저들이 우릴 잡아 먹을 거예요. 살려주세요."라고 울부짖지만, 아버지는 냉정히 그들을 외면한다.
도망치면서 그들이 갇혀있던 곳에 테이블로 빠져 나오지 못하게 막아 두는 것은 덤.
그리고 결국 그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아들과 무사히 도망칠 수 있게 된다.
하아.... 이 시점에서 이미 이 영화는 흥행을 포기한 것이 아닐까?
물론 100번 양보해서 그것이 현실적인 리얼리티라고 치자.
하지만 관객이 바라는 리얼리티는 아니다.
관객이 바라는 것은 그때 그 시점에서 그들을 구하고 그들과 힘을 합쳐 그 나쁜 사람들을 처단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감독은 아버지로 하여금 아들 앞에서 불쌍한 사람들을 외면하고, 그들에게 조금의 손도 내밀지 않을 것을 보인다. 그리고 그것이 아들을 위한 사랑이란다. ㅡㅡ
두번째, 드디어 아버지의 고향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들이 낯선 아이를 봤다고 소리친다.
아버지의 선택은?
아들의 말을 믿지 않고 환각증세에 빠진 것으로 치부하기.
이제껏 멸망한 세계이지만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도중에 만나왔다.
따라서 그런 대도시라면 살아 있는 사람이 한 사람쯤 있으리라는 것은 어쩌면 예상할 수도 있는 일이겠다.
그렇다면 아버지는 왜 아들의 말을 무시한 걸까?
아들을 정신병자로 본 것일까?
아니면 아들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괜스레 다른 아이를 떠맡을 지 모르는 짐을 지기 싫어서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그 아이조차 적일지 모른다는 무작정적인 피해망상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세가지 이유 어느것 하나 아버지로서 제대로된 자세는 아니다.
ㅡㅡ 한마디로 말하자면 막장 아버지다.
오히려 마지막 순간 아이에게 손을 내민 뒤따라 왔다던 그 가족들이 이 아버지가 말한 가슴속의 불꽃을 간직한 사람들처럼 보일 정도다.
그러니, 이쯤되면 나올 말은 한가지 밖에 없다.
"막가자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