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그림책을 보면 서양화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유화나 수채, 정물형식을 취하곤 한다.
간혹 특이한 그림체라 하더라도 수묵화적인 느낌을 내는 것이 고작이다.
이야기 속에 전통적인 색체를 담뿍 담은 그림책은 그리 많이 찾아 보기 힘들다.
그것이 설혹 전래 동화를 주 소재로 한 그림책이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여기 무척 독특하고 흥미로운 그림책이 있다.
독특하다는 것은 풍속화를 그림으로 사용했다는 것이고
흥미롭다는 것은 그러면서 이야기 구성에 짜임이 있고 구수하다는 것 때문이다.
그리 오래전 일도 아닌, 불과 몇십년 전, 우리가 추억 속에서 기억하고 있는 시골마을의 풍경 같은
그래서 마치 빛 바랜 사진첩에서 방금 튀어 나온 듯한 그런 우리의 옛 모습이 담뿍 담겨져 있다.
그리고 그런 향수를 더욱 불러 일으키는 것은
풍속 이야기화 속 중간에 나오는 우리에게 친숙한 동요들과
우리가 어렸을 적 누구나 한번쯤 해 보았음직한 놀이 때문일런지도 모른다.
그림이 그래서 일까?
그림과 함께 어우러져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는
소박함과 흥겨움. 그러면서도 아쉬움, 연민들같은
우리에게 친숙한 정서들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나 이 책 중간에 나오는 장날 그림은 이 책의 백미라고 봐도 좋다.
화폭으로 세어봐도 여러 폭을 연이어 붙여야 했을 정도로 방대하고 넓고, 그러면서도 세세한 그림은
마치 동화책 '윌리를 찾아서'와 같은 흥취를 느끼면서도 그것과는 달리 번잡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장날에 집중했다는 것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무엇이 좋을까?
진한 향수가 가득 담겨져 있는 책.
그래 그것으로 이 책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