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 읽기 시작했다.
먼저 감상을 총평하자면, 손 발이 오그라든달까?
사건의 시작은 이렇다.
지극히 보통 사람적이고 평범한 오빠인 '나'에 비해 여동생은
미모는 연예인이나 모델 뺨치게 출중하고, 공부 또한 현에서도 수위를 차지하고 있고, 운동 또한 대회에 출전할 정도인
이른바 '엄친딸'이다.
그러다 보니 '나'와 여동생의 관계는 일반 가정에서 보는 남매지간보다 조금 더 심하다.
동생이 오빠를 보는 시선은 거의 '혐오동물'을 보는 급.
그렇게 서로 관심없고 지극히 일상적인 냉랭함이 오가는 어느날
오빠인 '나'는 현관에서 전혀 뜻밖의 물건을 발견한다.
초딩틱한 에니메이션 CD 케이스 안에 들어 있는 R18금 게임 '오빠와~'
대번에 위기를 느낀 '나'는 그것을 재빨리 숨겨 방으로 가져 온다. 그리고 과연 이 '정체불명의 괴이쩍고 수상한'  물건의 주인이 누굴까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그 CD의 주인공이 바로 여동생이라는 것이 드러난 순간 
두 남매의 일상은 이전과 달리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어찌보면 이른바 '오타쿠'들이 동인지에서 자주 써먹는 아주 평범한 스토리 중 하나다.
하지만 저자는 그 평범한 스토리를 가지고 18금과 전연령층의 경계를 위태위태하게 오가며
읽는 독자에게는 묘한 기대감과 아울러 깊은 좌절을 동시에 안기기도 한다.
현재 일본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오타쿠'에 대한 시선에 어쩌면 정면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제발, 좋아하는 것은 좋아하게 놔두라고! 사회적인 모습의 나도 나고, 이런 것을 좋아하는 나도 나란 말이야!"
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어쩌면 저자의 본심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저자는 겉으로는 잘나가지만 속으로는  '오타쿠'인 동생을 오빠의 입장(지극히 일반인)에서 감싸주고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것이 실제와는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 그래서 소설일 수 밖에 없겠지만.
어쨌건 일본에서의 오타쿠에 대한 시각과 그들의 활동에 대해서 보는 것도 재미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이 글에서는 오빠와 여동생의 관계에 대해 일반적인 관계에 비해 10배 정도는 증폭시킨 듯한 과장을 보인다.
동생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동생 말이라면 결국 들어주는,
그럼에도 다른 여자들 앞에서는 무척 당당한
그런 모든 여동생의 드림을 보여주고 있다.

파피루스에서 나온 이 책은 전형적인 퓨전 공식을 따르고 있다.
독특한 것은 주인공 크리스가 농노에서 시작한다는 점, 그리고 그 신분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공의 지위까지 올라갔다는 점이다.
전체적인 구상은 적절하며, 또한 짜임새 또한 적절하다.
이야기도 흥미있게 잘 이끌어나가는 편이다.
다만 몇 가지 옥의 티를 잡자면, 아직 문체가 덜 익었다는 것일 거다.
중간 중간 읽히는 문장보단 읽히지 않고 건너뛰는 문장들이 더러 눈에 보인다.
그리고 반복되는 어구들 ’전우’란 단어가 조금은 눈에 거슬리기도 하다.
아마도 그것을 주제로 내세운 듯 하지만 조금 약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한 댄디의 어투 "남자~"도 조금은 거슬린다.
제일 거슬리는 부분은 5권-6권 넘어가는 부분이다.
자주 설정을 바꾼다.
전장의 현실에 따라 병력 운용을 바꾸는 것은 어찌보면 현실적이고 타당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글의 구성에 불안감을 느끼게 하고 불신이 들게 만든다.
현실적이지만, 소설적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것은 마무리다.
쭉 달려왔던 것을 몇 페이지로 마무리하다 보니 조금은 체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마무리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 정도면 괜찮은 마무리라 할 수 있다. 다만 아쉽다는 것 뿐이다.
아마도 허락된 권수가 좀 더 많았다면 보다 충실히 마무리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몇가지 문제를 뺀다면 읽을 만하고, 또 장래성이 돋보인다 말할 수 있다.
부디 다음엔 좀 더 나은 차기작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그 차기작은 저자의 욕심대로 맘껏 원없이 쓸 수 있는 글이기 원하며
동시에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글이 되길 또한 기대한다.

북피니언의 첫글.
사실 북피니언을 알지 못했다.
우연히 독서의 달인 이벤트를 클릭하기 전까지는.
그리고 책 욕심에 독서의 달인 이벤트를 누르고,
본의 아니게 이 블로그가 생성되었을 때,
썩 마음에 들어하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이곳 전에 이글루나, 다음, 네이버에서도 블로그를 만들어 봤었지만
조금 하다 지쳐 이내 그만두곤 했다.
(대체 내가 뭘 알아야지.
난 꺽쇠(<) 놓고 태그도 모른단 말이다!)

그러나 이곳은 정감이 간다.
초보자의 편의를 배려한 공간도 그렇지만,
너무 지저분하지도 않고, 너무 튀지도 않는다.
또한 사람은 자신의 글이 잘 알려지기를 희망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글이 너무 알려지면 부담을 갖기도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여러가지 면에서 볼 때, 
이 북피니언은 내게 딱 맞는 공간인 것 같다.
이곳에 어떤 글이 채워질지 모르겠지만,
보다 풍부한 책들로 가득 채워지길 소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