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의 단편소설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이룬다.

이 단편소설들은 자신의 분신을 창조하는 이야기 같다.

퀴르발남작

어린아이를 잡아먹는 퀴르발 남작

그는 미워하거나 두려워 하는 사람의 얼굴로 꿈에 나타난다.

결국 자신과 닮아가는 퀴르발 남작

과거와 미래, 장소를 넘나들며 퀴르발 남작은 사라지고 배우들의 분량 싸움과 갑작스런 이념전쟁으로변질된다.

글을 쓰다보니 남작의 얼굴이 이번엔 점점 내 얼굴로 바뀌는 거야. 그럴수밖에. 남작은 그동안 내가 회피하고 싶었던 감정의 찌꺼기들만 먹고 자랐으니, 어쩌면 나보다 더 나 같겠지. 나보다 더.....

셜록 홈즈의 숨겨진 사건

코난도일의 살인사건을 셜록이 추리한다는 아이러니한 설정이다.

셜록을 되살리고 싶지 않았던 코난 도일은 죽음과 함께 그에게 문제를 남긴다.

피조물이 점점 현실의 신화가 되어갈수록 창조주는 모든 가능성을 거세당한 채 신전 한구석의 석상으로 굳어간다.

그녀의 매듭

그때, 나는 어떻게 했을까?

​선택한 기억들로 삶을 재단하는 차화연

그림자 박제

대낮에 멍키스패너로 사람의 머리를 때린 그. 그에게는 다른 인격들이 있다. 톰과 제리 그리고 상상친구 우빈. 기러기 아빠로 외로운 생활을 하던 그는 톰이라는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인격을 만들어낸다. 이후 제리가 나타나고 자신이 완전히 통제할수 있을꺼라 믿었던 인격들에 지배당하게 된다.

동전이 어느새 톰의 손으로 넘어간 것 같더군요. 그저 돈을 벌고 의례적인 사회생활이 필요할 때에만 동전을 던져 나를 불러내는 게 아닌가.....

​마녀의 스테레오타입에 대한 고찰-휘뚜루마뚜루 세계사1

300년 마녀사냥과 과거 마녀의 의미 그리고 인간과 마녀의 사이가 벌어지게 된 사유에 대해 기사를 쓰는 것처럼 인터뷰까지 떡하니 실어낸다. 희생양으로 마녀를 창조한 사람들.....

정작 마술은 자기들이 부리더군. "마녀다!" 소리치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하면 사람이 숯덩이로 변하는데 대단한 마술이지 뭐야.

....마리아, 그런데 말이야

할 말 없어 어색하고 멀뚱멀뚱 할때 어색함을 풀수 있는 주문 마리아.

수연은 성민과의 어색한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마리아를 창조한다.

마리아는 한사람이 아닌 이사람 저사람을 섞어 놓은 프랑켄슈타인 같다.

괴물을 위한 변명

프랑켄슈타인을 재창조한 이야기다.

어째서 이름을 갖지 못한 지성있는 괴물이 이름을 가진 벙어리 바보 괴물이 되었는지....

프랑켄슈타인박사는 왜 그를 창조했을까 하나의 시체가 아닌 여러 시체를 바느질해서

그리고 프랑켄슈타인박사의 은밀한 취향과 괴물의 존재유무까지

프랑켄슈타인을 지은 작가가 본다면 한대 맞지 않을까?

쉬! 당신이 책장을 덮은 후.....

머리와 성기가 빠진 19개의 조각난 시체를 등장인물들이 발견한다.

등장인물들은 난장을 피워가며 자신의 방식대로 추리를 하기도 하고 주인공이 되겠다 싸우기도 한다.

각자 위치로. 서둘러, 누군가 책장을 연다!

작가의 창조에 대한 고통이 느껴진다.

허구를 만들어내고 허구에 잠식당하기도 하고 통제하지 못하기도 하고 이야기 맞지 않는 덩어리들을 억지로 붙여도 보는 이리써보고 저리 써보는 작가의 패기가 느껴지는 작품이였다.

마지막 퀴르발 남작의 각자 위치로. 서둘러, 누군가 책장을 연다! 라는 말과 함께 끝이 나는데 각자 위치로 정렬되어진 소설이 보고 싶어졌다.

은교는 그림자를 따라 숲으로 간다.

그런 은교를 따라온 무재..... 

그림자 같은 건 따라가지 마세요.

소위 힘든 사람에게 그늘이 졌다고 말하곤 한다.

이 책에서의 그림자는 슬픔과 불길한 기운을 느끼면 짙어지고 심지어 일어나기까지 한다.

그림자가 일어난 사람들은 그런 그림자를 밀어내면서도 따라가고 싶은 욕망을 느끼기도 하고 따라가기도 한다.

이 책의 인물들은 그림자가 일어난 적이 있거나 일어나 있는 사람들 또는 그림자에게 주위 사람을 빼앗긴 사람들이다. 그들의 그림자가 일어난 이유는 다양한데 빚보증에 허덕이던 무재의 아버지, 아버지의 처참한 죽음을 목격한 유곤, 사랑하는 자식에게 헌신하고도 무시당하는 가장, 아버지의 빚을 되물림 받은 무재, 따돌림을 당하다 고등하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는 은교,

그리고 철거될 전자상가에서 갈곳 없는 사람들....

너무나 힘들어서 벼랑끝에 몰려 있는 사람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사람들...

그들을 하나로 규정지어 버리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각자의 그림자를 짊어지고 가는 사람들....

은교와 무재는 과거에도 캄캄한 길을 걸어왔고 앞길 또한 밝지 않다.

어둠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과 떨림을 보면 그들이 서로를 만남으로 인해 더이상 그림자를 무서워하지 않고 어두운 길을 함께 헤쳐나가길 응원하게 된다.

그럼에도 사랑과 떨림 만으로는 그림자를 이길 수 없기에 서글프다.

가마가 말이죠...  전부 다르게 생겼데요.

그런데도 그걸 전부 가마, 라고 부르니까, 편리하기는 해도, 가마의 처지로 보자면 상당한 폭력이죠.

차라리, 라고 생각했다. 어두운 것이 되면 이미 어두우니까, 어두운 것을 어둡다고 생각하거나, 무섭다고 생각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

이참에, 라고 생각하며 눈을 뜨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오래되어서 귀한 것을 오래되었다고 모두 버리지는 않을까.

언제고 밀어 버려야 할 구역인데, 누군가의 생계나 생활계, 라고 말하면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아지니까, 슬럼, 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해 버리는 것이 아닐까.

달려온 방향과 가야 할 방향이 모두 어둠에 잠겨 있었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문두스, 파피루스로 불리는 교수 그레고리우스.

그는 새로운 것을 좋아하지 않고 틀에 박힌 일상속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오랫동안 일탈이라고는 하지 않던 그가 모든 일을 제쳐두고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탄다.

그를 흔든 책의 저자인 프라두를 만나기 위해.....

저자는 이미 죽었기에 만날수 없었지만 주변인물들을 만나면서 그에 대해 알게 된다.

선생님들을 긴장시킬 정도로 영리했던 학생.

리스본의 인간백정이라 불리던 멩지스의 목숨을 살리고 비난받았던 의사.

그 죄책감으로 하게된 저항운동가.....

원하는 것을 쟁취했을 것 같은 격정적이고 모험적인 삶을 살았을 것 같은 이상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극심하게 소심했고 남들의 눈에 신경쓰며 인정받길 바라던 여린 사람이다.

다른이가 본 자신과 자신이 본 자신, 그리고 이상향의 자신과 현실안의 자신의 간극을 괴로워했다.

자신에게 내려진 무거운 역할들과 기대에 숨이 가뻤고 다른이의 질책에는 크게 상처받았다.

그런 그에게 위로가 되어준 마리아 주앙.

그녀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그를 잘 알거라 생각됐던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인생안에 들어갈수는 없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때는 좀 슬프기도 했다.

선망의 대상인 프라두의 관심에 함께 삶을 살아갈수 있을거란 기대를 했을 그녀와 그를 바라만 봐야 했던 그녀의 모습이 대비되어서일까?

그에게는 에스테파니아라는 사랑하는 비밀스러운 여인이 있었다. 친구 조르지가 사랑한 여인

아름답고 기억력이 좋아 조직의 모든것을 머리에 기록하는 여인

하지만 그녀는 프라두를 사랑했다. 그 둘의 잘못은 늦게 만났다는 것....

프라두는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감출수 없었던 사랑에 질투를 느껴서인지 조르지는 에스테파니아를 죽이려는 계획을 세우고 프라두는 그녀를 외국으로 가는 것을 돕는다. 외국으로 가는 도중 프라두는 그녀에게 집착하는데 그녀를 사랑하고 생각을 알고 싶어하고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한다. 그는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떠나자 하지만 그녀는 그의 집착이 자신을 향한 사랑이 아닌 것을 알고는 그와 함께하지 않는다.

프라두는 남들이 원하는 삶을 살았지만 다른이의 결정이나 시선에 갇혀 원하는 삶은 살지 못했다.

그러기에 사람들의 시선이 없는 그녀와 둘만의 공간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레고리우스가 프라두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자신을 찾아갔듯이 나 또한 내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내가 사는 삶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 생각되고 다시 시작하고 싶지만 다른 사람의 눈이 무서워서 또는 이렇게 하는 것은 나답지 않으니까 라는 제한을 해왔던 것은 아닐까?

책 속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이름이 많이 나오는데 불안에서 봤던 그의 말이 생각나곤 했다.

"칭찬을 받으면 더 나아지는가? 에메랄드가 칭찬을 받지 못한다고 더 나빠진다더냐? 금, 상아, 작은 꽃 한 송이는 어떤가?"

요즘 다른이의 시선에 너무 신경쓰지말라는 책 위주로 읽다보니 너무 신경안쓰는 거 같아서 좀 걱정되긴 하지만 확실히 정신건강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게으름뱅이는 죽음과 마주한 모험가요 성급이라는 명령과 싸우는 십자군이므로. 언제 어디든 누구에게든 시간이 한없이 많다면 시간을 낭비하면서 얻는 기쁨이 설 자리가 어디에 있으랴?

이따금 나는 인간의 약점보다 '생각 없음'이 더 많은 잔인함을 초래한다고 생각한다.

'경멸에서 오는 외로움' 프라두가 생의 마지막에 골몰하던 주제였다. 우리가 타인의 존경과 관심에 의지하고, 그것에 종속되어 있다는 사실...... 그가 걸어온 길은 얼마나 멀었던가!

분노라는 들끓는 독. 타인 때문에-그들의 뻔뻔함과 부당함,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태도-우리가 화를 낸다면 우리는 그들의 권력 아래에 놓인 것이다.

타인을 자기 삶의 건축용 석재로, 자기 구원의 경주를 위한 일벌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유치함은 모든 감옥 가운데 가장 악질적이다. 창살은 단순하고 비현실적인 감정으로 도금되어 있어, 사람들은 이를 궁전의 기둥으로 착각한다.

기억은 과거를 고르고, 조절하고, 수정하고 속일 것이다. 기억 말고는 다른 근거가 없으므로, 누락과 비틀기와 거짓을 나중에 인식할 수 없다는 점이 소름 끼쳤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공포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