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6월 16일 새벽, <뉴스 앤 쿠리어>의 신문더미를 실은 레오는 찰스턴 곳곳을 향해 자전거 폐달을 힘껏 밟는다. 하루의 시작을 준비하는 찰스턴 사람들의 모습, 정원에서부터 풍기는 올리브와 재스민의 향, 베이컨과 커피 내음, 바다 바람과 애슐리 강의 냄새. 레오가 지닌 모든 감각을 통해 찰스턴의 모습은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펼쳐지고 베를린 양복점에 신문을 안착시킨 후 그의 자전거에서 함께 내려와 거친 숨을 몰아쉬었을 때 느낄 수 있었다. 레오와 함께 달린 이 짧은 순간에 이미 찰스턴을 사랑하게 되었음을.
찰스턴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없는 나에게, 그 누구보다도 완벽하게 그곳을 묘사했다는 확신을 들게 하는 작가, 팻 콘로이. 낯선 이름이었지만 그와 이 책에 대한 평단의 반응은 가슴을 뜨거워지게 하는 감수성 풍부한 책을 찾고 있었던 이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모자람이 없었다.너무나 달콤하고 매혹적으로, 한 소년이 자신이 사는 도시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시선으로 그려내는 아름다운 찰스턴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되는 <사우스 브로드>. 팻 콘로이가 페이지마다 풀어 놓은 그 놀랍도록 눈부신 이야기는 초반부터 나의 가슴을 뛰게 하였다.
그 존재만으로 너무나 아름다웠던 형, 스티브의 죽음으로 어둠 속에 갇혀버린 레오. 그가 마침내 그 어둠에서 빠져나오기로 결심하고 노력하던 6월 16일, 블룸스데이를 기점으로 모든 일은 시작되었다. 고아원에 새로 들어온 남매, 앞 집에 이사온 쌍둥이, 찰스턴 상류층 자제들, 새로 부임한 흑인 풋볼 코치의 아들 아이크와의 만남은 구원을 절실히 원하던 레오를 그가 갈망하던 평범한 삶으로 이끌었다. 인종, 계층, 종교, 마약, 성정체성 등의 문제에 있어 모든이들이 평등하게 대우 받을 수 없었던 미국 남부 찰스턴에, 이 문제들에 있어 한 명도 자유롭지 않은 사람들의 관계가 맺어졌다. 나름의 상처를 가진 그들은 레오를 통해 연결되었고 서로를 신뢰하고 의지하고 각자의 방식대로 끈끈한 우정을 나누었으며. 갈등하고 융합하면서 성장해 나아갔고 그 사이에 찰스턴에 대한 그들의 사랑은 깊어져 갔으며 그들은 찰스턴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나 시간은 그들을 변화시켰다. 몇몇은 찰스턴에 남아 있지만 그렇다고해서 예전과 같은 모습은 아니다. 몇몇은 찰스턴을 떠났지만 그렇다고 예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은 아니다. 몇몇은 사라졌지만 잊혀진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상처와 두려움, 갈등, 비극, 진짜 폭풍, 그리고 가슴 아픈 비밀이 그들과 그들의 찰스턴을 변화시키고 흔들었지만 또 한 번의 성장통과 감정의 정화는 인생에 대해 더 폭 넒은 포용력을 보여주며 끝을 맺는다.
팻 콘로이는 나를 완벽하게 레오의 삶에 빠져들게 하였다. 그들의 젊음과 패기에 가슴을 터질듯하게 하였고, 애정 넘치는 농담에 웃음 짓게 하였고, 아슬아슬한 사랑으로 가슴 졸이게 했으며, 상처와 절망감에 한숨 짓게 하였고, 충격적인 비밀에 얼어 붙게 하였다. 그들이 움직일때마다 배경이 되는 찰스턴의 모습은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을 만큼 말랑말랑하고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었고 어쩌면 찰스턴이라는 도시에서 나 또한 한층 성장하고 평온함을 얻게 될 지도 모른다는 꿈에 사로잡혔다.
레오의 말처럼, 팻 콘레이의 말처럼, 인생에서는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 저마다 받아들이기 버거운 일들이 있지만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툭툭 무심하게 털고 일어나는 것이 인생임을 보여주는 <사우스 브로드>. 스스로 더 단단해질 의지가 있고, 괴로움의 짐을 나눠 짊어줄 친구들이 있고, 언제나 그를 담담하게 감싸줄 사랑스러운 도시에 살고 있는 레오가 한없이 부러워지는 아름답고도 아름다운 <사우스 브로드>. 훌륭하다는 말로는 모자란 팻 콘로이와 <사우스 브로드>를 알게 된 것은 최근 내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어떤 일 중 가장 행복하고 가슴 벅찬 일이였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