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감상 포인트 하나! 답장의 내용은 보여지지 않은 채, 99% 한 사람의 편지만 보여지지만 등장하는 모든 이들의 성격, 생활, 근황을 알 수 있다. 둘! 주인공, 모리타 이치로를 가운데에 둔, 등장 인물들의 관계도는 깜찍한 반전이 될 것이다. 셋! 서신왕래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주인공의 말투와 태도 변화, 그리고 같은 경험담과 생활담이라도 똑같이 쓰이는 법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자. 넷! 주인공의 짝사랑의 대상을 향한 실패서간집은 하이라이트 부분이기도 하지만 꽤나 교훈적이다. 다섯! 주인공을 제외한 등장 인물들 사이에 왕래된 편지 감상도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여섯! 서로의 말, 표현법, 생활 및 추억 에피소드를 인용하여 제 3자와의 서신왕래시 이용하는 부분을 찾아보자. 일곱, 작가의 이름과 직업이 같은 인물을 보며 실제 작가를 상상해 보는 것도 즐거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각각의 편지 마지막, 발신인과 수신인을 꾸미는 문구가 소소한 재미를 더해 줄 것이다.

괴짜’라는 단어가 붙기는 했지만 연애소설이라는 장르이면서도 직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여자 주인공이 없는 <연애편지의 기술>. 특히 마지막 주인공의 편지는 그 답을 알 수 없어 결과가 궁금하긴 하지만, 이 점이 이 책의 담백하고 신선한 매력을 돋보이게 한다. 비록 그의 사랑이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하더라도 서로의 마음을 연결시켜주는 서신왕래의 즐거움과 편지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연애편지의 최고기술을 터득한 멋진 사람이 되었으니 모리타 이치로는 잃을 것이 없으리라!

’척’하지 말고,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 처음 만나지만 자신의 존재감과 필력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젊은 작가, 모리미 도미히코는 웃음 넘치는 이야기를 통해 웃음기 없이 진지하고 중요한 편지의 기술, 사랑의 기술, 사람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기술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어떤 편지가 좋은 편지일까. 그렇게 하여 풍선에 매달아 하늘로 띄우는 편지야말로 궁극의 편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해야 할 용건 따위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그냥 무심하게 상대와 연결이 되고 있는 단어만이 둥실 허공에 떠있는….(중략)…우리는 좀 더 아무렇지도 않은, 아무래도 좋은, 아무것도 아닌 편지를 많이 써야 합니다…(중략)… 신사숙녀 여러분, 의미도 없이 편지를 쓰시라!(본문 380p)

친구 생일 카드를 쓰다가 답답한 마음을 환기시키고자 읽은 <연애편지의 기술>. 모리타 이치로가 장장 6개월에 걸쳐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실험한 결과, 그리고 그 결과를 종합해 얻은 기술법을 따르기로 결심해, 못난 글씨와 횡설수설 떠들어댄 내용의 마음에 들지 않는 카드를 그대로 봉투에 넣고 겉을 봉했다. 아무래도 좋다. 아무것도 아니어도 좋다. 어설프지만 자연스럽고 솔직한 이 카드는 분명 친구에게 나의 소중한 우정을 향한 감사한 마음, 그녀의 특별한 날을 축하하는 마음을 가감 없이 보여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문득 예쁜 편지지가 갖고 싶어지게 하는 <연애편지의 기술>. 여러분도 서신왕래 무사수행과 함께 세계 평화를 위한 노력을 해 보시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