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한국전쟁으로 군인과 민간인을 더해 100만 명 이상이 부상당하거나 실종되거나 사망했고, 전쟁 고아가 10만 명 이상 발생했다. 전쟁이 끝난 후 수많은 전쟁 고아들이 외국으로 입양되었다. 1955년 세워진 홀트아동복지회가 입양과 후원으로 유명하다. 언제부턴가 고아가 감소해서 더는 외국으로 입양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얼핏 들은 적이 있지만, 지금도 베이비 박스로 들어오거나 유기되는 아이도 가끔 있는 모양이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며 살 수 있는 여건이나 복지 수준이 구비되지 않아서일 것이다.

<일곱 번째 아이 1, 2>(2016, 에리크 발뢰 지음, 현대문학 펴냄)는 이런 고아와 입양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시간적 배경은 1961년부터이고, 공간적 배경은 덴마크다. 1960년대의 덴마크는 성 해방이 시작되어 자유로운 관계가 가능했지만 임신 중절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그래서 원치 않게 생겨난 생명들이 병원에서, 집에서 고아원으로 보내졌고, 그 아이들은 고아원에서 머물다가 다른 가정으로 입양되었다. 그렇게 '누가 원한 적도 없고, 아무런 기대도 받지 못한 채로 이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은 덴마크에서 가장 큰 고아원인 콩슬룬에서 사감인 마그나가 보호하는 아래 자라났고 입양되었다.

그중에서도 파란색으로 칠한 코끼리가 2,973마리 그려진 '코끼리 방'에 함께 있었던 일곱 아이들, 여자아이 두 명과 남자아이 다섯 명은 1년이 되기 전에 입양되어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자라났고, 수십 년이 지나 덴마크의 정치가, 변호사, TV 기자, 고아원 사감 등 여러 방면에서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이들을 소환하는 사건이 생기니, 신문사와 국무부, 그리고 코끼리 방 출신 앞으로 '욘 비에르스트란'이라는 아이의 이름이 적힌 출생증명서가 도착한 것. 이 사람은 지금 어떤 이름으로 어떻게 살고 있으며, 출생의 비밀은 무엇일까?

저자는 복합 기형을 안고 태어난 마리라는 여자를 통해, 코끼리 방에 있었던 아이들을 하나하나 추적한다. 국무부 장관의 비서실장인 오를라 베른첸, 인권 변호사인 쇠렌 세베린 닐센, 뜨고 있는 TV의 기자이자 아나운서인 페터 트뢰스트, 방송에도 종종 나오는 천문학자인 아스거 크리스토퍼센, 사진 기자인 닐스 얀센, 마그나의 뒤를 이어 콩슬룬의 사감이 된 수사네 잉에만, 그리고 화자인 마리 라데고르. 이들의 행적을 좇으면서 입양아가 사는 세계, 덴마크의 사회와 정치와 문화, 인류 보편적인 사회와 정치와 문화를 본다. 그리고 우연과 협잡과 고통까지도.

이 책은 유난히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았다. 시간과 공간과 인물이 넘나들며 큰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그리고 누구 하나 편안하게 살지 못하고 결핍과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었다. 난민을 거부하는 유럽의 현실도, 도청과 감청을 용인한 테러방지법의 위험도, 미디어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작은 문제가 아니었다. 묵직한 이야기들이 담긴 이 북유럽의 소설은 삶과 죽음의 아이러니를 보여주었다.

신문을 보아도, 인터넷 기사를 보아도 상식이 토막토막 들어올 뿐, 전체적으로 연결해서 맥락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당 테마를 다룬 책을 찾아 읽기는 시간과 노력이 부담스럽다. 그래서 <막귀도 알아듣는 시사상식>(2016, 김초롱, 박명석, 정새미나 지음, 시드페이퍼 펴냄)이 내게 딱 도움이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와 세계를 생생하게 알려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의미가 있다.

저자들은 아나운서가 되려고 준비하는 이들이고, 면접 스터디를 하는 김에 팟캐스트를 만들어 방송하고 있단다. 스스로 정리해서 공부하면서 다른 취업 준비생들의 면접도 도와주는 이 이타적인 팟캐스트가 책으로 묶였다. 상경학, 법학, 행정학, 산업디자인, 경영학 등 전공이 다양하고 포부와 희망도 양호하다.

책은 우리나라, 경제, 법, 세계라는 네 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되며, 각 장에 일곱 꼭지씩 이야기를 들려준다. 1장 '한반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는 작년 말 졸속 협상으로 논란이 된 한일 위안부 협상으로 시작해서 일본의 강제 징용,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사드 배치, 북한 핵 실험, 방위산업체 비리, 메르스 공포를 담았다. 모두들 우리나라를 들썩거리게 한 대형 이슈이면서,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다. 그중에서 우리나라 근대사를 억압한 일본의 영향이 강제 징용과 위안부라는 두 가지 상처로 남아 있고, 북한 관련해서는 사드와 핵 실험으로 위험성을 더한다. 북한의 위협은 갈수록 더해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중국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북한에 대한 대응이 달라져서 두렵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 기름을 끼얹는 것이 방위산업체의 비리이니, 공무원에게 정의와 신의를 기대할 수 없어 보인다.

2장 경제 편에서는 핀테크, 가계부채, 금리, 통합, 중국 등을 담았고, 3장 법 편에서는 국회법 개정안, 간통죄, 성매매 특별법, 공무원 연금법, 김영란 법 등 최근 개정되거나 판정된 법들의 의미와 의의를 설명한다. 마지막 세계 편은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대통령 선거 예상, 이란과 그리스, IS, 유럽 난민에 이어 기후 변화 협약을 담았다.

'시사 상식'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우선 각 꼭지의 주제에 맞는 질문을 제시한 다음 폭넓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2장의 가계부채 1,300조 원 편을 보자. 저자들은 가계부채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고, 왜 시한폭탄이 되는지 예를 들어 설명한다. 그런 다음 2015년 대한민국의 GDP 중 가계부채가 84%를 차지하고, 가처분소득에 대한 가계부채가 164%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심각성을 환기하고, 2015년에 가계부채가 갑자기 증가한 이유로 국가의 정책을 든다.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새삼스럽게 인지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의 특징은 '논술 & 면접 대비 논점 잡기' 코너다. 본문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연관 검색어까지 제시한 다음, 면접관이 되어 면접 질문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면 저자 세 명이 각자의 관점으로 답안을 제공한다. 세 가지를 비교하고 그중에서 자신의 성향과 맞는 답을 골라 발전시킬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책을 읽으면서 관련 지식들을 많이 얻었고 새로운 키워드도 자세한 뜻과 함께 배웠다. 이제는 이것을 바탕으로 지식과 상식을 키울 차례다.

사람은 누구나 싱글로 태어나서 싱글로 죽는다. 지금 옆에 짝이 있든 없든 누구나 결국은 싱글이다. 너무 불교적인 개념인가. <싱글로 산다>(2016, 리즈 투칠로 지음, 미메시스 펴냄)는 지금 사랑하고 함께할 짝이 없는 사람들, 특히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세워, 서양 여자 사람 싱글이 살아가는 방법을 펼쳐놓는다.

이 책은 겉모습부터 특이하다. 일반적인 책보다 작은 크기에 상당히 두툼해서 사전 같은 느낌이다. 작은 글씨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서, 큰 책으로 만들어졌더라도 지금처럼 600페이지가 넘었을 것이다. 큰 책으로 600페이지 이상이라면 전문 서적 같아서 펴기도 전에 질릴 텐데, 작은 크기로 만드니 스타일리시해 보이고 부담이 적다.

저자는 <섹스 앤 더 시티>의 작가였고,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도 썼으며 영화감독으로도 활동 중이다. 작품들에서 사랑 전문, 여성 전문이라는 것이 팍팍 전달된다. 패션과 사랑을 선도한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들을 좀 더 현실적인 버전으로 만든 것이 <싱글로 산다>라고 해도 될까.

<싱글로 산다>는 뉴욕에서 큰 출판사의 홍보 담당자로 일하는 줄리가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러나 전적인 1인칭 시점은 아니고, 그의 친구들 여럿이 함께 등장해서 저마다의 시점과 내면으로 다양한 국면의 싱글 이야기를 다양하게 들려준다. 남편이 브라질 댄서와 사랑에 빠져 이혼하게 된 조지아, 5년간 사귄 남자 친구에게 차인 후 변호사 일을 그만두고 남편감 구하기에 전념하기로 한 앨리스, 사랑하다 헤어지면 극심한 우울에 빠지는 루비, 채식을 하고 밖에서 사람 만나는 것을 꺼리며 4년간 남자 한 번 안 만난 세리나. '밤에 친구들과 놀러 나갈 때마다 내 일생의 짝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계속 가졌다. 그런 일을 일주일에 두세 번 지속적으로, 세상에, 15년이나 해왔다'(29쪽)는 것은 그야말로 처절하다. 화려함 뒤에 속한 절박함이 줄리를 세상 이곳저곳으로 돌린다.

삶에서 사랑에서 자유로운 프랑스의 자유 결혼, 사랑에 목숨 거는 듯한 이탈리아, 사랑해서 결혼했어도 매춘이 보편화된 브라질, 남자가 우선권을 가진 호주, 출산의 자유가 없는 중국, 중매 결혼의 전형인 인도, 싱글 맘이 당당하게 살아가는 아이슬란드 등 세상에는 많은 여성들이 다양한 단계의 싱글로 살고 있었다. 중간중간 줄리와 친구들의 연애사를 곁들이면서 미국 여성의 사랑의 여러 단계를 보여준다.

짝이 없어도 혼자서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새삼 느꼈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짝을 찾아 헤매는 몸부림이 얼마나 외로워 보이던지. 나이와 별점과 섹스와 성향이 맞는 남자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친구와도 가족과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