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시선으로 보는가에 따라, 같은 상황도 다르게 보인다는 뜻이겠다. 부자가 되려면 이미 부자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말도 이와 통하는지 모르겠다. 세상을 보는 관점을 가리키는 '프레임'은 우리의 인생을 바꿀 만큼 크고 중요한 개념이다.

<프레임>(2016, 최인철 지음, 21세기북스 펴냄)은 2007년 펴냈던 책의 개정판이다. 초판에 비해 1장이 보강되고 5장, 6장이 추가되었단다. 1장에서는 프레임이라는 개념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고, 5장은 '인간의 행동을 보는 새로운 프레임'을 설명하며, 6장은 지금껏 가볍게 생각했던 '나'의 영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프레임이라는 개념을 얼마 전에야 알게 되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나갔다.

저자는 프레임을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으로 요약한다. 철학적 정의는 '사람의 지각과 생각은 항상 어떤 맥락, 어떤 관점 혹은 일련의 평가 기준이나 가정하에서 일어난다. 그러한 맥락, 관점, 평가 기준, 가정'(27쪽)이다. 저마다 살아온 환경, 배운 것, 보고 느낀 것이 다르기 때문에 프레임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이런 프레임이 '지각과 생각의 결과를 결정'하기 때문에 프레임을 바람직하게 설정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프레임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기 일쑤이고, 이미 정해진 프레임을 바꾸기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다양한 딜레마와 맥락, 관점, 현실 사례, 심리학적 실험 결과 등을 동원해서 프레임의 개념을 설명한다. 2장부터는 그 개념이 현실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최후통첩 게임, 자기중심성 같은 개념은 그간 여러 책에서 보았고, 권위에 복종하는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도 많이 소개된 내용이다. 자기 프레임, '내가 상황이다' 프레임, 현재 프레임, 이름 프레임, 변화 프레임 등은 그동안 '프레임'이라는 이름으로 보지 않았을 뿐, 알고 보면 익숙한 개념이어서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문제는 프레임에 끌려다닐 것인가, 프레임을 만들 것인가다. 저자는 그래서 마지막 10장에 '지혜로운 사람의 11가지 프레임'을 제시한다. 프레임이 바뀌면 인생이 바뀌는 것이다.

깔끔한 편집에 쉬운 설명으로 프레임 공부를 제대로 했다. 프레임이야말로 아는 것이 힘이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라고 압력을 가했던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016년 12월 28일 긴급 체포되었다.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은 삼성전자에 공개 서한을 보내, 삼성전자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체제 전환, 30조 원 규모의 특별 현금배당과 잉여현금흐름의 75% 환원,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미국 나스닥 상장, 최소 3인의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을 요구했다. 우리나라에서 주주행동주의가 주목받게 된 계기다.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던 차에 <의장! 이의 있습니다>(2016, 제프 그램 지음, 이건, 오인석, 서태준 옮김, 신진오 감수, 임종엽 해제, 에프엔미디어 펴냄)라는 책이 나와서 반갑게 집어 들었다.

 

 

 

 

책을 읽어보면 미국에서는 <현명한 투자자>의 저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에서 주주행동주의가 싹텄으니, 역사가 100년에 가깝다. 안전마진, 가치투자, 담배꽁초 투자로 유명한 벤저민 그레이엄과 주주행동주의를 조합하려니 조금 낯설다. 그레이엄은 스탠더드오일에서 분사된 노던파이프라인이 현금을 쌓아두고 주주에게 배당을 지급하지 않자, 주주총회에 참석해 이의를 제기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그레이엄이 발언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자 그레이엄은 다음 해 주주총회를 준비하면서 최대 주주인 록펠러 재단에 편지를 보내고, 주주들을 하나하나 만나 의결권을 위임받음으로써 주주로서의 권리를 쟁취했다. 당시로서는 선구자적인 행동이었고, 그레이엄의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되었다.

이 책에는 그뿐 아니라 워런 버핏, KT&G를 공격했던 칼 아이칸, 기업가이자 미국의 정치가인 로스 페로 등 유명한 사람들이 등장해서 다양한 방식의 주주행동주의를 이야기한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행동에 나선 사람들(워런 버핏, 로스 페로)이 있는가 하면, 회사를 이용해서 자기 주머니를 채우는 사람들(사다르 비글라리, 카를로 카넬)도 등장한다. 이들이 사용한 방법도 위임장 대결부터 포이즌 필, 그린 메일, 인신공격, 13D 양식 싸움, 공개 매수 등 다양하다.

 

이처럼 돈과 주식과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동원되는 대결들을 읽다 보면 거물의 이야기일 뿐, 현실의 소액주주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공인회계사이자 변호사인 임종엽 님은 해제에서 소액주주들이 주주행동주의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칼 아이칸의 KT&G 공격, 성창지주기업의 감사 선임 등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사례들도 상세하게 풀어준다. 또한 주주행동주의의 상대역인 기업 경영진과 이사회가 나아가야 하는 바람직한 방향도 짚어준다.

 

 

이 책의 특징은 각 장 끝에 그 장의 주주행동주의에 사용된 서한을 첨부했다는 것이다. 번역본이 실려 있으며, 원문은 QR 코드를 스캔하면 확인할 수 있다.

 

이제는 소극적인 관중에서 벗어나 행동하는 주주가 되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책에 실린 다양한 사례들이 유용하리라고 생각한다. 정치뿐 아니라 경영에도 참여하는 시대가 되었다. 허울뿐인 이사회와 무능한 경영진을 탄핵하라!

주주행동주의, 엘리엇, 삼성물산, 주주제안

가족만큼 무서운 덫이 있을까? 절이 싫다고 중이 떠나기도 어려운 집단이고, 좋을 때는 더없이 좋지만 나빠지면 남보다도 더 못한 관계가 되기 쉽다. 태어나서 독립하기까지 십여 년이 가장 힘들다. 그동안은 부모님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할 뿐 아니라, 형제 자매 남매들 사이에 끝없는 비교와 경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번 서열이 정해지면 여간해서는 뒤집히지 않을 만큼 견고한 경쟁이.

<트랩>(2016, 멜라니 라베 지음, 북펌 펴냄)에도 그런 자매가 나온다. 어렸을 때부터 상상이 풍부해서 '이야기 보따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언니 린다, 밝은 금발에 예쁘고 발랄하고 '캠프 여행에 다녀와서도 머리에서 샴푸 냄새를 풍기는' 동생 안나. 안나는 언니가 가진 모든 것을 탐냈고,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했으며, 자신의 기준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안나가 집에서 칼에 일곱 군데 찔려 사망했다. 그 처참한 광경을 처음 목격한 것이 린다였고, 린다는 그때 한 남자가 커튼 뒤에 있다가 사라진 것까지 보았다. 린다는 주 용의자로 지목되었고, 오랜 수사에도 그 남자는 찾을 수 없었다. 동생의 죽음을 본 트라우마로 린다는 사건 이후 11년간 자신의 큰 집에 틀어박혀 자발적인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간다. 이야기 보따리를 발전시켜 소설을 쓰는 작가로 크게 성공했지만, 그 성공은 여전한 악몽과 외로움과 고통이 함께할 뿐이다.

그런데 린다가 우연히 TV에서 안나 살해범을 본다. 12년 만에 스쳐 지나가듯 보았지만 알아보지 못할 수 없는 그 얼굴. 안나는 왜 살해된 것일까? 살인범은 누구인가? 지금까지도 악몽을 꾸는 린다는 자신의 집에 갇힌 채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의 재능인 글 쓰기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은 린다는 자신과 안나의 이야기를 담아 스릴러 소설을 펴낸다. 그리고 지금까지 모든 인터뷰며 취재를 거부하고 비밀에 가려져 있던 것을 깨고, TV에서 보았던 바로 그 남자를 인터뷰어로 초대한다. 그토록 무서워하는 거미처럼 자신의 집을 트랩(함정)으로 만들고, 그 남자를 먹잇감으로 삼아 기다린다. 린다는 마침내 동생을 살해한 사람을 검거할 수 있을까?

이야기는 린다의 현실, 린다가 자신의 과거를 바탕으로 창조한 소설 <피를 나눈 자매>의 장면이 번갈아 등장하면서 이야기를 긴박하게 끌어간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여주지 못한다. 치열한 두뇌싸움을 따라가는 동안 우리는 린다의 내면에 있는 양가감정에 주목하게 된다. 사랑해야 하는 여동생이지만 증오하게 되는 자신을 혐오스럽게 바라보는 눈. 12년 전 어두운 방에서 잠깐 본 사람을 TV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또 한눈에 알아본다는 설정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 이후는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못하게 흡인력 있다. 그의 트랩, 그의 성공, 그의 좌절, 그의 희망을 함께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