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산야초의 효능을 알게 되면서 산야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오미자, 칡순, 쇠비름을 설탕과 배합해 효소를 담아 물에 타 먹기 시작했고, 봄이 오면 민들레, 쑥, 냉이를 캐서 나물과 국으로 만들어 먹고, 엄나무와 두릅 순을 따다 살짝 데쳐 초장에 찍어 먹게 되었다. 하지만 봄이 지나니 더 이상 알고 있는 산야초가 없어 즐거움은 지속되지 않았다. 물론 효소가 남아 있긴 하지만 종류도 극히 적다보니 양이 차질 않는다. 어쨌든 이렇게 봄이 지나면 산야초의 잔치는 끝이 났다. 그런데 희소식이 전해진다. 사계절 내내 산야초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그 방법은 바로 산야초 차와 발효 건강차다. 

25년이 넘게 전국의 산야초를 모아 차와 효소를 만드는 연구를 해온 저자 덕분에 이제 사계절 산야초의 맛과 멋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저자가 그동안 연구하여 검증된 산야초 차의 제조비법이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겨져 있으니 얼마나 기쁜 일일까. 자그마치 56가지 레시피다. 산야초 종류라고 해서 구하기 어려운 재료도 아니다. 개울가나 들녘에서 밭고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흔히 풀로 알고 있는 것들이 모두 산야초 차의 재료가 되었다. 풀이 명품 산야초로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동안 나물로 무쳐먹고 국으로 먹던 민들레, 쑥은 이제 오랫동안 마실 수 있는 차로 변신을 하였고, 그냥 흔한 풀로 알고 있던 닭의장풀, 소리쟁이, 달맞이 꽃이 내 몸을 살리는 귀한 차로 탄생했다. 발효건강차는 어떤가. 흔히 설탕과 배합하여 제조하는 효소와 달리 새로운 노하우가 담긴 비법으로 효소를 만들었다. 바로 포도와 배 효소액을 첨가한 산야초 효소다. 이 둘은 발효건강차를 만드는 촉매재로 사용하는데 원재료가 갖고 있는 고유의 성분을 빼내는 데 도움을 주고, 원재료가 갖고 있는 맛과 향을 극대화 준다고 한다. 이런 방법은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아니다. 저자의 귀한 노하우를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산야초 차와 발효건강차 만드는 비법이 너무 쉽게 설명 되어 당장이라도 산야초를 채취해서 만들어 볼 수 있겠다. 월별 채취 가능한 산야초까지 분류해 놓았기에 어떤 것을 채취해야하는지도 알렸으니 쉬워도 너무 쉽다. 이제 사계절 충분히 산야초의 맛을 느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지금쯤 무엇을 만들어 볼 수 있을까 보니, 산에 조금만 오르면 보이는 청미래덩굴과 여전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민들레가 눈에 띈다. 당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이니 시작해보고 싶다. 사계절 내내 나만의 명품 산야초차와 발효건강차 한 잔을 음미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어린 아이지만 철든 말과 행동을 할 때 ‘어른답다’라고 한다. 한편 나이 좀 든 사람이 아이보다 못한 말과 행동을 했을 때 ‘어른스럽지 못하다’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언급되는 ‘어른’의 기준은 무엇일까? 법적으로 성인의 나이가 되면 어른이라고 해야 할까? 아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길러본 사람? 기준도 정의도 내리기 어려운 단어가 ‘어른’이었다.

이 책은 그런 어른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미처 자라지 못한 아이를 품은 어른의 모습을 비추면서 그런 어른의 마음을 다독이고 위로한다. 그리고 근사하고 어른스러운 어른의 기준을 넌지시 얘기한다. 항상 고마운 마음을 크고 넉넉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 섣부른 지적질이나 자기 자랑이 아닌 세월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몸으로 체득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다져온 나의 믿음이 언제든지 틀릴 수 있고, 틀렸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하는 사람, 타인에게 무례를 저지르지 않도록 자신을 돌아보고 살피는 자세를 지닌 사람, 인생에 변명하지 않는 사람 등이다.

그렇다면 난 과연 어른일까?, 그렇다고 한다면 진정 어른스러운 어른일까? 주로 직장과 집에서 동료와 아내와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나의 행동을 되돌아봤다. 표현을 하지 않았어도 그때 들었던 마음까지도 들춰내어 보았다. 아이보다 못한 마음을 먹었던 일들,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부끄러운 행동들이 떠올라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어른의 삶을 살아간다고 하면서 어른스럽지 못한 마음과 행동을 할 때도 있고, 어른이라는 무게감에 짓눌려 힘들어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어른의 위치는 어렵다. 하지만 이제 작가의 말대로 느낌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자기관리가 잘된 멋있는 어른이 되고자 노력한다면 말이다.

작가의 인생에서 펼쳐진 다양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좋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어른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동안 어른이 되고자 성장통을 겪었나 싶었다. 책은 어른인 척하며 살아왔던 지금까지의 삶에 위로를 주었고 앞으로 행복해질 어른의 삶에 희망을 안겨줬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어른이 되어 간다는 과정이 무엇일지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다. 앞으로 느낌 좋은 어른의 모습으로 다듬어진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진짜 멋져 보인다. 그런 모습으로 꾸준히 나이 들고 싶다. 

이국종 교수, 그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청해 부대가 해적들과 교전을 벌인 끝에 선원과 선박을 모두 구출한 아덴만 여명작전에서다. 그 작전에서 복부에 관통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은 위중했다. 그는 오만까지 날아가 석 선장을 응급처리를 하며 데리고 와 소생시켰다. 매체는 이 사건을 헤드라인에 장식했고 그 중심에 이국종 교수가 있었다. 그때 그를 바라보며 참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그는 매체에 자주 나오면서 외상외과의 척박한 의료 현실을 어필했다. 의료체계가 선진국 수준이라고 믿고 있었던 나로서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매체를 통해 알고 보니 왠지 차별적인 느낌이 들었다. 유독 중요한 중증외상 치료 시스템에 지원을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왠지 돈 냄새가 났지만 복잡한 정치가 배경에 깔린 것 같아 관심을 거두었다. 그래도 이국종 교수는 그 때 이후로 내 기억에 남을 만큼 대단한 사람으로 남아 있었다.

 

그랬던 이국종 교수가 중증외상센터의 기록으로 책을 썼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에 책을 읽었다. 그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생각했다. 단 한 생명도 놓치지 않을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그의 얘기가 궁금했다. 궁금한 마음이 간절했었나보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의술을 펼치는 그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대부분 중증외상환자들이라 생각지 못했던 환자들의 수술과정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었다. 정말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그의 치열했던 삶의 과정을 지켜본 후 전쟁터에서 겪는 것보다 더했으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짠했다. 한편 돈 때문에 중증외상 환자를 다루는 그에게 수술을 허락하지 않는 병원의 행위와 골든아워를 지키기 위한 시스템 지원에 미온적인 태도를 지닌 국가 정책들에 화가 났다. 중증외상 환자 치료 원칙을 지키는 행위가 꼭 돈과 관련지어야만 하는 걸까?

 

그가 쓴 책 1권은 2002~2013년까지의 외상센터의 기록들이다. 미국과 영국의 외상센터에 연수하면서 얻은 국제 표준 외상센터를 국내에도 도입하고자 하지만 철저하게 비판받고 왕따 취급받으면서도 오직 중증환자 치료에 매진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한편 중증외상 치료 시스템의 변화를 위한 그의 노력과 좋은 결과물에도 여전히 어정쩡한 태도를 일관하는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의료 현실도 볼 수 있다. 시종일관 화가 나는 대목이다. 2권으로 가면 뭔가 좋은 일이 있을까? 글쎄다. 자신보다 남의 목숨을 위해 헌신을 다하는 이국종 교수와 그의 팀의 활약상으로 보며 눈시울이 붉혀진다. 그리고 그가 고뇌하고 힘들어 했을 상황들을 상기했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아직도 이런 현실을 두고 대한민국은 아무런 변화의 시도는 없는 걸까? 반전이 있길 바랐지만 그가 내뱉는 현실의 말이 희망보다 절망이 앞선다.

 

“기존의 체계와 인사. 재정, 지원과 운영 모든 면에서 부딪혔다.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이들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주시했다. 비아냥과 비웃음을 감추지 않았고 등을 돌리는 순간 숨기고 있던 칼을 사정없이 내리꽂았다. 그 저열함에 나는 치를 떨었다. 이제는 나 하나로 끝나지 않고 곁에 있는 사람들이 덩달아 힘겨워졌다. 그것이 나를 더 괴롭게 했다.”

 

2권을 읽기 전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이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지만 이국종 교수가 헌신을 하는 사이 이 시기의 대통령은 자신의 이익 추구에 급급했다. 그 돈으로 중증환자들을 위한 센터에 지원 사격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정치하고는 무관한 그가 이 일을 하며 얼마나 느끼고 간절했을까 싶으니 마음이 아려온다.

 

“나는 헬리콥터를 이용한 이송 체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일개 지방 병원의 외과 의사가 원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죽지 않아도 될 환자를 죽지 않게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필요했고, 그 의지를 실현시킬 ‘정책’이 필요했으며, 관련된 자들의 ‘합의’가 필요했다. 그러나 정책을 누가 만드는지는 알 수 없었고, 확실한 정책은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아서 나는 그들의 실체를 알 수 없었다. 그런데도 결정적인 제약과 한심한 조치들은 늘 보이지 않는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정부로부터 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