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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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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양애경 시인은 김수영 시인의 이번 시집을 ||^가족의 초상||^과 ||^물속 들어가기||^로 구분하여 분석하고 있다. 그의 시집은 어린시절의 보물로 가득 찬 다락방을 들여다보면서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가 얼마나 다른 자아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오동나무 장롱」연작에서 오랜 시간과 생을 거쳐오고 품어온 낡은 장롱을 통하여 가족의 초상을 재현한다.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고 그 밑동에 그 아이의 태를 묻고 나중에 아이가 자라 시집갈 때는 그 나무를 베어 장롱을 만든다는 옛 습속에 근거하여 한 집안의 여자들의 모든 내력인 유전과 임신과 출산에 얽힌 추억들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오동나무 장롱」연작은 이 시집의 중심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김수영 시인에게는 또다른 한 세계가 있다. 그것은 어둡고 서늘한 물의 세계다. 이 시집의 많은 시편들에 물의 이미지가 흐르고 있다. 어린시절에 연못, 우물 등에 빠졌던 경험들은 그에게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 그와 같은 장소는 왜 시인에게 유혹적이 되는 것일까? 이것은「물속의 달」이나「용소(龍沼)」등에서 보이듯 물에 대한 일체감 또는 회귀의식 때문이다. 용소는 화강암의 갈라진 틈으로 수맥이 분출하는 것으로 신비하고 깊이 모를 근원이다. 시인의 잠재의식은 이런 물로부터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이 부분은 김수영 시인이 무속적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중요한 상징이 된다. 물-어둠-달-음기로 이어지는 일련의 이 물 이미지들은 전통적인 여자의 삶을 상징하는 것으로 김수영 시인은 이것을 그려내고자 하였다고 양애경 시인은 분석하고 있다. 김수영 시인은 물에 홀렸으며 그 물속 깊은 곳이 시인의 피를 부른다고 풀이한다.
    김수영 시인은 장롱을 통하여 닳고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노래하고 물을 통하여 여성성의 아름다운 순환을 그려내었다. 시「오래된 여행가방」에서 시인은 "추억이란 갈수록 가벼워지는 것. 잊고 있다가 문득 가슴 저려지는 것"이라고 노래하면서도 가닿기 어려운 물의 세계라고 하는 이상세계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다. 뼈도 장기도 없이 생존하는 ||^에인젤||^이 처한 고통스런 수압의 심해와 같은 현실 속에서라도 김수영 시인은 이제 완성되어가는 한 모성의 성숙을 보이고 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무척 깊어서 늘 캄캄해 보이던 마당가의 우물, 새벽마다 단정히 머리를 쪽찌고 앉아 염불을 외우시던 할머니, 십년 넘게 할머니 기척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늙은 고양이 살찐이와, 천장 위에 살던 꼬리가 긴 곰쥐들이며,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집을 나가버린 살찐이의 새끼들……나는 아직도 북마산역 기찻길을 따라 북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붉은 철대문집에 살고 있다. 하루종일 우물 속을 들여다보거나, 어두운 방안에서 장롱 속이나 뒤지며 놀던 고집 센 대여섯살짜리 그 계집애처럼 눈을 깜박이며. 동네 사람들이 길어다 먹던 우물은 두레박으로 아무리 퍼올려도 마르지 않았다. 그동안 나를 키워준 것은 우물과도 같은 마르지 않는 존재들이거나, 세월이 흐를수록 어두운 기억 저편에 웅크리고 더욱 또렷이 나를 바라보는 살찐이나 곰쥐들인 것 같다. 이번 시집의 많은 부분은 그동안 나를 키워준 것들을 퍼올린 느낌이다. (2000년 가을 김수영)

    목차

    - 1 부 -

    팔걸이가 있는 낡은 의자
    흰소가 오는 밤
    오래된 여행가방
    모래 속에 누워 있던 여자
    구불구불한 낭하를 걷고 있는 고양이
    열두 개의 빈 의자
    은화隱畵
    검은 우물 2
    모네가 그린 그림
    무서운 똥
    부패의 힘으로
    고흐의 자화상을 걸어놓고
    살아 있는 상처
    물속의 달
    야광주夜光珠
    백년찻집
    고목나무샘
    우포늪에 갔다
    저 홀로 크는 나무
    밭을 안고 있는 집

    - 2 부 -
    수국이 있던 연못
    밤의 이야기
    기찻길 옆 붉은 철대문집
    우물 속의 구렁이
    왕쥐 이야기
    겨울밤
    아버지와 나와 지렁이
    통시에 빠진 돼지
    한여름
    오동나무 장롱 1
    오동나무 장롱 2
    오동나무 장롱 3
    오동나무 장롱 4
    오동나무 장롱 5
    오동나무 장롱 6
    오동나무 장롱 7

    - 3 부 -
    무지개 그림자 속을 날다
    화석
    붉은 등
    정선선 기차
    어머니, 용문사 은행나무 앞에 서다
    감자
    혜성을 꿈꾸며
    용소 龍沼
    침묵의 모서리
    마술사
    너는 누구냐
    일몰의 누각
    그의 일생
    해금을 켜는 늙은 악사
    무거운 수레
    왕거미
    비둘기
    고래처럼 2
    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
    밤의 얼굴
    늑대를 위하여
    열려 있는 창
    천사라 불리는 것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9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시인이다. 시집으로 [로빈슨 크루소를 생각하며, 술을], [오랜밤 이야기](창비)를 펴냈다. 현재 북한 강변에서 두 딸과 함께 살고 있다. 한때 한겨레 신문사에서 월급쟁이로 몇 년 버티다 프리랜서로 책 만들기를 시작, 13년 동안 100권 가까운 책을 만들었다. 일 중독 컴퓨터 중독으로 노트북을 안경처럼 끼고 살면서 늘 무슨 책을 만들까만 생각하고 있다. 5년 전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를 외치며 남편과 두 딸과 함께 북한강변으로 이사를 했지만, 끝내 컴퓨터에서 해방되지 못했다. 지난해 안식월을 가진 이후부터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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