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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희의 『아주, 가끔은 꽃의 이름으로 걸었다』는 크게 4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공광규(시인)
한승희 시인은 시집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바흐의 음악을 첼로로 켜는 듯 주요 사물을 통해 자신의 슬픔을 변주하고 있다. 이런 슬픔을 투영하고 변주하는 주요 사물들을 새와 나무와 꽃으로 나누어 정리하여 보았다. 시인은 주요 사물인 새와 나무와 꽃 등 외부 사물들에 내면의 슬픔을 투영한다. 이런 창작방법은 전통적인 문장의 방식이며, 자기 치유방법 가운데 하나다.
… (중략) …
지난 세월 새와 나무와 꽃 등 몇 가지 사물에 적층된 자아의 슬픔을 투영하면서 슬픔을 극복해가는 한 인간의 생애사 과정을 적실하게 보여준다. 시인의 시를 읽어 가다 보면 시가 자아를 극복하는데 매우 유용한 도구임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많은 분들이 한승희 시인의 시를 읽고, 잠시나마 과거로부터 적층된 자신의 슬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꽃의 이름으로 그대를 부릅니다.
안녕
오늘, 나는 봄입니다.

꽃들의 안부를 곁에 두고
이제,
몇 개의 은유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풍경을 다 끌어당기셨던
선생님의 낮은 음성을 들어봅니다.

몇 개의 사연들만으로도
세속의 모든 서정을 다 풀어내셨던
선생님의 고결한 자술서를 담아봅니다.

갈담리, 푸른 서정에 기대어
오늘, 나는
계절의 한쪽에만 불시착한 먼 곳의 그리움입니다.
저기압의 능선을 따라 돌고 도는 구름입니다.
또한 그리운 날의 은신처입니다.

몇 줌 바람에도 날아갈 듯한 그리움이
주저앉은 한 생애를 깨우고
그 그리움의 끝엔
엉겅퀴만이 노을의 한끝을 잡고 있습니다.

엉겅퀴는 바람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꽃들의 생애를 말없이 적어내고 있을 뿐이다.

해설을 담아주신 공광규 선생님과 지면을 내어주신 문정영 선생님, 그리고 은유의 길로 이끌어주신 박경원 선생님께 푸른 조사들을 바칩니다.


2024년 봄. 날.

1부

가끔씩 나무는 새를 낳는다 19
꽃을 피우려고 나무는 20
꽃길 21
그곳에 카페가 있었다 22
나를 건너가는 어둠을 보았다 24
새를 접으며 26
능내역 28
강도 렌트할 수 있나요 30
거미에 대한 짧은 왜곡 32
겹 34
마른 수수깡에 대하여 36
꽃그늘 38
무수리 일기 40
굽 낮은 민들레 42
자작나무 숲 44


2부

노르웨이숲 고양이 49
은밀한 힘 50
바람의 언덕 52
찬란한 슬픔 54
봄의 흔적 56
청춘을 위한 파반느 58
장마 60
램프에 대한 몇 가지 금기 61
편지 62
개미들이 큰일났다 64
기억의 통로 66
유리의 안쪽 68
별과 성서 70
선인장 72
장미를 슬픔이라고 불렀다 73


3부

그해 겨울의 진술들 79
빗소리 80
호접몽 82
봄날은 간다 83
모든 죽음은 나무들의 구석을 지향한다 84
마닐라엔 휴일이 없다 86
숨 88
커피 이야기 90
4월의 침묵 92
진달래꽃 94
찔레꽃 96
탁발 98
봄의 말을 옮겨 놓다 100
하류에서 101
접속 102


4부

파리 날다 107
저주받은 동행 108
청등도 110
퇴촌에서 112
화이트 크리스마스 114
별의 꽃 115
엉겅퀴 116
봉합이 덜된 이야기 117
탈고 안 될 전설 118
귀거래사 120
붉은 벽돌들의 모퉁이를 돌다 122
봄을 팔아요 124
강변포장마차 126
만추 128
풍경 130


■ 해설 | 공광규(시인) 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