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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신의 『엄마를 뽑을 수 있나요?』는 크게 4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회사 책상
칸막이 왼쪽 위엔
‘위대한 잉카의 길’ 엽서가 진주 핀으로 고정되어 있다
초목이 펼쳐진 평원을 배경으로
전통 복장의 원주민이
짐보따리를 든 채 뒤를 돌아보는 모습
사진사가 불렀는지,
몸을 살짝 틀어 뒤를 보는 시선 속엔
가픈 숨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저 짐을 들고 어디로 가시는 걸까?’

한달음에 눈으로 쫓아가 노인의 길동무를 자청한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노인은 나를 보며 함박꽃처럼 웃고 나는 수줍게 웃는다
낮은 돌담이 평원과 인도를 구분하고
라일락빛 하늘 아래론 바람만 오간다
사방은 초록이거나 연두 혹은 갈색빛이다

.
.
.
내 시가 그랬으면 좋겠다
그냥 거기 있어서 휴식이 되는
찰나의 순간이고 싶다


2024년 봄, 조명신

1부 몽상

메타버스 19
식인종 레시피 20
그림자 접기 22
오늘의 연극 24
의자들 26
우물 28
응시 30
짙은 32
꿈에 34
반지하 방 36
그해 여름 선풍기 바람은 쇳소리를 내고 38
하품 레시피 40
껌 씹을 줄 아세요? 42
구구 팔십일 44
이방인 46
홈쇼핑 간장게장 48
옷걸이 50
너는, 너는 말이야 52



2부 일

허수아비들 57
편의점 인간 58
사직서를 내겠다고요? 60
오늘은 꼭 터트려야겠다 62
점장은 점을 몇 개쯤 갖고 있을까 64
맥심모카마일드믹스 66
미싱 68
비닐들이 돌아오는 건 항상 저녁 무렵이다 70
속 보이는 여자 72
휨 잡기 74
新 표본실의 청개구리 76
감자 먹는 사람들 78
하루살이 80
샤넬리어카 82


3부 삶

소용돌이 87
해프닝 88
백미러 90
밤기차 92
엄마 94
계란후라이 96
눈길 98
쏟아지는 것들 100
이별의 한 가지 102
숨은 그림 찾듯 104
시소 106
뜨거운 커피에 빠진 크래커 108
삶 110
계란말이 112
고무인형 115
이름들 118
반지하 방에 깃든 새는 언제쯤 유리창을 깰 수 있을까 120
엄마를 뽑을 수 있나요? 122
나이테가 생기는 이유 124


4부 자연

청개구리와 능소화, 그리고 여름 129
나지막한 풍경들 130
여름 채소 132
둑길 134
봄, 여름 그리고 136
꽃물 138
바다의 시간 139
적 140
추로 142


■ 해설 | 전기철(시인ㆍ문학평론가) 145

아픔을 이해하고, 고마움에 어루만지는 행위는 이미 자기 돌봄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남의 아픔보다 자기 아픔을 이해하며 어루만지기가 어렵다. 이는 타인과의 공감에서 출발한다. 자기 돌봄의 가장 중요한 행위는 공감에 있다. 자기심리학자인 아론(Aron)은 공감이 자기 돌봄의 길이라고 본다. 아픈 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공감을 통해서 자기 안의 타인과 화해하고 어루만져 줘야 한다. 문학적 몽상과 자연이 발견은 시를 통해 합일된다.
조명신 시인은 시적 몽상을 통해서, 혹은 자연 서정을 통해서 바깥의 권위와 힘에 눌려 일회용의 무력한 자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돌보기 위해 시를 쓴다. 몽상과 자연의 발견을 통해 시인은 바깥의 권위와 힘에 무력해지지 않는 길을 찾은 듯하다. 앞으로 그의 시에서 더욱 성숙한 정신세계의 탐구를 기대해 본다.
- 전기철(시인ㆍ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