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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1일부터 2016년 12월 말까지 모(某) 특수학교에서 배움터 지킴이로 근무한 일이 있다.
2년 동안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낀 일들을 정리해 여기에 옮긴다. 유치부에서 전공부까지 다양한 학생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기도 했다. 그들의 설익은 행동과 아픈 마음을 가감없이 옮기고 싶었으나 내가 근무한 곳이 특수학교라는 특수성이 있었고 혹여 그들이 받을 마음의 상처를 생각해 학교 이름을 밝히지 않았으며 학생들의 이름도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밝힌다. 독자 여러분의 혜량을 바란다.
그 학교를 떠나온 지도 벌써 7년! 화살같이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을 피부로 느끼겠다. 그때 아침저녁으로 만나던 유치부 학생들은 이제 중고등부 학생들이 되었을 것이고, 당시 중고등부 학생들은 이제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리라. 그들의 앞길에 좋은 일만 있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1. 노란 조끼 입은 사나이
간이시설 _ 14
고사리손 _ 18
초록은 동색 _ 26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_ 29
권한 _ 34
거짓말 _ 38
불법 주차 _ 43
노란 조끼 입은 사나이 _ 48
대도무문(大道無門) _ 52
2. 천사의 마음
졸업생 _ 56
메르스 _ 60
배꼽 인사 _ 64
부탁의 말씀 _ 68
닮은꼴 _ 72
비야 내려라 _ 76
천사의 마음 _ 80
네거리에서 만난 사람들 _ 84
첫눈 _ 89
3. 심술 주머니
승하차 체험 _ 94
심술 주머니 _ 98
일자리 참여 학생 _ 102
일찍 오면 안 돼요 _ 106
자폐아 _ 110
점심시간 _ 115
주인과 비서 _ 120
G실장, E실장 _ 124
4. 활보의 바람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_ 130
활보의 바람 _ 134
현장 교육 _ 139
공항대기실 같은 현관 _ 143
체육대회 _ 147
혼자 가야 할 길 _ 158
효심 _ 163
5. 왜 엄마 책임이야
흡연 금지구역 _ 174
꽃 장사 _ 178
원서접수 마감 시간 _ 181
고마운 사람 _ 184
이 일을 어쩌나 _ 187
새 얼굴 _ 191
왜 엄마 책임이야 _ 195
학부모 회의 _ 199
6. 만남과 헤어짐
비단보다 말이 곱다 _ 204
블랙리스트 _ 209
아내 사랑 _ 213
박카스 한 통 _ 217
만남과 헤어짐 _ 220
참스승 _ 224
포도 _ 229
위령제 _ 233

초록은 동색
“OOO호 카니발 차량 멈추세요.”
경찰 순찰차가 사이렌을 요란하게 울린다. 검은색 카니발 승합차를 추격해 오며 방송을 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카니발 차량 번호가 눈에 확 들어왔다. 우리 학교 학생을 태우고 등하교 해주던 차량이었다.
무슨 일일까? 교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우회전해서 공터에 멈춰 세운다. 112 순찰 차량도 따라 멈춘다. 직감적으로 신호 위반을 했거나 앞지르기 위반을 했구나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카니발 차량이 멈추자 운전자와 조수석에 타고 있던 부인까지 내린다. 뒤이어 뒷좌석에 타고 있던 우리 학교 고등학생인 아들을 부축해서 내리게 한다. 카니발 차량으로 다가온 경찰관이 운전자에게 절도있게 거수경례한다. 정말 멋지다. 우리는 경찰관 하면 좋지 않은 선입견이 있다. 나쁜 사람, 또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찾아내어 벌하는 사람, 그런데 일반 시민에게 거수경례하는 모습은 그리 흔치 않다.
“충성! 신호위반 하셨습니다.”
“등교 시간이 늦어서 그랬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운전하시면 어떡합니까?”
경찰관이 웃는 얼굴로 운전자인 남자를 쳐다보며 하는 말이다. 학부모가 위기 상황에 몰린 것이 분명했다. 그냥 있을 수 없었다. 아는 처지에 무엇인가 도움을 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작용했다.
“우리 학교 학생이에요. 빨리 들어가지 않으면 지각처리 될 수 있어요”
나는 교문에서 노란 조끼를 입고 손에는 경광봉을 들고 교통지도를 하고 있었기에 누가 봐도 배움터 지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엄마는 용케 아이의 손을 잡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안으로 달려갔다.
“시간이 촉박했던 것 같은데 앞으로는 조금 일찍 출발하세요. 오늘은 봐 드리겠습니다.”
“네. 조심하겠습니다.”
젊은 경찰관은 거수경례를 마친 다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차에 올라타더니 어딘가를 향해 달려간다.
“휴!”
그제야 운전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왜 그랬어요?”
경찰관이 떠난 다음 운전자를 향해 내가 물었다.
“신호 한 번 더 받기 싫어서 중앙선을 넘어서 우회전했어요. 하마터면 벌금 크게 낼 뻔했네요.”
이런 젠장! 내가 도와준 것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고마움의 표시도 없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칭찬받을 일을 한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사실을 이야기한 것뿐이다. 그러니 잘한 일도, 잘못한 일도 없는 셈이다. 아니다. 불법을 저지른 운전자를 돕기 위해서 나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초록은 동색이요. 가재는 게 편이라 했는데 어찌 위기(?)에 몰린 아는 사람을 모른 체할 수 있단 말인가. 다음이라도 오늘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운전자를 두둔하려 나설 것이다. 하지만 나의 어설픈 변명이 매의 눈을 가진 법을 집행하는 그들에겐 통하지 않을 것이다.